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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수(1927~), 기다림, 1970년, 유채, 145x112cm, 작가소장,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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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언덕에서 세 남매가 고기잡이 하러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였지만 아버지의 작은 배는 보이지 않는다. 오랜 기다림에 지친 동생들에게 맏이는 손을 뻗어 아버지 일터인 바다를 가리키고 있다.
아직 동생들은 아버지 배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맏이는 드넓은 바다에 작은 점처럼 떠있는 아버지 배를 발견했다.
맏이의 가슴에 힘없이 기대고 있던 막내도, 언덕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둘째도 벌떡 일어나 그 배를 발견하고 기뻐할 것이다. 머지않아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이들의 발걸음은 얼마나 즐거울까.
한 해의 마지막이 가까워오는 이 시점에 세 남매처럼 우리도 한 분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믿고 따른 예수님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분께서는 이미 2000여 년 전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해 이 세상에 오셨지만 우리는 전례주년 안에서 그분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며 준비한다.
우리에게 예수님은 저 멀리 계시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과 4주 후면 그분의 성탄을 맞이하게 된다. 예수님은 저 멀리 계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삶 가까이 다가와 계신다.
아버지의 배가 세 남매 가까이 다가오듯이, 예수님도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신다. 지는 해가 서쪽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것처럼, 예수님은 온 세상을 구원의 빛깔로 물들이기 위해 다시 찾아오신다.
정웅모 신부(서울 장안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