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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국종교인평화회의 평양 방문기

남북종교교류…멀고도 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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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6일 평양 장충성당에서 공소예절 후 남한 가톨릭측 대표들과 장충성당 김영일(시몬) 회장 및 성가대와의 기념촬영.
뒷줄 오른쪽 세번째가 변진흥 사무총장.
 
지난 5월 5일부터 5월 8일까지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최근덕 성균관장)를 구성하고 있는 7대 종단 대표 40여 명이 평양을 방문해 장충성당과 개신교 칠골교회, 불교 광법사와 보현사, 러시아 정교회 정백사원 등 북한의 종교시설을 돌아보고, 함께 종교의식을 거행했다. 가톨릭에서는 주교회의 사무총장 배영호 신부를 비롯한 8명이 장충성당을 방문했다. 이번 평양 방문은 KCRP가 북한 조선종교인협의회(KCR, 위원장 장재언)와 공식적인 교류를 갖게 됐던 1997년 5월의 베이징 모임을 기점으로 10년이 경과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사회주의체제인 북한에 과연 종교가 존재하는가를 쉽게 수긍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남북 종교교류 역사가 10년을 헤아린다고 말하면 깜짝 놀란다.

이는 우리 사회가 북한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결과다. 해방 직후 북한은 공산정권을 수립하면서도 6.25 직전까지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유지시켰다. 이러한 사정은 점점 변화되기 시작해 천주교의 경우 1950년 6월 24일 밤에 김동철 신부가 잡혀간 이후 침묵의 교회로 변하고 만다. 이는 개신교나 불교, 천도교의 경우도 다를 바 없었다.

한국전쟁 후 북한이 종교에 관심을 다시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72년 남북공동성명 발표 이후다. 그 후 1970년대 말에 김성락 목사를 비롯해서 해외의 종교인들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물꼬가 트이기 시작, 1980년대에는 해외에서의 접촉이 증가하고 결국 1988년에 평양 장충성당과 봉수교회가 건립되기에 이른다. 1992년에 개정된 북한 사회주의헌법이 신앙의 자유를 명시하게 된 것도 이러한 실체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남북 종교교류는 1995년에 북한이 ‘큰물 피해(대홍수)’와 이를 전후해 고조된 대기근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을 때 KCRP를 중심으로 한국 종교계가 대북 인도적 지원의 물꼬를 트게 되고, 이후에 민족화해협력의 구심점을 이루어 나간 것이 그 원동력을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조선카톨릭교협회(위원장 장재언)와는 가까우면서도 먼 어색한 관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조선천주교인협의회(조선카톨릭교협회의 전신)가 1988년 6월에 발족하고, 그 해 10월에 평양 장충성당이 건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충성당에 신부를 두지 못해 교계제도상의 교회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북한에서 천주교 신자공동체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지 20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충성당 신자공동체의 내용을 알 수가 없고, 이밖에도 교회적인 변화를 전혀 감지할 수 없다는 일종의 불신(?)이 커져가면서 남쪽에서 평양을 방문하는 신부가 미사에 참여하는 북한 신자의 영성체 자격을 확인하기 힘든 경우 성체를 영해주지 않거나 아니면 미사를 집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침이 알려져 그 어색함과 갈등(?)의 폭도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러한 남쪽 교회의 방침에 대해 조선카톨릭교협회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서 좋든 싫든 조선카톨릭교협회를 파트너로 삼지 않을 수 없는 한국교회로서는 앞으로 개신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에 비해 상당한 어려움을 안게 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이 문제는 화해와 일치의 성사인 교회의 존재양식을 대변하는 민족화해의 측면에서 풀어야만 하는지도 모른다. 통일방정식만큼 힘든 숙제가 한국교회에 남아 있다.

변진흥(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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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7-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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