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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고해성사, 내 영혼이 하느님과 대화하는 거대한 축복

잊지 못할 경험을 통해 신자들이 바라는 고해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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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세페 몰테니 작 `고해성사`, 1838년, 유화, 이탈리아 스칼라 광장 갤러리.
 
   가톨릭 신자에게 빼놓을 수 없는 특권(?)이 있다면 무엇일까. 지은 죄를 고백하고 보속을 통해 용서받을 수 있는 고해성사일 것이다. 고해성사를 보는 신자들 모습도 각양각색이지만, 성사를 주는 사제의 특성도 다양하다. 그만큼 신자들 반응도 호불호가 갈린다.

 고해성사가 신앙생활에 기쁨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신자에게는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마음의 부담` 혹은 `불편함`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신자들은 고해성사를 본 뒤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또 어떤 고해성사를 원하고 있을까.

 신자들은 고해하러 왔다는 그 자체를 사제들이 기꺼이 북돋아 주길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죄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본인의 상황을 먼저 공감해 주고 이해한 뒤에 이를 보듬으면서 시작하는 성사를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변상진(라우렌시오, 26, 수원 하안본당)씨는 지난해 수도회 피정 중에 본 고해성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했던 변씨는 피정 프로그램 가운데 열린 고해성사 시간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교리교사를 해야 하는데 자꾸 일로만 느껴진다"며 "일로 느껴지다 보니 사람들을 미워하게 되고 학생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베풀지 못하고 있다"고 고해했다.

 변씨는 성사를 주는 한 사제의 모습에 감동했다. 훈계하기보다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이해를 해주며 긴 시간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변씨 마음을 다독여 줬다. 변씨는 이 성사를 계기로 교사 자신의 신앙이 충만해져야 학생들에게 올바른 신앙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윤희(미카엘라, 32, 서울 대치동본당)씨는 주일에 시간이 되지 않아 평일에 고해성사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구씨는 "신부님께서 평일에 성사를 보러 왔다는 자체에 대해 칭찬해 주셨다"며 "`평일에 와서 고해하는 게 얼마나 아름다우냐`고 격려해주셔서 기분이 참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구씨는 "죄를 고하러 갔을 때 자신도 부끄럽고 민망한 경우가 많다"며 "신부님께서 `어디 가서 신자라고 말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느냐` 혹은 `신앙심이 계속 유지가 되고는 있느냐`고 반문하시면, 고해성사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분명 거부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로 고해성사의 기쁨을 채우지 못하는 신자들도 있다. 김 아녜스(56)씨의 경우도 사제에게 단순히 죄의 용서만이 아니라 따뜻한 공감을 통한 다독임을 원하고 있었다.

 김씨는 "기도를 열심히 하는데도 아직 냉담하며 성당에 나가지 않는 아들이 걱정"이라며 "가족 간에 생기는 갈등을 반성하며 제 잘못을 뉘우치고 왔다"고 고해했다. 김씨는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죄를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 곳이 고해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부에게서 돌아온 답은 "그건 고해가 아니고 면담에서나 얘기할 일"이었다.

 당황한 김씨는 "무엇을 어느 선까지 고백할 수 있는 것인지 신부님마다 기준이 달라 헷갈린다"며 "성사 후에도 홀가분하지 않고 마음이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주일학교 교감인 이 마리아(23)씨는 본당에서 고해성사를 보다가 민망한 경험을 했다. 주일학교 봉사를 하면서 담당 신부와 마주할 일이 많았던 이씨는 고해를 하고 나서 신부의 짓궂은 말투에 당황했다.

 본인의 목소리를 알아챈 신부가 이씨에게 "네~ 선생님" 혹은 "응 그래 OO야"라고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다른 곳에 가서 말씀을 안 하신다는 것은 분명 알고는 있지만, 신부님이 제가 주일학교에서 누구를 미워한다거나 말 못할 힘든 일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매년 판공성사 철이 돌아오면, 손님 신부님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성사를 보거나 다른 본당에서 성사를 보고는 한다"며 "같이 일하는 신부님에게는 고해성사를 볼 용기가 나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때로는 고해사제의 따끔한 지적과 충고가 `사랑의 채찍`이 돼 고백자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고해사제의 `작은` 배려가 신자들에게는 죄 사함의 의미를 넘어선 일상의 `큰` 위로로 돌아온다. 따뜻한 공감, 포근한 위로,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해성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강성화 기자 michaela25@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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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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