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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황 발언 파문에 대해

“교황의 말, 그 이면의 고뇌를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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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독일 순방 중이던 9월 12일 레겐스부르크에서 언급한 발언으로 이슬람으로부터 심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교황의 발언에 대해 이슬람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올 초, 유럽은 네델란드의 만평 하나로 몇 개월에 걸친 심한 홍역을 치루었던 것을 상기하면 이 정도의 반발은 예상했어야 할 일이다.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타종교와 타문화에 대한 관용에 비해 이슬람 세계에서의 타종교와 타문화에 대한 관용을 이 두 번에 걸친 사건을 통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교황은 ‘신앙교리성’ 장관시절부터 유럽의 종교적 냉소주의와 세속주의와 탈그리스도교화 현상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안타까움을 지니고 있었던 분이다. 그에게 있어 “우리 안의 양들의 이탈”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특히 9.11사건 후, 서방세계는 이슬람 집단의 테러 위험에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테러범 척결의 명분은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지지를 받았고 부시 대통령은 “지구상의 모든 테러 집단들을 찾아내 저지하고 분쇄시킬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에 전 세계가 나설 것을 촉구하였다.

5년이 지난 지금, 부시의 명분은 미국을 세계에서 고립시켰고, 빈 라덴은 아직도 당당히 생존해 있으며, 반미감정과 알카에다를 세계화시키는 역설적 현상을 낳았다. 9.11 당시 미국의 적은 알카에다 하나였지만, 지금은 세계 도처에서 자생한 이슬람 조직인 ‘미국의 적’이 생겨나고 있고, 그중 하나가 최근에 급성장하고 있는 아프간의 탈레반이기도 하다. 국경을 넘어 국제적인 테러조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정황은 물론, 그 이면에 있는 정치적 이념과 경제 원리까지, 또 그 불똥은 죄 없는 시민에게 튄다는 사실을 라칭거 교황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끊임없는 테러의 위협과 “하느님의 외면화” 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유럽을 교황은 동시에 바라보았다.

그리스도교는 과거의 십자군 전쟁을 통해 어떤 형태의 전쟁도 “성전(聖戰)”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에 대해 교회는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인류에 겸허히 머리를 숙이고 용서를 청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회의 과거사 반성”을 통해 언급했던 내용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이슬람은 “복수”와 “성전”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도처에서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물론 교황의 발언을 단편적으로만 본다면 과격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발언이 담고 있는 내용을 역사적, 상황적 거울에 비춰 본다면, 오히려 그들이 교황 발언 이후 쏟아내고 있는 비방과 협박, 그리고 그들 국가에서의 타종교인에 대한 비관용적 태도에 비할까.

현재 서방세계는 물밀 듯 밀려오는 이슬람을 비롯한 상이한 보수적 성향의 종교들의 홍수에 처해 있다. 거기에 테러와 함께 세속주의와 무신론주의는 계속 확산되고 있으며, 고유한 종교문화의 자기 정체성의 혼란으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이번 교황의 발언은 바로 이 점에 대한 우려를 동향인들에게 한 교황의 엄중한 충고였지, 결코 교황의 실수는 아닌 것이다.

김혜경(세레나.평신도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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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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