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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16.여덟번째 가정-부산 가야 이봉학 할아버지(상)

집안 곳곳 곰팡이로 악취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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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왼쪽에서 두 번째)와 이창영 본사 사장 신부(맨 오른쪽),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시삽하고 있다.
 
사업 실패 두 아들 가출 … 당뇨로 시력도 잃어
부산 경남지역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 출범

서울 경기에서 지펴진 사랑의 불씨가 부산으로 옮겨 붙었다.

가톨릭신문(사장 이창영 신부)과 세정그룹(회장 박순호)은 4월 21일 부산시 부산진구 가야 3동 산 28번지 공사 현장에서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 부산 경남 지역 출범식 및 축복식을 황철수 부산교구장 주교 주례로 가졌다.

사랑의 집 고쳐 주기 운동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첫 걸음이 된 이날 행사에서 황 주교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나눔의 기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사랑 나눔 운동의 확대를 한 마음으로 축하했다.

황철수 주교는 축복식 강론에서 “비록 작게 시작하는 일이지만 앞으로 그 향기는 더 넓게 퍼져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는 이번 사업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창영 사장 신부는 “사랑의 집 고쳐 주기 사업은 고통은 나눌수록 작아지고,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진리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일”이라며 “지난해 가톨릭신문 80주년을 맞아 소박하게 시작한 이번 사업이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성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정그룹 박순호(프란치스코) 회장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조금이라도 사랑을 나누기 위해 집 고쳐 주기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앞으로 어려운 주거환경으로 고통받는 더 많은 이웃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경남 지역 첫 집 고쳐주기 사업 대상자는 부산 가야본당(주임 박유식 신부) 이봉학(도마·72) 할아버지로 선정됐다. 당뇨병, 신부전증, 관절염 등으로 고통받는 이 할어버지는 그동안 곰팡이 가득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해 왔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을 진행할 세정그룹은 인디안, 올리비아로렌 등 패션 산업에서 출발, 건설, 유통, 음악, IT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부산 지역 대표 기업이다. 한편 대구 경북권 집 고쳐주기 사업은 (주)반석종합건설(사장 구자윤)이 맡을 예정이다.

▨ 이봉학 할아버지 그리고 그의 집

이런 인생도 있다. 부산 경남 지역 사랑의 집 고쳐주기 첫 대상자로 선정된 부산시 부산진구 가야 3동 산 28번지 이봉학(도마, 72) 할아버지.

“빨리 죽어야지. 이런 삶 이제 너무 힘들어.”

아내는 20년 전 하늘나라로 갔다. 이후 두 아들을 혼자 힘으로 키웠다. 공장 노동자로, 일용직 노동자로 성실하게 일했다. 하지만 행복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사업을 시작한 두 아들이 엄청난 빚을 안고 가출을 한 것.

평생 벌어놓은 돈을 아들 빚 갚는데 모두 썼다. 하지만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아들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고통은 그치지 않았다. 당뇨와 신부전증이 찾아왔다. 최근에는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까지 거의 잃었다. 아버지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아들은 집을 나가 버렸다. 마지막으로 얼굴 본 것이 언젠지도 모른다.

동사무소에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해 줄 것을 신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대상자가 아니다”였다. 두 아들이 생존해 있다는 이유였다. 현재 한달 수입은 부산교구에서 지원하는 10여만원이 전부. 성당과 이웃들이 틈틈이 가져다 부는 반찬과 쌀 등이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하다.

집이라도 편안하면 좋으련만. 지붕은 비가 새고, 벽은 곰팡이가 가득하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고, 화장실은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보수를 하지 않아 집안에는 곰팡이 악취로 가득하다. 집을 보수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면 개보수 해야 하는 상황. 세정그룹 계열사인 세정종합건설 관계자는 “손볼 곳이 너무 많아 공사 기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집 수리에 바쁜 공사 관계자들을 바라보며 할아버지가 말했다. “집이 깨끗하게 되면 꼭 아들이 돌아올 것 같아요. 죽기 전에 아들을 보았으면 좋겠는데….”

할아버지가 말끝을 흐린다. 부산교구 사회사목국장 박기흠 신부가 할아버지의 등을 감싼다. 박 신부는 서 있는 것 조차 힘들어 하는 할아버지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 신청 및 문의 02-778-7671~3 가톨릭신문사

집수리 내용

▲ 낡은 현관문 교체
▲ 도배
▲ 장판 교체
▲ 부엌 조리대 및 가스레인지 설치
▲ 화장실, 미끄럼 방지 타일 시공
▲ 출입문 교체
▲ 페인트 공사
▲ 전기 공사 및 낡은 전선, 전등 교체


우광호 기자 woo@catholictimes.org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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