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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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1주년 특집] 창간 르포 '믿음 희망 사랑' - 사랑 / ‘입양가정’ 진종석·한희숙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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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종석-한희숙 부부와 입양한 진한솔(오른쪽)·한결 형제.
 
▶막내 한결이와 뽀뽀하고 있는 한희숙씨.
 
“그저 우리가 할 몫을 했을 뿐이죠”

“아이들 덕분에 우리 가족이 더욱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시간 흐를수록 우리 부부와 어쩜 그리 닮는지 깜짝 놀랐어요”

“믿음과 희망과 사랑,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사랑입니다”(1코린 13, 13).

쉽지만 또 쉽지 않은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에는 희생이 뒤따르는 까닭입니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을 가슴으로 키우기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

평범한 부모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진종석(세례자 요한.51.수원 과천본당)-한희숙(마르티아.51)씨 부부의 평범하지 않은 가족 사랑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닮은꼴 사랑

주일 교중미사, 수원교구 과천성당(주임 양기석 신부) 유아실에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온 신자들로 가득 차있다. 아이들과 부모로 붐비는 유아실에서 진한솔(프란치스코.7).한결(도미니코.5) 가족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희끗한 머리에 아이들 돌보기에 여념이 없는 중년신사와 아내 그리고 그 옆에 전혀 닮지 않은 아이 둘.

미소년 스타일의 한솔과 다부지면서도 귀엽게 생긴 한결이는 생김새만큼이나 성격도 달랐다. 미사시간 내내 말썽 한번 안 피우고 의젓하게 있던 한솔이와 달리 한결이는 동네 골목대장이다. 덕분에 엄마는 조용히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오래 전에 포기했다.

“결아 기자누나가 놀랐잖아.” “결아 형아한테 그러면 못써.”

1시간동안 한결이의 이름이 불린 횟수를 세자면 열손가락이 넘어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자신보다 덩치가 큰 형들을 이끌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한결이의 모습을 보면 “저 녀석 보통이 아닌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공통점 없어 보이는 두 아이에게도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있다. 누구보다도 그들을 뜨겁게 사랑해 주는 진종석-한희숙 부부가 두 아이들의 부모라는 것. 진씨 부부는 서울 성가정 입양원에서 한솔이와 한결이를 각각 2003년 1월, 2004년 12월 입양했다. 그리고 4~5년이 흘렀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함께 한 시간만큼 마음은 닮아가고 있었다.

“한솔이는 의젓해서 형 노릇을 얼마나 잘하는 지 어린이집에 가면 한결이가 밥 잘 먹었나 챙기고, 잘 놀고 있나 챙기고 제가 다 걱정이 없어요. 한결인 어떻구요? 어디만 나가면 형 좋아하는 거 갖다 주느라 정신없어요. 요전에 코코아를 마시면서도 형 줘야한다고 자기 코코아를 나눠주는 거예요.”

진씨 부부와 두 누나와도 닮은 점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었다. 고집이 센 아빠 진씨와 붕어빵이다. 한결이도 역시 오지랖 넓은 누나들의 성격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두 아이다 성가정 입양원에서 추천해주셨어요. 근데 시간이 흘러서 보니 우리 부부와 어쩜 그렇게 닮은 점이 많은지 깜짝 놀랐어요.”

♥사랑+

진씨 부부에게 입양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 부인 한씨에게는 입양을 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그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한테 자식이 없어서 다른 집에서 딸 하나를 데리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저에요.”

한씨의 어머니는 하나밖에 없는 딸을 애지중지 키웠다. 그는 어머니의 사랑이 커서 한 번도 자신이 친자식이 아닐 거라는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중학교 때 사실을 알고 나서 받았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는 한씨는 “그 얘기를 듣고 엄마가 나에게 줬던 사랑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그는 고등학교 친구 진씨와 가정을 이루며 살면서 항상 받은 만큼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큰 딸이 수능시험을 본 직후 한씨는 입양을 결정했다. 다행히 가족 모두가 반대하지 않았다.

막 9개월 된 한솔이가 먼저 새로운 가족이 됐다. 이후 진씨 가족은 또 한 번 어려운 선택을 했다. 막둥이 한결이를 입양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는 한씨가 아닌 남편 진씨가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솔이가 누나들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비슷한 또래 동생이 있으면 함께 지내면서 서로가 든든한 벽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서 한결이 입양을 결정하게 됐어요.”

진씨 부부에게 두 아들은 천사이기도 했다 악동이기도 하다. 딸 둘만 키웠던 그들에게 아들 둘은 키우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까? 질문을 던졌다.

“자고 있을 때는 천사같고 나머지는 아휴~. 근데 아이들 키우는 게 다 똑같죠. 아이들 덕분에 저희가 더 젊어지는 거 같으니 좋아요.”

부부는 끊임없이 느지막이 얻은 두 아이들 자랑을 늘어놓는다. 진씨는 “성격 좋은 한결이는 누구든지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다”며 한결이를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한씨도 지지 않았다.

“우리 솔이는 꽃미남이라서 나중에 크면 한 인기할 거 같지 않아요?”

♥하느님의 사랑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선을 베풀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우리가 해야 할 몫을 했을 뿐.”

진씨 부부는 자신들이 사랑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게 됐다고 했다. 그들이 제일 먼저 강조 한 것은 ‘화목’이었다.

입양 전에는 퇴근, 하교 후 각자 방에 들어가기 바빴던 가족들이 입양 후 180도 달라졌다.

“여섯 식구가 다 거실에 모여 앉아서 이야기하면 TV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웃고 떠들어요. 아이들 덕분에 오히려 우리가족이 더욱 하나로 뭉칠 수 있게 됐죠.”

요즘 이들 부부에게는 걱정이 하나 있다. 내년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한솔이에게 입양사실을 공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성적인 한솔이가 과연 잘 받아들일 수 있을 지 부부는 생각이 많아진다.

“아이들에게 입양사실을 공개하는 거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아요. 우리가 해야할 일이 있고 아이들이 견뎌야 할 부분이 있는 거죠. 그리고 나머지는 주님이 알아서 채워주실 거라고 믿어요.”

오늘도 역시 한솔이는 의젓하게 동생을 돌본다. 한결이는 형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형에게 줘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두 아이 마음에는 또 닮은 점 하나가 생긴다.


이지연 기자 virgomary@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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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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