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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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성당에서의 이야기 /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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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은 처음 갔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굉장히 신기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가면 조용하게 기도하는 공간이지만 아는 사람이나 친구를 만나면 다들 반갑게 인사한다. 무언가를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답해 주시고 다들 본인들의 일에 열중하고 계신다. 현대 사회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유대감 같은 것이 성당에는 있는 것 같다.

성당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어릴 때의 나처럼 부모님 손을 잡고 따라온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나 이미 성당에 다니신지 오래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아니면 친구를 따라온 사람 등등. 굉장히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모인다. 그럼에도 성당에서 난잡하다는 분위기를 받아 본 적은 없다.

게다가 처음 오는 사람들도 처음 성당을 오기 전에는 성당이 딱딱하고 기도만 하는 분위기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집에 갈 때쯤 되면 생각이 바뀐다. 그냥 기도만 하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고, 근황을 묻는 소통의 장이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우리 본당은 그랬다. 신자분들이 미사에 참례하거나 따로 기도를 하실 때는 아주 열심히 하시다가 기도가 끝난 후 반가운 사람을 보면 이야기꽃을 피우신다. 나는 그게 몹시 좋았다. 교회 밖, 그러니까 요즘 사회에는 없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사람다움’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본, 성당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어르신들이었다. 그리고 요즘은 대부분 조부모님을 모시는 집이 많지 않다보니 집에 혼자 계신 어르신 분들이 많다. 성당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내가 딱히 말을 걸지 않아도 곤란해 하거나 뭔가를 찾고 있으면 먼저 와서 도움을 주신다.

어릴 때 낯선 장소가 무서웠던 나에게 한 할머니께서 나이나 이름같이 사소한 것을 물어봐 주신 적이 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대화를 할수록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 아마도 내가 새로운 장소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고 도움을 주신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잘 몰랐지만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 감사한 분이셨다. 그밖에도 성당 어르신 분들께서 도움 주신 것이 참 많다. 간식을 사주시거나, 먼저 말을 걸어주시거나, 모르는 것을 알려주시는 등…. 전부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성당에서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든 생각이 있다. 큰 도움은 못 드려도 혼자 계신 어르신 분이나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대단한 일은 아니다. 어떤 문제가 있으신데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나는 듣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냥 먼저 가서 인사하고 간단한 안부를 여쭤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걸로 내가 받은 도움들을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상우 마르코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졸업단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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