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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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오뚝이와 같은 삶 / 채유호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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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교에서 지내며 실패상황을 맞이하는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괜찮다’는 표현입니다. 시험을 망쳤다며 찡얼대는 친구들에게도 “괜찮다! 다음에 기회가 또 있잖아! 그리고 이번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이 분명 있을거야! 힘내!”라며 격려해줍니다.

가끔 뜨거운 사랑을 하다가 이별을 맞이한 친구들이 울면서 오기도 하는데, 그 친구들에게도 “괜찮아!”라는 말을 건넵니다. 더 나아가 이별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는 소중한 경험을 한 것이라며, 오히려 ‘이별 축하 파티’를 열자고 말합니다. “신부님! 놀리지 마세요!”라며 화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 한번 이별을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고 배울 수 있는 긍정적인 시간으로 만들어가자며 친구들을 설득합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숱한 실패의 연속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패의 슬픔과 무기력 속에 무너지고 쓰러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자기 인생에 있어 마음에 드는 성공 사례를 찾는 일보다 실패했던 순간을 찾는 일이 훨씬 더 쉽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거듭되는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갑니다. 어른이 되었다한들 실패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성장 과정 속에서 얻은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법을 알고 있기에 실패를 하더라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것이겠지요.

실패의 과정 속에서 무기력을 체험하는 학생들에게 어른으로서 또 신부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점이 있다면,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법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령 갓난아기를 키워내는 부모의 마음이 저의 마음과 비슷할 겁니다. 부부의 사랑으로 한 아기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합시다. 아기 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우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아기는 조금씩 힘을 키워 뒤집기를 하고 일어서기도 하며 한 걸음씩 내딛는 법을 배웁니다. 걸음마를 배울 때는 걷다가 쓰러지는 실패를 맞이하고 울기도 합니다. 수십, 수백 번의 넘어짐이 있지만, 딛고 일어서기에 자신의 힘으로 걷고 뛰는 성공을 체험합니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채워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는 곳이 아닙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곳이며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배우고 익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숱한 도전과 실패, 좌절과 딛고 일어섬이 역동적으로 그려지는 삶의 공간이 바로 학교입니다. 새 학기에도 모든 학생이 어떠한 시련에도 딛고 일어서는 오뚝이와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청합니다.
채유호 시몬 신부
효명중·고등학교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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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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