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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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26. 열 두 번째 가정 - 경북 성주 홍경애 할머니 (하)

"고마운 분들 기억하며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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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애 할머니집의 공사 전·후 전경.
허물어져 가는 흙집을 완전히 새로 지었다.
 
▲ 공사 전·후 화장실 모습.
 
▲ 방도 단열재를 이용한 벽과 이중창으로 보온성을 높였다.
 
▲ 홍경애 할머니가 반석종합건설 구자윤 대표이사와 김면호 현장소장에게 새 보일러 사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오래된 흙집 공사 시작부터 무너져 모두 철거
욕실 겸 화장실, 부엌, 방 2개 갖춘 새집 지어
몸 아픈 할머니 위해 실내 동선 줄이고 평면화

“참 감사하고…. 그만큼 너무 미안해요,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홍경애 할머니(대구대교구 성주 선남본당·72·실비아)집을 다시 찾았을 때, 할머니는 연신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매일 공사현장에 와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 할 수 있었을 뿐 돕지도 못하고, 고생하는 인부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음료수 한 잔도 대접하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려서다.

반석종합건설 구자윤(이시도르) 대표이사와 김면호(바오로) 현장소장이 집을 둘러보라며 손을 이끌었다. 마지못해 따라가면서 할머니는 “내 집 같지가 않아…”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할머니가 50여 년을 살아온 흙집은 착공 당시에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었기에 모두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새로 지어올린 집.

손만 대면 벽에서 흙이 떨어져 나오고 천장이 무너져 내려 서 있기도 힘들었던 집 대신 욕실 겸 화장실, 부엌, 방2개를 갖춘 양옥이 그 자리에 들어섰다. 집을 새로 짓는 것이기에 보통의 공사보다 더 길게 한 달을 완공기간으로 잡았지만, 그보다 열흘이나 더 걸린 공사였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동선을 최소화, 평면화하는 세심한 작업까지 신경썼기 때문이었다.

홍할머니가 가장 먼저 눈길을 보낸 곳은 욕실 겸 화장실. 예전 화장실은 마당 한 쪽 구석에 구멍을 파고 가림막을 세운 것이었고, 세면시설은 마당에 있던 수도꼭지 하나가 전부였다. 할머니는 수세식 변기와 세면대, 샤워기를 천천히 하나씩 쓰다듬었다.

“예전에는 몸을 씻기가 참 힘들었어…. 마당에 수도꼭지가 있으니까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씻을 수가 없었고, 여름에는 온 몸이 땀에 젖어서 냄새가 나도 누가 볼까봐 씻지를 못했지. 화장실은 또 어떻고. 밤에 가려면 넘어질까 빠질까 늘 조심해야 했어…. 지금은 참… 좋네.”

결혼 후 10년 도 안 되어 어린 두 딸만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남편, 결핵 후유증으로 지체장애 4급이 된 몸, 형편이 여의치 않아 두 딸을 고아원으로 보내야 했던 슬픔, 뇌졸중까지…. 무엇하나 할머니가 원하던 대로 되는 것이 없었던 모진 삶이었다. 그 삶이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이 집에 모두 담겼다.

찬바람이 들이쳐도 바람막이조차 되어주지 못하던 흙벽 대신 든든한 단열재 벽이 새로 쌓아올려졌다. 창문도 모두 이중창으로 설치해 곧 다가올 겨울을 할머니가 따뜻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무너져서 쓸 수가 없었던 옷장도 붙박이장으로 새로 설치하고, 싱크대도 할머니가 사용하시기에 편리한 것으로 교체했다. 새 집에 어울리는 화사한 벽지를 붙이고 장판도 깔았다. 할머니가 정리할 수가 없어 방치됐었던 집 앞 마당의 풀과 나무들을 뽑아내고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와 있던 돌들도 모두 골라냈다. 마당 한 켠에 배수로도 따로 설치해 이제 비가 와도 물이 고여 웅덩이를 이루지 않게 됐다. 할머니의 연탄 중독을 염려해 기름 보일러도 새로 설치했다.

당장 무너질 것 같았던 할머니의 집 문제를 걱정해 주던 선남본당(주임 허남호 신부) 신자들도 제 일처럼 나섰다. 집 철거 작업과 이사를 돕고, 공사기간 중 마을 빈집에서 홀로 지내던 할머니를 성심성의껏 돌봤다. 새 보일러에 가득 찬 기름도 신자들의 십시일반 정성이 모인 것이다.

집 구석구석을 살펴보던 구대표이사는 “처음에 이 사업을 시작할 때는 뿌듯할 것만 같았는데, 막상 완공 현장에 오면 더 멋진 집을 지어드리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그래도 할머니 웃는 얼굴을 보니 참 좋다”며 웃었다.

벽, 바닥 등을 손으로 쓰다듬던 할머니가 종이와 펜을 내밀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 그리고 도와 준 사람들 좀 다 적어줄 수 없을까? 나이가 들어서 다 기억을 못하니까…. 매일매일 기도할게. 이름 하나씩 부르면서 건강하시라고 기도할게. 내가 할 수 있는 게 며칠을 생각해봐도 정말 이것밖에 없더라고…. 고마워요, 진짜…. ”



이나영 기자 lala@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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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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