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대림 제3주일] 한글 배우고 첫 성탄 카드 만든 시메온학교 어르신들

주름진 손으로 삐뚤빼뚤 적은 카드에 설렘 한가득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시메온학교 어르신들이 지금까지 배운 한글 실력을 발휘해 가족들에게 성탄 카드를 정성껏 쓰고 있다.
 
 
   "이렇게 써도 말이 돼요?"

 "받침이 너무 어려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려면 `받으세요`를 어떻게 써요?"

 9일 서울 종로성당 4층 서울시니어아카데미(담당 홍근표 신부) 교육실. 어르신 10여 명이 돋보기 안경을 고쳐 쓰며 글씨를 지웠다 썼다 반복한다. 서울시니어아카데미가 마련한 문해교실 `시메온학교`(교장 김성자) 수업 현장. 3월부터 한글을 배워온 어르신들이 사랑하는 남편과 자녀, 손주에게 정성스럽게 성탄 카드를 써 내려간다. 성탄 카드는 색종이를 접어 직접 만들었다.



 
▲ 시메온학교의 한 어르신이 성탄 카드를 만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 시메온학교 어르신들이 교사들 도움을 받아 성탄 카드를 만들고 있다.
 


 
▲ 어르신들이 손수 만든 카드들.
 

 "여보, 세해 복만 받드시오. 오해도 건강하새요."

 "신부님, 성탄 축하나다. 우리 이곳셋 공부하게 해주섰 감사함리다."

 "사랑하는 아들, 성타 마지하에(맞이하여). 아들아. 하느님 감사들니다."

 손에 연필을 꼭 쥐고 한 글자씩 써 내려가는 어르신들 눈빛이 진지하다. 받침이 바로 생각나지 않는 글자는 우선 자음과 모음을 적어 놓고 한참을 들여다본다. 지우개로 지웠다가 연필로 다시 쓰기를 반복한다. 연습장에 편지를 미리 써놓고 그대로 옮겨 적는 학생도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 김성자(임마쿨라타, 한국여성생활연구원 부원장) 교장이 돌아다니면서 "남편에게 쓰는 건 틀리지 말고 잘 쓰셔야 한다"고 하니, 이곳저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경기도에서 1시간 넘는 거리를 통학하며 한글을 배우러 오는 김영자(가명, 59)씨는 남편에게 첫 성탄 카드를 쓰고 성탄의 기쁨을 나눴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한 김씨는 결혼한 지 36년 만에 한글을 배웠다.

 뒤늦게 까막눈에서 벗어나

 "한글을 모르니깐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많더라고요. 늘 자신이 없었는데 한글을 알아가는 기쁨이 생기면서 자신감도 함께 얻었습니다."

 김씨는 "처음 가족들이 모르게 다녔는데 지금은 온 가족이 함께 응원해주고 있다"며 "한글교육을 받으면서 신앙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예비신자 교리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50살 넘은 아들에게 성탄 카드를 쓴 김 모니카(75)씨는 "성경을 읽을 줄 몰라 반모임에 나가면 항상 주눅이 들었다"며 "`이건 아니다` 싶어 시메온학교를 다니게 됐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이름 석 자만 쓰고 읽을 줄 알았던 김씨는 성경을 읽을 줄 아는 눈을 성탄 선물로 받았다.

 그는 "성경이 눈에 들어오는 게 신기하고 기쁘다"면서 "배우는 게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씨는 6ㆍ25전쟁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장사하는 동안 살림을 꾸려야 했다. 학교에 다닌다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20년 동안 식복사로 일한 김 데레사(73)씨는 친구 소개로 시메온학교를 알게 됐다. 다리 부상으로 초등학교 1학년을 한 달만 다니고, 그 후론 학교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가정형편이 녹록지 않아 이른 나이에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김씨는 "한글을 배운 것도 기쁘지만 워낙 사람 사귀는 것을 어려워하는 성격이었는데 이곳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



가톨릭평화신문  2013-12-1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3

시편 90장 16절
주님께서 하신 일이 주님의 종들에게, 주님의 영광이 그 자손들 위에 드러나게 하소서.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