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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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가정 중심 사목으로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송영오 신부(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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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문득, 어린이 미사를 드리며 별로 내키지않는 얼굴로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을 발견하면서 40여 년을 한결같이 똑같은 노래를 부르는 이런 미사가 과연 즐거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봤다.

 70년대초 한국천주교회에서 주일학교가 시작되면서 어린이 미사와 학생 미사는 당시에 아이들에게 좋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또 여름성경학교와 여름수련회는 어린시절 잊지 못할 추억의 장을 마련해 줬다. 세례를 받지 않았어도 여름이 되면 수련회에 따라가고 싶어서 여기저기 성당을 기웃거리는 친구들도 있었고 성당은 어린시절 많은 정보를 주는 삶의 중심에 있었다.

 70년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대에 주일도 없이 일을 해야 했던 우리 부모들에게 자녀교육은 그저 학교에 보내는 게 전부였고 성당에 보내면 신앙교육은 저절로 이뤄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어린이들과 학생들을 위한 청소년 미사가 생겨났고, 청년미사가 만들어졌다. 학창시절 성가대에 들어가 노래와 율동을 배우고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렇게 70~80년대를 보내며 주일학교는 청소년시절에 상당히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고 학교처럼 자녀들을 위한 자모회가 생겨났고 미사도 새벽에서 오전 10시로 시간을 옮겨서 젊은 엄마들을 배려했다. 결국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주일학교는 청소년 사목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9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가정 기능과 교육이 분리됐다. 교육은 입시 위주로 학교와 학원에 맡겨졌고, 가정은 여가와 안식을 누리는 곳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70년대 대가족제도는 핵가족으로 변화됐고, 우리 삶은 기능 중심으로 변화됐고 모든 부분이 물질주의와 개인주의 사조에 물들어 가면서 우리 가정의 모습을 바꿔 놓았다.

 성당은 이제 더 이상 청소년들에게 공감을 형성해 주는 문화의 장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과거 성당이 맡았던 기능은  청소년센터나 수련관에서 대신하게 됐고, 성당 중심으로 문화생활을 하던 엄마들도 다양한 욕구 충족과 자기실현을 위해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일이면, 가족들은 각자 시간대에 맞는 필요한 미사(어린이ㆍ학생ㆍ청년ㆍ새벽ㆍ교중)에 참례했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함께 움직이는 가족 중심으로 변화되어 모두가 함께 미사에 참례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 교회는 아직도 과거 주일학교 운영체제와 계층간을 나눠 놓는 미사를 계속하고 있다. 여름휴가를 겨냥하는 가족 단위 사회프로그램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데도 교회는 아직도 과거 방식을 답습하며 재미 없는 수련회와 여름성경학교를 계속한다. 여름이면 각 본당 교사들은 학생들의 접수를 받기 위해 성당 입구에서 부모들에게 신청을 호소하지만 학생들은 별 관심이 없고, 부모들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놀토(학교 안 가는 노는 토요일)가 되면 주말여행을 떠나는 가족들로 주일미사 참례자가 줄어 성당은 썰렁해지고 시험기간이 되면 학원 수업 때문에 학생미사에 아이들을 찾아볼 수가 없고 고등학생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2학기가 되면 남는 아이들은 고작 중학교 1, 2학년 몇 명뿐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본당사목을 하는 신부 입장에선 답답하기 그지 없다.

 90년대초 보좌신부 시절에는 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수백명이 참례한  어린이 미사가 끝나야 주일을 지내는 것으로 알았고 많은 청년들과 얼굴을 맞대며 시대의 고민을 함께했는데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 우리 나라 출산율은 1960년대 6명에서 2000년대 1.17명으로 떨어졌고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며 모든 것이 가족 중심 사회로 바뀌었다. 이젠 아이들만의 주일학교는 운영될 수가 없고, 어린이와 학생들만을 위한 청소년미사는 공감을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모두가 떠나가고 있다.

 40여 년을 변화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지낸 우리 교회에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고 주일이면 교외로 나가는 가족들로 성당은 비어가고 있다. 소공동체를 외치며 `구역ㆍ반 중심의 사목`을 주장했지만, 반모임에는 나이 많은 노인들과 젖먹이 어린 아이가 딸린 젊은 엄마들이 주류다. 낮에는 집에 사람이 없어 가정방문을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신자들은 점점 본당 신부의 방문을 기피하며 부담없이 필요할 때 신앙을 찾고자하며 모두가 익명화되기를 원하고 있다. 속지주의 원칙의 본당 구역과 교적을 바탕으로 한 신앙생활도 그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제라도 누군가가 "그만"이라고 외쳐야 할 때다.

 더 이상 과거의 구태의연한 조직을 답습하며 계층을 나누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 아무런 반성 없이 똑같은 사목정책을 이어가는 안일한 사목을 펼치는 삶을 살지 않아야 한다. 계속되는 사회 변화에 따라 이제는 구역ㆍ반 중심의 소공동체를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대안(가족 중심)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실행돼온 모든 정책들에 대해 무엇이 문제인지 살피고, 가정 중심의 사목이 되도록 문제점을 살펴야 할 때다.


[가정 중심 사목을 위한 제안]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교회의 새로운 사목방향을 위해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모든 사목을 가정 중심 사목으로 쇄신해야 한다. 결국 모두가 가족 중심으로 변화되는 현실에서 계층별로 나눠 가족을 해체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가족 단위 프로그램과 정책을 세워야 한다.

 둘째, 가정사목을 특수사목이 아닌 기본사목임을 깨달아야 한다. 소공동체는 가장 작은 교회인 가정에서 시작돼야 하며 가정이 모든 사목정책의 핵심이요 기초가 돼야 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가정 공동체」(Familiaris Consortio)에서 어떤 사목계획도 그것이 가정에 미치는 잠재적 충격을 먼저 이해하지 않고서는 착수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70항).

 셋째, 모든 사목은 가정사목과 연계돼야 한다. 가정이 잘못되면 인간 성장도 올바로 이뤄지지 않아 교정사목과 사회복지가 생겨나듯이 청소년과 여성, 노인, 사회복지 등 모든 부분이 연계돼야 한다.

 결국 가정은 "사회에 대한 평신도의 의무가 시작되는 최초 장소로서 생명과 사랑의 요람이요, 인간이 `태어나고 자라나는` 자리이며 `집안교회`로서, 신앙교육을 위한 자연적이고도 기본적인 학교로서 인류의 미래"(「평신도 그리스도인」 40항)로서 신앙을 유지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발달하는 중심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모든 사목이 가정 중심 사목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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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7-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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