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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성월] 순교자의 모범 어떻게 따를까?

그리스도적 가치 지키며 이웃 사랑하고 섬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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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순교자 성월을 지내고 있다. 목숨과 맞바꾸며 이 땅에 신앙의 기틀을 마련했던 신앙선조 124위가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복자 반열에 오르는 기쁨을 가득 안고 맞은 순교자 성월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신자들은 순교자들의 신앙을 되새기며 그들의 모범을 따르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오늘날 신자들은 박해시기 신자들처럼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할 일은 없다. 순교를 ‘신앙을 위한 죽음’으로 해석하면 그렇다.

그래서 교회는 순교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 이웃을 위해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도 피를 동반한 죽음만큼이나 가치 있는 순교로 인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신자들은 순교자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했다는 ‘죽음’보다는 그들이 어떻게 신앙을 살아냈는지 그들의 ‘삶’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순교기록을 살펴보면 박해시기 신자들의 생활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궁핍했다. 박해를 피해 산골로 숨어들었기에 거처할 곳도 마땅치 않았고 먹을 것, 입을 것도 제대로 없었다. 게다가 발각되면 즉시 잡혀가 엄청난 고문에 시달리다 결국 죽게 될 처지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신자 공동체엔 그 어떤 두려움이나 원망이 없었다. 그들은 서로 돕고 의지하고 주님의 말씀대로 사는 삶에 기뻐했다. 세상의 눈으로 바라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삶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4위 시복미사 강론에서 “순교자들은 우리 자신이 과연 무엇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런 것이 과연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우리에게 도전해 온다”고 말했다.

오늘날 신자들은 순교자의 삶에서 그리스도를 첫 자리에 둔 믿음이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다. 박해시기 신자들은 신앙을 따를 것인지, 세상을 따를 것인지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신자들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에 박해와 죽음이 놓여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재산과 땅, 특권과 명예 등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망설임 없이 그리스도를 택했다.  

오늘날 신자들이 이러한 순교자의 모범을 따르는 것은 신앙에 도전을 해오는 수많은 세속적 가치에 맞서 그리스도의 가치를 지켜내는 일이다. 삶의 첫 자리를 돈과 명예, 권력 등 세상의 것에 내어주느라 주님을 멀리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준성(서울대교구 서소문성지 담당) 신부는 “우리가 듣는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에서 하느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 말씀대로 사는 것은 현대의 순교라 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는데, (우리는 그것들을) 기쁘게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자들이 주목해야 할 순교자들의 또 다른 모범은 사랑을 실천하는 ‘애덕’(愛德)에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복미사에서 “형제들의 필요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던 순교자들의 모범은 신앙생활에서 애덕의 중요성에 관한 가르침을 준다”며 애덕의 정신을 특별히 강조했다.

애덕은 사랑하는 데만 머무르지 않고 나눔이 뒤따르는 실천적 삶이다. 차기진(루카, 청주교구 양업교회사연구소장) 박사는 “순교자들은 교리의 가르침을 그대로 살았던 사람들로, 애덕의 실천자라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시기 신자들은 공동체(교우촌)를 이뤄 살면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충실히 살았다. 신분에 따라, 가진 것에 따라 상대방을 구분 짓고 차별하며, 이웃의 고통에 눈감는 것은 그들이 배운 신앙이 아니었다. 그들은 당대의 엄격한 신분사회를 뛰어넘어 한 형제자매로 서로를 존중했고, 서로를 보살폈다. 박해시기 교우촌이 신앙 안에서 한마음 한뜻이 돼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던 ‘초대 교회의 공동체’(사도 4,32-37)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황은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형제자매들에게 뻗치는 도움의 손길로써 당신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요구하시며 그렇게 계속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오늘날 신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음을 지적하며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사랑을 실천하기를 촉구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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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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