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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27. 열 세 번째 가정-인천 김기영 이정복 노부부(하)

“새 집이 너무 좋아 잠도 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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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D종합건설 이종익 사장이 사랑의 집 고쳐주기 완공 후 김기영 이정복 노부부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벽면·천정·화장실 등 새로 짓다시피 전면 교체
바닥 뜯고 연탄 보일러로… 겨울 추위 걱정 끝

김기영(요셉·92·인천교구 용현동본당) 이정복(체칠리아·91) 노부부 눈앞에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부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서로 손 꼭 잡은 채 한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신데렐라의 그 착한 요정이 다녀간 듯하다. 47년 동안 수리 한 번 하지 않고 살아왔던 그 낡은 집이 화려한 새 집으로 변했다.

벽을 헐고 방을 넓히고 지붕을 올리고 공간을 늘렸다. 두 명이 제대로 눕기도 힘들었던 좁았던 안방이 6~7명 넓게 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했다. 근사한 인테리어의 수납 공간과 은은한 벽지가 그 공간을 편안함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이젠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와서 편하게 쉬며 소일할 수 있다. 그동안 김기영 할아버지와 이정복 할머니는 또래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 하려면 다른 집에 가야만 했다.

아귀가 맞지 않아 여닫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매던 현관문은 손만 살짝 대로 스르륵 닫히는 대형 이중 유리문으로 바뀌었다. 빛을 거부하던, 어둡던 그 집이 유리를 통해 빛을 가득 받아들인다. 한층 높아진 천정 때문에 이제는 움직일 때 마다 머리를 숙여야 했던 불편도 없어졌다. 허리 꼿꼿이 세우고 다녀도 된다.

세균과 악취의 온상이었던 재래식 화장실도 퇴출됐다. 분뇨를 모두 퍼내고 흙으로 메웠다. 그 공간에 정화조를 새로 묻고 그동안 남의 집에서만 볼 수 있었던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과 욕실을 만들었다. “거의 사용해 본 일이 없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수세식 화장실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온수가 나오지 않았던 수도관도 전면 교체했다. 땅을 파고 다시 수도관을 묻는 대형 공사였다. 얼기설기, 화재 위험 높았던 전기설비도 모두 손봤다. 조명도 최신형으로 교체했다. 싱크대도 교체하고 주방공간도 크게 늘렸다.

오소소한 추위만큼 서러운 것은 없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추위를 막기 위한 땀도 빼놓을 수 없다. 바닥을 모두 뜯어내 보일러 설비를 새로 설치했다.

“새 보일러 놔 드려야 겠어요”라는 주위 의견에 따라 보일러도 교체했다. 기름보일러는 기름 값이 부담스러워 연탄보일러로 놔 드렸다. 뒤뜰에는 동사무소에서 보내온 연탄이 가득했다. 이제 올 겨울 추위 걱정은 끝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공사의 화두는 ‘버림’. 노부부 집에는 50년 가까이 쌓이고 쌓인 물건들로 가득했다. 10년 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도 집안에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들 물건들을 정리하고 버리는 데만 꼬박 3일이 걸렸다.

시공을 담당한 MAD종합건설 관계자들은 이번에 쓰레기를 치우면서 쥐 배설물 먼지로 큰 고생을 해야 했다. 집에서 실려나간 쓰레기만 2.5t트럭으로 2대 분량. 김기영 할아버지가 “이번에 집에서 쓰레기가 나가는 것을 보면서 비로소 그동안 쓰레기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버리자 여유가 생겼다. 그 여유 공간에 거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별도의 대형 수납공간을 만들어 꼭 필요한 물건들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의 그 지저분하고 낡은 집에서 10년, 20년을 살면 뭐해요. 이런 집에서 1년을 사는 것이 더 감사하지요. 요즘은 너무 좋아서 잠도 잘 안와요. 이젠 집안에 쥐도 사라졌어요.”

공사 마지막 날, 짐 들이는 날. 시공을 담당한 MAD종합건설 이종익(아브라함) 사장이 노부부의 손을 꼭 잡는다. 김기영 이정복 노부부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지만 동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깨끗한 집에서 살 수 있게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이제 새 집이 생겼으니까,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 사장의 손을 오랫동안 놓지 않았다.

“집에 조금이라도 불편이 생기거나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하세요. 그 즉시 달려와 고쳐 드릴게요.”

우광호 기자 woo@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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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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