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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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 존엄한 죽음, 100만 명 중 18명만 혜택 받아

호스피스 현황과 실태, 활성화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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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말기 환자들이 하느님께 가기 전까지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봉사자들이 10월 30일 한 어르신 환자에게 성가와 가요를 불러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 이힘 기자

“조카는 집에서보다 병원에서 지내는 게 더 편하다고 해요. 같은 진통제를 먹어도 병원에서 먹을 때 더 안 아프다고 합니다. 의료진이 극진히 돌봐준 덕분인 것 같아요.”

10월 30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 센터(이하 호스피스 센터)에서 만난 유방암 말기 환자의 이모 오민진(가명, 57)씨는 “가족과 이별을 앞둔 환자들에게 호스피스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면서 호스피스 시설이 전국에 더 많이 세워지기를 희망했다.

통증이 완화돼 이날 퇴원하는 조카를 도우려 병원을 찾은 오씨는 “서울성모병원은 가정 호스피제도가 잘 돼 있어서 집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환자는 물론 오랜 병구완으로 지친 가족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만족해했다.

오씨 조카처럼, 생애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호스피스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인간다운 죽음을 준비하도록 돕는 ‘구원의 손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오씨 조카처럼 생애 마지막 몇 달을 호스피스에서 보낼 수 있는 국민은 100만 명에 18명에 불과하다.

 
 

 
10월 12일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호스피스 시설은 전국에 54개이며 병상 수는 883개다. 이는 인구 100만 명당 18개 병상으로, 100만 명당 30개 병상을 가진 대만과 50개 병상을 가진 영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호스피스 시설이 이처럼 부족하다 보니, 매년 국민 20만 명이 암과 만성질환 등으로 고통스럽게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있다.

전국 54개 호스피스 시설 가운데 종교계 호스피스는 모두 22곳(40.7). 이 가운데 천주교계 시설은 갈바리의원ㆍ대구가톨릭대병원 등 16곳(72.7)에 이른다. 나머지는 모두 개신교계(6곳, 27.3)다.

국내에 호스피스 시설이 부족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식 미흡’을 먼저 꼽았다. 호스피스가 말기 환자들을 위한 완화의료 시설이기에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는 부정적 시각과 함께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오해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장 라정란(헨리코) 수녀는 “죽음을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자식 된 도리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받게 하려는 국민 정서상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많은 병원에서 호스피스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수익성 논리로 따져 ‘돈이 되지 않는’ 호스피스에 대한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를 예로 들면 일반 병동은 같은 면적에 44개 병상을 둘 수 있지만, 호스피스 병동의 병상은 23개에 그친다. 일반 병동과는 달리 호스피스 병동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뿐 아니라 원목자(사제 등)와 사회복지사, 봉사자가 팀을 이뤄 활동하기에 인적 구성원도 매우 많다. 게다가 환자 가족들을 위한 교육ㆍ휴식 공간도 별도로 둬야 한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인건비는 배로 드는데 반해 치료를 위한 처방이나 값비싼 검사를 받지 않으니 수익성이 떨어진다.

제도도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2003년 정부가 ‘호스피스 법제화 계획’을 내놓고 호스피스 의료 수가 체계(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병원비)를 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11년째 수가를 책정하지 못하고 있다.

천주교가 호스피스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기에 인간이 어느 생명보다도 존엄하다는 교회 가르침에 입각한 것이다.

가톨릭대 간호대학 호스피스연구소 교육 담당 전혜숙(미카엘라) 간사는 “인간이 태어났을 때 환영받은 것처럼 죽을 때 역시 환영받아야 한다”며 “인간이 죽음 앞에서 존엄성을 잃지 않고 품위 있는 죽음을 통해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일이 호스피스”라고 말했다.

호스피스 서비스(서울성모병원 기준)는 대개 독립된 병동에 입원해 호스피스팀이 24시간 돌보는 ‘병동형 호스피스’와 일반 병동에 입원한 대상자를 호스피스 팀이 방문하는 ‘분산형 호스피스’, 집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내는 ‘가정형 호스피스’로 나뉜다. 통증이 심하다거나 의료진 진료가 시급한 환자가 병동에서 머물다가 증세가 완화돼 가정으로 돌아가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

호스피스 관련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호스피스 봉사자 기초 교육이 있고, 호스피스 실무자를 위한 연수 교육, 간호사를 위한 보수 교육도 있다. 호스피스 가족을 위한 교육도 있다. 가톨릭대 간호대학은 1996년 국내 유일의 호스피스연구소(소장 용진선 수녀)를 설치, 교육 및 연구 사업과 국제 교류 등을 통해 호스피스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가톨릭생명윤리 교구장 자문단(단장 구인회 교수)가 ‘호스피스 활성화’를 위한 특별전담팀(TFT)을 구성했다. TFT는 격주 회의를 통해 호스피스 활성화 방안은 물론, 정부의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

▶심포지엄 기사 18면

호스피스 약사

우리나라 호스피스 역사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1965년 강원도 강릉에 갈바리의원을 개원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춘천교구장 박 토마(토마스 퀸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주교 초청으로 호주 성령관구에서 입국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은 진출 2년 만에 호주ㆍ독일ㆍ미국에서 후원을 받아 갈바리의원을 세운 것이다.

6ㆍ25전쟁 후 병들고 갈 곳이 없는 이들, 가난한 이들이 넘치던 시대였기에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던 상황에서 호스피스 병동을 세운 수녀들의 결정은 수십 년 앞을 내다본 선구자적 시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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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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