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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22. 열 한 번째 가정-부산 현정애 할머니(상)

“베푸시는 사랑에 저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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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8일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왼쪽에서 세 번째)주례로 거행된 `사랑의 집 고쳐주기` 축복식에서 관계자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 현 할머니 집의 부엌(두번째 사진)과 화장실, 비가오면 물이 새고 악취가 진동한다.
 
빗물이 뚝뚝 새는 천장·인분 넘치던 화장실
40여년 간 방치됐던 낡은 집에 사랑의 손길


가톨릭신문(사장 이창영 신부)과 (주)세정그룹(회장 박순호)이 함께하는 부산·경남지역 ‘사랑의 집 고쳐주기’ 8월 주인공은 부산 석포본당(주임 김동환 신부) 현정애(베로니카·75·부산 석포본당) 할머니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열 한 번째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 축복식이 8월 28일 오후 3시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4동 1066-20번지 현지에서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 주례로 거행됐다.

이날 축복식에서 황철수 주교는 “사랑의 집 고쳐주기는 가진 것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사랑 실천”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며 살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창영 사장신부는 “사랑은 나눔으로, 나눔은 실천으로 이어질 때 이웃사랑은 전해질 수 있다”며 “세정그룹과 신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주)세정그룹 박정호 고문은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은 세정의 경영철학인 ‘나눔’을 실천하는 것과 동시에 부산 시민들에게 받은 큰사랑을 돌려주기 위한 것이며, 앞으로도 더 노력해 어려운 이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석포본당 주임 김동환 신부는 “부산교구 내 많은 본당 가운데 석포본당 신자가 이 사업에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본당 신자들이 열심히 이웃 사랑을 실천한 결과 맺은 열매이며, 예수님께서 그 노력을 칭찬하고 격려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정애 할머니의 삶

할머니가 부산에 살기 시작한 것은 44년 전이다. 결혼 전 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뒀다. 육군 장교인 남편을 따라 강원도에서 생활하다가 개인사업을 시작하며 부산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진짜 인생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운수업을 하던 남편 회사에 한 달 동안 큰 교통사고가 세 번이나 발생했어요. 당시엔 보험도 없고, 제대로 보상 받을 길도 없었어요.”

이후 집안 형편은 급속도로 어려워졌고, 그 무렵 현할머니는 시어머니 병간호를 시작했다. 늘 며느리를 딸처럼 여긴 시어머니는 현할머니와 같이 살고 싶어했고, 할머니도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성심을 다해 모셨다. 그렇게 10년 이상을 모신 시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낸 후 이듬해 남편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또 설상가상으로 큰 아들도 사고로 잃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너무나 힘들었어요. 하지만 세번의 장례를 치르며 성당 신자들은 제 일처럼 저를 도와주고 슬퍼해주고 기도해 주었어요. 그 이웃들 덕분에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할머니는 수시로 찾아오는 이웃들을 위해 항상 대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할매, 살아있나.” 같은 레지오 단원들은 대문을 들어서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할머니의 안부를 묻는다. 이 말 한마디만으로도 서로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느껴진다.

“먼 곳에 있는 형제들도 좋지만 가까이에서 가족처럼 나를 챙겨주는 성당 사람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현정애 할머니의 집

40년 간 집수리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현할머니가 워낙 쓸고 닦고 정리를 해서 오래된 집이지만 지저분한 인상은 없다. 하지만 세월에 장사 없듯, 오랜 풍파의 흔적이 집안 곳곳에 묻어있다.

당장 수리가 시급한 곳은 지붕과 화장실이다.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비가 새기 시작한 지붕은 이젠 작은 비에도 천장이 흥건히 젖는다. 지난 몇일 비가 오락가락 했던 탓에 할머니 집 곳곳에는 아직도 세숫대야, 양동이가 놓여 있다. 점점 누수 범위가 늘어가고 있어 비가 오는 날이면 할머니의 걱정은 깊어 간다.

화장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재래식 화장실 위에 다리 불편한 할머니가 앉을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이것 마저도 수 십년 전에 콘크리트로 지어져 비만 오면 물과 인분으로 가득 찬다. 이밖에도 곳곳에 20㎝ 이상되는 높은 문턱은 무릎이 불편한 할머니를 매번 고통스럽게 하고, 오래된 방문과 창틀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은 한 겨울에도 보일러를 가동하지 않는 할머니 집 공기를 더욱 싸늘하게 한다.


박기옥 기자 tina@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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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8-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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