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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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황철수 주교 임명 축하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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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이홍기 몬시뇰(부산교구 총대리)
“사제·교우 잘 아우르길”
교구청·신학교·본당사목 등 경험 풍부
귀한 책·선물 아낌없이 나누는 삶 모범
지난 대림시기에 교구청에서는 미사 때에 가끔 성가 ‘구세주 빨리 오사’를 불렀다. 한번은 미사 끝에 제의를 벗으면서 나는 신부님들께 이런 농담을 하였다. “예수님께서는 빨리 오시라고 하지 않아도 성탄절이 되면 오시는데 차라리 ‘보좌주교 빨리 오사’라고 노래합시다.”
그만큼 나는 보좌주교가 빨리 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하루라도 빨리 무거운 총대리직을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교구장 정명조 주교님이 주교회의 의장직을 맡아 과로로 병을 얻어 입원까지 하실 정도였으니 걱정이 더했다. 그래서 황철수 신부의 보좌주교 임명 소식에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기뻐했다.
이런 외적인 요인 외에 부산교구 같은 큰 교구를 교구장 주교 혼자 사목하기에는 너무 일이 많다는 점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런 기회에 교우들에게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교황님께서 어떤 신부를 주교로 임명하면 흔히 즉시 ‘주교님’ 하고 부르는데 이해는 하지만 좀 이른 감이 있다. 주교품을 받기 전에는 아직 주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교 서품 예식서에도 안수와 서품기도 전에는 ‘신부님’ 또는 (주교로)‘선발된 이’라고 하고 있다. 황철수 신부님께도 양해를 구한다.
주교 임명 소식을 듣고 대화를 하던 중 황신부님께서도 “주교로 임명되면 하루 아침에 무슨 영웅이나 된듯이 축하 인사 축사를 언론매체를 통해 선전하는데 정말 싫다”고 했다. 그래서 축사 원고를 부탁하신 분들에게 한사코 거절하다가 순리를 따르는 것이 좋겠다 싶어 이렇게 졸필을 들었다.
그대신 축사라기 보다는 그저 내가 황신부님과 가졌던 경험을 한 두어가지 사실 그대로 전하는 것으로 대치하겠다. 우리 둘은 부산 신학교 설립 초기부터 온갖 고생을 하며 함께 살았다. 그런데 황신부님은 개교 3년이 채 안되자 자신은 학자도 아니고 공부에 취미도 없다면서 본당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물론 나는 반대였다. “신부님 그렇게 논리정연하게 가르치면서 능력이 없다니 말이 안됩니다. 그리고 나는 신부님처럼 기도 운동 노동 등 학생들과 생활을 같이 하면서 모범을 보이는 신부를 최고의 사제 양성자로 생각합니다.”
그 후 8년이 지나고 교구청에서 다시 3년간 같이 지내면서 보았는데 한마디로 황신부님은 주고 버리는 선수였다. 가장 귀하게 여기는 신학책도 1~2년 안보면 버리거나 남 주고 좋은 선물이라도 필요없다 싶으면 먼저 만나는 사람에게 주곤 하였다. 그래서 황신부님 방에 가면 썰렁하니 냉기가 돌 지경이었다. 한편 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철저하여 퇴근 시간이 되면 몇분 전에 조용히 나가 직원들이 부담없이 퇴근하게 하였다.
단편적인 경험을 끝내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황신부님께서 주교직은 십자가라고 하였는데 신부님은 사제 교우 모두 잘 아우르면서 십자가를 용감히 지고 가리라 믿는다. 동료 사제들과 교우들이 밀어주고 있으니 주님의 도우심을 믿고 편안한 마음으로 주교직에 임하시기 바란다.
■‘사제서품 동기’ 노영찬 신부(부산 우동본당 주임)
“담백한 향기 지니신 분”
타고난 성실성으로 자기 관리에 철저
옳은 일에는 몸과 마음으로 전력투구
황철수 바오로 신부님의 천주교 부산교구 보좌주교 임명 소식은 교회 구석구석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교구 홈페이지에는 황신부님과 사목 현장에서 인연을 맺었던 선남선녀들의 진솔한 축하 인사들이 아름다운 꽃다발로 엮어지고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이십여 년에 걸친 사제생활이란 한마디로 제도 안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사랑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광경입니다. 이 광경에서 드러난 황신부님의 인간적이고 사제적인 면모는 다양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비슷한 윤곽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저도 이렇게 교회의 언론 매체를 통해서 황신부님의 주교임명을 축하하는 대열에 끼어들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반응과 표현들을 황신부님은 전혀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저 또한 형식적인 통과의례 때 사용되는 상투적인 인사말이 될까봐 사양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주교직 임명이 한 개인의 사건이나 영광에 그치지 않고 하느님 백성 전체의 자랑이자 기쁨이기에 평소 황신부님을 대하면서 늘 느껴오던 심경을 단순하게 표현해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새로 주교로 임명을 받으신 황신부님은 어떤 분이냐고 물을 때 저는 황신부님의 안내로 함께 먹었던 음식을 떠올립니다. 부산 대신학교에서 함께 근무할 때인 십여 년 전에 한번은 황신부님이 저에게 복국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동해안 감포 허름한 횟집에서 먹었던 복국에는 조미료가 일절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무우 몇 조각과 콩나물 그리고 복어에서 우러나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인공 감미료에 길들은 입맛에 신선한 감흥을 주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깊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자연스러운 맛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황신부님이 이런 복국과 같은 사제의 맛과 향기를 내면서 살고자 노력해 왔다고 증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빈 겸손 검박 소탈 등은 황신부님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표현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늘 성실하게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온 바탕이 있기에 황신부님은 옳다고 믿는 것에 몸과 마음으로 전력투구하며 전체를 읽는 안목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부분의 고유함을 포착해 내는 혜안도 다양한 사목체험을 통해 터득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사제생활 이십여 년을 한 자리에 뿌리내려 튼튼하게 자라난 나무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 모습을 일관된 자세로 유지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넉넉하고 편안한 사제상을 보여준 성실한 삶은 새로운 소명에 응답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황신부님 본인이야 주교직의 소명을 기대하거나 원의를 가지기는 커녕 피하려고 했겠지만 우리 하느님 백성들은 주님께서 허락하신 이런 칭찬받을 만한 훌륭한 자질과 품성 능력을 겸비한 분이 하느님 사랑의 십자가를 지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정녕 많은 사람들이 그 십자가를 함께 지려는 마음으로 따뜻한 축하를 보낼 것입니다.
■이규정(스테파노)씨
“겸손 청빈 몸에 밴 사제”
성직자이기에 앞서 ‘삶의 참 스승’
존경하는 황철수 바오로 신부님의 주교 임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안질로 텔레비전 대신 라디오를 끼고 사는 집사람이 부산평화방송에서 주교님 임명 소식을 듣고 소리쳤습니다. “황철수 신부님께서 주교님이 되셨어요!”
순간 저는 하느님께 짧은 기도를 올렸습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드디어 우리 교구에도 새 주교님을 보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부디 새 주교님의 건강을 보살펴 주소서.”
그렇습니다. 부산 교구민들은 새 주교님의 탄생을 얼마나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런 가운데 탄생하신 새 주교님이시니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기쁨과 반가움이 저만의 것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민심이 천심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을 흔히 합니다. 또 사람이란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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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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