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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사] "시대의 요청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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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4월 1일, 청년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에 의해 창간된 가톨릭신문이 드디어 80주년의 역사적인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교회언론의 효시

오늘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청년 선각자들로 하여금 예언자적 소명을 실천하도록 섭리하신 하느님께 모든 기쁨과 영광과 감사를 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암울했던 교회 현실 속에서, 놀랍게도 20대에 불과한 평신도 젊은이들을 통해 당신의 구원 경륜을 드러내는 교회 언론의 효시를 이루도록 허락하셨습니다.

또한 예수님의 수태고지(受胎告知)에 망설임 없이 순명하신 성모님과도 같이, 시대적 소명을 자각하고 자발적인 헌신으로 투신한 가톨릭신문 창간의 주역들에 대해서도 경탄과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가톨릭신문은 수없이 많은 고통과 수난, 그리고 감격과 환희의 순간들을 교회와 함께, 민족과 함께 해왔습니다. 하지만 “쉴 수는 있지만 멈출 수는 없다”는 불굴의 의지와 복음적 사명감으로 지난 80년 세월을 한결같이 ‘소식보도’, ‘보조일치’, ‘조국성화’의 사시에 따라 오로지 민족 복음화에 매진해왔습니다.

순교의 피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투철한 순교 정신과 깊은 신앙심으로 투신의 자세를 다져야 할 때입니다. 세속이 거룩함을 압도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가치와 세상의 가치 사이에서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주님께서 선포하시고 교회가 가르치는 복음의 진리가 거짓된 가르침들 사이에서 우리의 식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순교자들의 후손인 우리들에게 순교의 현대적 의미는 세상의 가치로 이끌리는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고, 하느님의 가치로 새롭게 생명을 얻어 누리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마치 신앙 선조들께서 자신의 목숨으로써 신앙의 자유를 얻었듯이 말입니다.

가톨릭신문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이것입니다. “맹세코 내 입술은 허위를 말하지 않고 내 혀는 거짓을 이야기하지 않으리라”(욥기 27, 4)는 욥의 다짐은 곧 하느님의 진리를 선포하는 우리들의 자세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그 지혜를 구하고자 합니다. 이미 하느님께서 주시는 지혜를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 가운데에 누구든지 지혜가 모자라면 하느님께 청하십시오…그러면 받을 것입니다.”(야고 1, 5)

은총으로 내려주신 지혜로써 하느님의 진리를 식별해 그것을 세상을 향해 선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가톨릭신문의 사명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생각에서 우리의 선각자들께서도 진리에 도전하는 세상을 향해 “눈 있는 자 어서 보라. 입 있거던 말할지며 용맹커던 도전하라”며 세상 만물이 “만고의 진리에 항복하리라”고 창간사에서 당당하게 선포했던 것입니다.

역사적인 80주년을 맞은 가톨릭신문은 지난 80년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오늘 우리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신자 재복음화 도구

-우리시대의 가장 긴급한 요청은 무엇보다 성숙한 신앙입니다. 정보 사회, 다원주의 사회에서 가톨릭 신앙의 정체성 확립은 막중한 시대적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가톨릭신문은 신자 재복음화의 강력한 도구로 거듭 태어날 것입니다.

-아시아 복음화의 과제는 보편교회가 주목한 시대의 징표입니다. 제삼천년기 아시아 복음화는 성령의 인도에 힘입어 아시아 민족들이 스스로 이뤄야 하며 이를 위한 아시아 교회들간의 연대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합니다. 창간 80주년을 맞아 연중 기획한 ‘아시아 교회가 간다 II’와 ’아시아 가톨릭 신문 협의회‘(CCNA)의 결성은 아시아 교회들의 연대 실현 모색의 일환이며,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되고 확대될 것입니다.

- 민족의 화해와 일치는 여전히 분단의 현실 속에 놓여 있는 우리들의 지상 과제입니다. 앞으로도 가톨릭신문은 교회와 함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여정을 함께 걸어 갈 것입니다. 특히 그 여정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드리는 우리 민족의 기도를 통해 가능합니다.

-‘죽음의 문화’가 만연한 오늘날 ‘생명의 문화’ 건설은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간직하고 꽃피워야 하는 교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입니다. 인간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복음은 우리 삶을 통해 드러나야 하며, 문화는 우리 삶의 총체입니다. 그래서 문화의 복음화는 교회와 세상에 복음의 뿌리를 내리게 하는 사목적 과제입니다. 이에 따라 가톨릭신문은 우리 사회의 문화에 가톨리시즘이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특별히 정보사회가 가져오는 문화적 변화에 적응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문화적 변화의 추세에 부응하는 사목적 대안 수립에 힘쓸 것입니다. 최근 80년 가톨릭신문 기사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은 바로 이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친교의 교회로

-40여 년 전 현대 사회와 교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은 오늘날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친교의 교회의 전망은 미래 사목의 돌파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백년 앞을 바라본 공의회의 가르침이 실현될 수 있도록 성찰하고 사목적 전망을 수립해 추진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아울러 친교의 교회론의 실현에 바탕이 되는 평신도 사도직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도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곧 한국교회, 그리고 가톨릭신문의 정체성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평신도에 의해 시작됐고, 가톨릭신문 역시 평신도 청년들에 의해 창간되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신문이 창간 80주년을 맞게 된 것은 저희들의 힘이 아니라, 자유를 주셨으되 항상 굽어 살피시는 하느님의 은총과, 질책하시되 사랑을 잃지 않는 독자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신 덕분입니다. “많은 사람이 합하여 얻은 지혜는 현철한 사람의 지혜 위에 있다”는 창간사의 말처럼 복음화를 향한 저희들의 발길에 여러분들께서 나눠주시는 지혜를 귀하게 여길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지난 80년 동안 쏟아부어주신 하느님과 교회,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리며 힘찬 발걸음으로 100주년을 향해 나아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바오로)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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