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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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하늘로 띄우는 편지] 세월호 희생자 남윤철(단원고 교사)씨의 어머니 송경옥씨 편지

너를 품고 부끄럽지 않은 삶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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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칠 수 없는 편지가 있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한 자 한 자 담아 ‘사랑하는 OO가’라는 마지막 인사까지 넣고도 부칠 수 없는 편지…. 바로 세상을 떠난 이에게 쓰는 편지다.

사랑하는 사람을 하늘에 보낸 가족은 그들이 읽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종이에 마음을 담는다. ‘하늘에서는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으로 한 통 한 통 서랍 속에 편지를 채워 넣는다.

세상을 떠난 이를 기억하고 기도하는 위령성월을 맞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가족의 편지를 소개한다.

올 한해 온 국민의 마음을 울렸던 세월호 희생자 박성호(임마누엘, 18, 단원고 2학년 5반)군의 누나와 남윤철(아우구스티노, 35, 단원고 2학년 6반 담임) 교사의 어머니가 쓴 편지다. 박성호군은 사제를 꿈꾸던 예비 신학생이었고 남윤철 교사는 제자들을 대피시키다 세월호에서 나오지 못한 의인이다. 지면을 통해 띄우는 편지가 하늘에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 생전의 남윤철 교사.
 
네 이름을 다 부르기도 전에 엄마는 또 눈물을 쏟는구나.

너는 엄마에게 있어 너무도 특별한 아들이었기에 네 이름은 그냥 단순한 이름이 아니란다.

윤철이라는 이름 속에는 너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의 흔적이 오롯이 담긴 엄마의 ‘인생’이 있어. 그런 네가 없는 엄마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엄마의 이런 모습에 네가 마음 아파할 줄 알면서도, 아직은 너무 보고 싶어 울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수가 없구나. 요즘 들어 부쩍 네가 세상에 태어나던 날이 많이 떠오른단다.

너도 알고 있지? 엄마가 너를 갖고 많이 아팠던 일. 그때 병원에서는 산모라 치료의 한계가 있다며 조심스럽게 유산을 언급했지만, 엄마는 너를 지키고 싶었어. 그래서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최대한 태아에게 지장을 주지 않는 치료를 하기로 했고 덕분에 너를 안아볼 수가 있었단다.

그런 네가 자라면서 엄마가 제일 듣기 좋았던 칭찬은 ‘윤철이는 어떤 친구들하고도 잘 어울리는, 친구를 차별하지 않는 아이’라는 선생님들의 말씀이었단다.

그리고 또 얼마 전 네가 얘기했었지? 네가 우리에게 둘도 없는 귀한 자식이듯 모든 학생 또한 그들의 부모님들에게는 귀한 자식이라는 생각에 어떤 아이에게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존중하고 배려하게 된다는 너의 마음이 어릴 때의 그 차별 없던 너의 본성과 합쳐져 지금 교사로서의 모습을 완성했다는 확신이 드는구나.

이처럼 제자들에게 다정했던 너는 엄마에게도 참 자상한 아들이었어.

누구보다도 엄마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엄마를 걱정해 주던 아들!

그런 네가 떠나기 한 달 전 공연 관람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연극 티켓을 준비하고, 그 날 하루 일정을 미리 다 계획해 놓은 너의 자상함 덕분에 정말 행복했단다.

그리고 너를 떠나보내기 이틀 전 아빠와 함께 셋이서 여유롭게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네가 있어 정말 든든하고 의지가 됐었는데…. 그래도 아빠 말대로 참 스승의 모습으로 남아줘서 자랑스럽다.

항상 아빠의 건강을 걱정하고, 멀리 사는 누나를 많이 보고 싶어 했던 너.

누나도 너를 보내고 많이 힘들어한단다.

이처럼 너를 잃은 큰 슬픔을 우리에게 신앙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하느님께서는 비록 큰 고통을 주셨지만, 또한 과분할 정도로 많은 사람의 기도와 사랑으로 위로하게 해 주시니, 너를 데려가심이 하느님의 계획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

더구나 교황님과의 만남! 네가 아니라면 정말 꿈이라도 꿀 수 있었겠니?

너무나도 인자하게 바라봐 주시던 교황님의 그 눈빛과 미소, 힘주어 잡아 주시던 따뜻한 손의 온기가 지금도 느껴지는구나. 그런 교황님의 위로가 정말 큰 힘이 되었단다.

요즘 우리는 매일 아침 주모경을 시작으로 너를 가슴에 품고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살 것을 다짐하며 따뜻한 포옹으로 하루를 시작한단다.

윤철아! 그동안 엄마 아빠의 아들로 살아줘서 고맙고, 행복했다.

끝까지 정의로운 모습으로, 엄마 아빠가 당당하게 살 수 있게 해줘서 정말 자랑스럽구나.

이제 하느님 품 안에서 여기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고 편안히 푹 쉬어라.

정말 많이 많이 사랑한다. 우리 아들.



엄마가

송경옥(모니카, 청주교구 내덕동주교좌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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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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