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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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회 김태오신부 특별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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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헌생활은 하느님 사랑의 표현
언젠가 몇몇 동료 수사님들과 함께 교회서적을 판매하는 서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우리들끼리 서로 이야기하는 내용을 들은 한 자매님이 어머 수사님들이세요? 하였다. 그래서 나는 웃으면서 네 그렇습니다 라고 대답하였고 너무 기뻐하는 자매님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서 농담섞인 투로 자매님 왜 그렇게 좋아하세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자매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수도자들은 그저 다 좋게 보여요. 특별히 수사님들은 항상 웃으시고 순박하세요. 그리고 권위적이지도 않구요!
그때 나는 문득 우리 수도자들이 참으로 사랑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수도회를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수도자들을 신뢰하고 좋아한다. 그들은 구도자들이 고독과 고행을 통해 하느님과의 특별하고 깊은 만남을 가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천상의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수도자들의 삶이 너무나 좋아 보이는지 농담으로 결혼을 뒤로 물리고 수도원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현재 한국교회에는 40여개가 넘는 남자 수도회 및 선교회들이 있다. 각 수도회들은 비슷하면서도 약간씩 독특한 자기만의 향기로 교회에 봉사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많은 수도회들이 우리 한국교회에 있다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의 선물이라고 본다.
다양한 수도회들은 학교 병원 무료 급식소 교도소 산동네 본당 등 여러 곳에서 하느님이 주신 은총의 선물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수도자들은 자신들의 생활 자체를 통하여 하느님의 나라를 증거한다. 바로 이것이 수도자의 첫번째 매력인 듯 싶다.
사람들은 수도자들이 많은 일을 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기에 그들을 좋아하며 그들의 삶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크신 업적에 고개를 수그린다. 수도자들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증거하는 천상의 꽃이 되고자 한다. 질그릇과 같은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함께 모인 수도자들은 신앙 생활에서 절대적인 기도를 모퉁이 돌로 하여 천상의 보물을 드러낸다.
또한 그들은 하느님께 온전히 축성되신 복되신 동정녀 그리고 나를 따라오라 는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가장 완전한 방법으로 성취하신 어머니 마리아를 본받으며 정결 청빈 순명을 실천한다. 그런데 요즘 이토록 아름다운 수도 생활을 지향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하지 못하고 오히려 감소하는 실정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생활을 힘들게 하는 요소들이 이 사회에 너무 많다는 것과 수도생활에 대한 인식 부족이 아닐까 한다. 현대 사회는 폭력 물질주의 이기주의 등이 날로 만연하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하여 빠르고 널리 전파되는 이러한 부정적 가치관들이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젊은이들이 너무나 쉽게 이러한 부정적 가치관의 노예가 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주님만 따르는 성소의 길 특별히 공동체 생활과 독신 생활을 지향하는 수도 생활을 젊은이들이 선택하기에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시대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평생동안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을 매우 두려워한다. 한편 젊은이들은 주로 본당에 상주하는 교구 사제들과 쉽게 접촉할 수 있기에 그들이 누구인지 또는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수도자들은 특히 남자 수도자들은 거의 한정된 장소에서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에 그들은 수도자들이 무엇하는 사람들인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수도생활은 그리스도인 소명의 내적 본질 을 나타낸다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씀을 상기하면서 나는 한국 교회의 내적인 생명력의 증가를 위해 보다 많은 수도 성소가 꽃피우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수도성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드러내는 성소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기본 메시지인 이 하느님 나라의 신비는 수도 생활에서 가장 완벽히 드러난다고 믿고 싶다. 따라서 수도성소는 교회의 성소이다. 단순히 수도자들만 강조해야 하는 성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회 모든 구성원들이 하느님 나라 신비를 증거하는 이 성소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고 하였다. 기쁨과 희망의 2천년 대희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한국교회에 넘치는 수도성소로 수도자들이 하느님 나라를 살고 고통받고 소외받은 이들의 영적인 동반자가 되기를 기도하는 바이다. 김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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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199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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