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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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7. 네번째 가정-경기도 여주 윤근희 할머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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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오른쪽 두 번째)와 본사 이창영 사장 신부(맨 왼쪽) 등이 엠에이디 관계자로부터 공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이혼한 딸을 걱정하며 담벼락에서 울고 있는 윤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위로 하고 있는 최덕기 주교.
 
“집에 쥐만 없어도…”

갈라진 벽 틈새로 찬바람만… 가족들 감기 달고 살아
윤할머니 지병 깊어 실신 잦아… 미각도 오래전 상실

▨ 첫 만남

윤근희(데레사 81 수원교구 여주본당) 할머니는 한참동안 울었다. 소리도 내지 않고, 가슴으로 그렇게 한참동안 울었다. 옆에서 윤씨의 얼굴을 쏙 빼닮은 외동딸 신희정(36)씨가 “왜 울어 울기는…. 뭐가 슬프다고 그렇게 울어…”라며 함께 눈시울을 붉힌다.

“무남독녀 외동딸, 정말 귀하게 키우셨죠?”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할머니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다가 결국에는 오열을 쏟아냈다. 딸도 한참동안 그렇게 함께 울었다.

경기도 여주의 한 농가. 쓰러져 가는 집 한 채에 윤 할머니와 신씨, 그리고 신씨의 딸 둘, 이렇게 네 식구가 산다.

윤 할머니는 1985년 남편을 잃고 지금까지 홀몸으로 외동딸을 키웠다. 허리통증과 당뇨,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지만 이를 악물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리고 딸이 12년 전 결혼할 때는 “이제야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한숨 돌렸다.

하지만 고생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위는 거의 일을 하지 않았다.

집에 조금이라도 돈이 있으면 모두 들고 나갔다. 장모 지갑과 아이들 돼지 저금통도 뺏어 들고 나갈 정도였다. 그리고 사업을 한다며 이곳저곳에 돈을 끌어 쓰더니 끝내는 빚만 잔뜩 남긴 채 행방불명됐다.(딸 신씨는 빚이 얼마나 되는지도 잘 모른다고 했다.)

사위는 1년 넘게 연락도 닿지 않았고, 시댁 식구들과도 연락이 끊어졌다. 살고 있던 집도 경매로 넘어갔다. 빚쟁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집으로 찾아왔다. 우선 남은 사람부터 살아야 했다. 그래서 딸은 어쩔 수 없이 지난 2월 어렵게 이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딸이 초등학교 다니는 두 손녀와 함께 집으로 찾아왔을 때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

사위가 딸 명의로 빌린 돈만해도 수천만원이었다. 딸은 돈을 갚을 길이 없어 파산 신청을 했다. 윤 할머니는 이미 지병이 깊어져 거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지금은 방 문턱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넘지 못한다. 혈당 수치가 갑자기 높아져 실신, 응급실로 실려간 것도 수차례.

혀가 갈라지고 이가 상해, 입맛을 잃은지 오래다. 식사도 밥에 물 말아, 간장을 반찬삼아 하루 두 끼 먹는 것이 전부다. 이제는 딸을 도울 수 없다. 그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딸은 매일 인근의 한 할인매장에 나가 14시간 이상 일을 한다. 그렇게 해서 한 달에 버는 돈은 100여 만원. 네 식구 생활비는 고사하고 난방비, 전기세 내는 것도 벅차다. “방이 너무 따뜻하네…. 기름 값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엄마 보일러 끌까.” 윤근희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 할머니가 “딸 때문에 걱정이예요”하자 딸이 “엄마는 딸이 하나지만, 난 딸이 둘이잖아. 내가 더 든든하다구.” 모녀의 눈에는 또다시 눈물이 맺혔다.

▨ 집고쳐 주기 사업 준비 진행

첫 만남 이후 가톨릭신문과 (주)엠에이디 종합건설은 본격적인 집 고쳐 주기 사업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딸 신희정씨는 “집에 쥐만 다니지 않아도…” “문턱만 없어도…” “겨울에 춥지만 않아도…”라고 했다.

그래서 일단 공사는 ▲청결 ▲집 구조개선 ▲난방설비 개선으로 초점을 잡았다. 윤 할머니의 집은 지어진지 50년이 넘어, 쥐와 각종 벌레들이 안방까지 드나들고 있었다. 그래서 천정을 모두 뜯어내 전면 보수키로 했다.

또 쥐 등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모두 찾아내 완전 폐쇄하고 시멘트로 마감키로 했다.

문턱도 문제다. 윤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탓에 문턱을 넘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 시간을 안방에서만 보내고 있었다. 안방과 거실, 화장실에 이르는 집 내부 모든 문턱을 없애기로 했다. 마당도 높여 할머니가 마루에서 마당으로 쉽게 내려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엄청난 양의 시멘트가 들어가는 대공사다.

낡은 난방설비도 개선해야 했다. 윤 할머니 가족은 겨울이면 모두 감기를 달고 살았다. 기름 보일러를 아무리 돌려도 바닥 한 구석에만 작은 온기가 전해질 뿐 집은 냉방이나 다름 없었다.

벽틈이 갈라지고 방문이 틀어져 방안으로 강한 바람이 들어오는 것도 막기로 했다. 전기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만큼 전기 난로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바닥을 뜯어내고 난방 시설을 전면 재시공키로 했다. 또 차양을 효율적으로 설치해 햇볕이 방안까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집 고쳐주기 사업 돌입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4월 27일 용인대리구장 고건선 신부와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 등과 함께 윤근희 할머니 집 고쳐주기 사업 기공식을 주례했다.

최 주교는 이날 축복예식 강론에서 “행복은 사랑할 때, 그리고 사랑을 받을 때 찾아오는 것”이라며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큰 사랑을 이웃과 함께 나눌 때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주교는 또 “가톨릭신문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은 이 사회에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소중한 일”이라며 “앞으로 고쳐질 깨끗한 집에서 윤 할머니와 그 가족들이 편안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건선 용인대리구장 신부도 “수원교구내에서 첫 사랑의 꽃이 피어나는 이 자리는 세상에 사랑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선포하는 자리”라며 “어려운 이웃과 늘 함께하는 가톨릭신문사와 재원을 지원하는 엠에이디 종합건설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창영 사장 신부는 “집 고쳐 주기 사업은 칭찬 받을 일이 아니라, 신앙인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며 “앞으로 소외된 이들과 늘 함께하는 가톨릭신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종익 엠에이디종합건설 대표이사도 “이번 사업에 참여하면서 우리사회에 아직도 기본적 주거권도 영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며 “이런 사랑 실천의 기회를 주신 교회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시삽과 마침기도 등 기공식 행사가 끝나자 마자 곧바로 공사가 시작됐다.

엠에이디 종합건설 관계자들이 가재도구를 밖으로 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천정을 손보기로 하고, 천정 도배를 뜯어냈다. 죽은 쥐 한 마리가 방바닥으로 ‘툭’떨어졌다.

▒엠에이디 종합건설 02-3462-7811

<집 수리 내용>

▲ 마당 시멘트 작업
▲ 천정 보수
▲ 낡은 출입문 교체
▲ 난방 설비 공사
▲ 단열 공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7-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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