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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사 80장면] (57)명동성당 공권력 기습 투입

교회 관례법 침해행위 강력히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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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오전 8시 명동성당내에 농성 중이던 장현일 쟁의실장 등 한국통신 노조원 6명에 대한 경찰의 기습적 구속 연행으로 한국교회 사상 첫 공권력 투입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명동본당 사제단은 ‘현 정부는 2천년 동안 지켜온 교회의 관례법을 침해했다’고 규정하고 ‘2~3일내로 사제단 회의 소집을 요청하고 서울대교구 차원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게다’고 발표했다.”(가톨릭신문 1995년 6월 11일자 1면 중에서)

경찰, 두 차례 명동성당 난입

1995년 6월 6일 아침 일찍 명동성당 구내에는 경찰이 기습적으로 난입해 당시 농성 중이던 한국통신 노조원들을 연행해갔다. 명동성당과 한국교회는 이러한 공권력 기습 투입이 독재의 서슬이 시퍼렇던 민주화운동 당시에도 전례가 없었던 심각한 사태로 규정하고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

더욱이 당시 경찰의 명동성당 난입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6일 오전 8시, 5월 22일 이후 3주째 농성 중이던 한국통신 노조간부 등 6명을 전원 연행했다. 전날인 5일 조계종 조계사측과 중재안을 마련해 정보통신부 경상현 장관 등을 만나는 등 평화적인 해결 방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던 명동성당측은 정오에 자세단의 기자회견을 갖고 배신감과 당혹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7일 저녁 9시 40분 경 경찰 병력이 재차 명동성당 내에 진입해 당일 명동에서 시위를 마치고 해산 집회를 가진 후 귀가하던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을 무차별로 연행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과 이를 말리던 시민들, 성당에서 교리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신자들, 성당 직원들이 연행됐다.

공권력 투입이 처음 벌어진 6일 명동성당 사제단은 “정부의 공권력 투입은 5공과 6공 군사독재 시절에 지탄받던 비도덕적 권력 남용과 현 정부의 모습도 다를바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 비난하고 “다시 한 번 현 정부는 끈기와 인내로서 아버지다운 마음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제 해결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주일인 11일 정오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삼위일체대축일 미사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교회측의 중재를 무시하고 공권력을 투입한 정부의 힘의 선택에 놀라움과 동시에 깊은 유감과 슬픔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대화보다는 힘의 논리가 우선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의 어조는 전례없이 강경했다. 김추기경은 “정부가 이번에 공권력이라는 명목으로 힘을 행사해서 침해한 것은 공간적인 의미의 명동성당 혹은 성역만이 아니라 명동을 사람들에게 피난처로 여기게 했던 도덕적인 힘,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추기경은 명동을 성역으로 만들어준 그 도덕적인 힘 자체가 현 정부를 낳게 한 모태임을 지적하면서 “존엄한 도덕적인 힘과 양심을 물리적인 힘으로 유린해버렸다는 슬픈 사실 앞에 할 말이 없다”고 개탄했다.

한국교회의 분노는 계속됐고, 20일에는 저녁 7시에 열린 제2차 시국기도회에는 무려 2만여 명의 신자들이 운집해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난했다.

서울대교구 사제평의회와 시국대책위원회는 16일 발표한 정부의 담화에 대해서도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면 수용불가 입장을 표시했다.

뿐만 아니라 22일 이후 전국 각 교구에서 단식기도회 등을 가지면서 명동성당 공권력 투입에 대한 비판에 나서는 등 한국교회 전체가 정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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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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