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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 그리스도인의 죽음

인위적 죽음 아닌 존엄한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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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모든 것엔 죽음이 있다. 삶과 죽음은 하나로 연결돼 있지만, 사람들은 삶과 죽음을 별개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삶은 축복과 희망, 기쁨으로, 죽음은 고통과 아픔, 두려움으로 여긴다. 삶은 시작이고, 죽음은 끝이다.

그러나 가톨릭 신앙에서 죽음은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사는 삶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가톨릭 교회는 죽음을 거부하고 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받아들이라고 가르친다. 예수 그리스도 역시 죽음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였다. 예수에게 죽음은 성부의 뜻에 순명하고(마르 14,36), 성부의 손에 자신을 내맡기며(루카 23,46), 자신의 사명을 완성하는(요한 19,30) 것이었다.

가톨릭 교회는 또한 말기 암 환자처럼 병마와 사투를 벌이는 이들이 인간다운 품위를 지키며 다가오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돕도록 강조한다.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데도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에 의존해 무의미하게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자발적 의지가 아닌 기계에 의존해 유지하는 삶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가 호스피스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용이 크게 들고 위험하며 특수하거나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의료 기구의 사용 중단은 정당할 수 있다. 그런 경우는 ‘지나친 치료’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것은 환자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막을 수 없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78항).

이는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와는 다르다. 치료를 해도 더 이상 생명을 연장할 수 없을 경우,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 생명을 단축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죽음이 임박한 것으로 여겨지더라도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인 돌봄, 물과 음식물 공급, 기관지 분비물 제거, 욕창 관리와 위생 관리 등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안락사를 찬성하는 이들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편안한 죽음을 맞도록 도와준다고 주장하지만, 인위적으로 죽음의 시간을 앞당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삶과 죽음은 하느님의 영역이며, 인간은 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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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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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 5장 34절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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