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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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 (34) 아시아신학의 흐름과 전망 ② 아시아의 땅에서 인간 존엄성의 온전한 실현을 향하여

대륙 절반 이상 결핍 가난 착취로 고통
가장 가난하고 시급히 주목해야 할 대상 ‘이주민·어린이·여성’
이들 위한 노력, 교회 당연한 사명…복음적 성찰 애덕실천 필요
형제애·연대성 안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랑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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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는 착취당하는 이들을 위해 행동하고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이끌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하여야 한다.
사진은 필리핀 마닐라의 빈민지역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제공하는 무료급식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CNS】
 
 
이처럼 애덕 실천의 사명에 임할 때, 아시아 교회가 특히 관심을 갖고 주목해야 할 것은 이주자들의 문제, 그리고 어린이와 여성의 문제라고 요한 바오로 2세는 강조한다. 먼저, 이주민의 문제에 대하여 설명한다. “아시아는 현재 피난민들, 망명 신청자들, 이주자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례 없는 홍수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라들 안에서 그들은 자주 외롭거나 문화적으로 고립되거나 언어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의 인간적 존엄성과 문화적-종교적 전통을 간직할 수 있도록 지지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아시아 교회는 한정된 자원에서도, 예수님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사람도 이방인이 아니며 그들이 모두 예수님 안에서 휴식을 찾게 됨을 알면서(마태 11,28-29 참조),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들을 위한 환대의 집이 되고자 관대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34항d)

우리나라는 이러한 이주민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이미 많은 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이 국내에서 일하며 살고 있고, 다문화 가정의 수도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교회 차원의 관심과 도움이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더욱 활발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역시 이러한 이주민 문제에 대한 교회적 접근과 배려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인다. 이제 아시아 백성들의 ‘이주와 통합’(migration and integration)이라는 사회 문제는 하나의 중요한 사목적, 신학적 성찰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한편, 요한 바오로 2세는 고통받는 어린이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또한 표명한다. “어느 누구도, 단지 개인들이 저지른 악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종종 부패한 사회 구조의 직접적 결과이기도 한 견디기 힘든 착취와 폭력의 희생자로 전락하고 있는 아시아의 수많은 어린이들의 고통에 무관심할 수는 없습니다. 주교대의원회의 교부들은 어린이들의 노동, 어린이에 대한 성도착증, 그리고 마약 현상은 이들을 가장 직접적으로 감염시키는 사회악임을 강조하였으며, 이러한 병폐들이 빈곤과 결함 있는 국가 발전 계획과 같은 또 다른 요인들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지적하였습니다. 교회는 가장 착취당하는 이들을 위하여 행동하고 어린이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이끄는 길을 모색하고자 이러한 악들을 극복하려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여야 합니다.”(34항f)

그리고 여성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아시아에서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자주 가정이나 직장 그리고 심지어 법적 제도 안에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문맹은 여성들 사이에 가장 널리 퍼져 있으며, 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매춘이나 관광 그리고 유흥 산업을 위한 상품들로서 취급되고 있습니다. 온갖 형태의 불의와 차별에 대항하는 투쟁에서 여성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동맹군을 발견하여야 합니다.”(34항g) 이러한 성적 차별 속에 아직도 여성 인신매매가 횡행하며, 낙태와 미혼모의 문제 역시 심각한 상황으로 돌봄의 손길을 기다린다. 아시아의 여러 곳에서 “여자아이들은 낙태로 희생될 위험이 많으며, 심지어 태어나자마자 곧 죽게 될 위험에 놓이기도 한다”(7항f)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광대한 아시아 대륙을 이슬람권의 중앙아시아 지역을 제외하고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해본다면, 요한 바오로 2세가 언급한 어린이와 여성의 문제 혹은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인 고립 상태에서 살고 있는” 토착원주민들의 문제(참조: 7항f. 34항e)는 동북아시아(한국,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등)에도 어느 정도 해당하지만, 주로 동남아시아(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나 서남아시아(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에서 더 심각하게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시아적 형제애와 연대성 안에서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한 복음적 성찰과 애덕 실천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처럼 아시아신학은 성령의 인도를 따라 아시아 대륙에서 시대의 표징과 복음적 사명을 식별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 아시아의 땅 위에 계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깨닫고자 애쓰며, 그 구원의 아름답고 역동적인 힘이 이 세상에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박준양 신부는 1992년 사제로 서품,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의신학 전공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신학과사상학회 편집위원장 및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FABC 신학위원회 전문신학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의신학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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