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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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엔 당당히 맞서고, 어려운 이웃은 따뜻이 보듬고..

평화신문에 비친 ''교회''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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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의 기능 중 하나는 역사의 기록입니다. 묵은 신문을 들춰보면 당대 역사를 만날 수 있을뿐 아니라 시대정신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평화신문이 창간 20년 만에 지령(紙齡) 1000호를 맞았습니다. 제법 높이 쌓인 신문 제본(製本) 속에는 격동의 20년 역사가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그때 그 사건과 인물을 다시 만나보기 위해 창간호부터 100호 단위로 묵은 신문을 넘겨봅니다


  창간호(1988년 5월 15일자) 1면 머릿기사는 "광주 비극, `솔로몬 지혜`로 풀어야"라는 제목의 김수환 추기경 대담 내용입니다. 당시 우리 사회는 민주화 욕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 규명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 평화신문에 등장한 방독면 외계인(?)
 `이제는 그만`이라는 제목이 달린 사진도 눈길을 끕니다. 검은 방독면을 쓴 시위현장의 전경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인데, 마치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외계인같습니다.

 광주의 상처는 20년이 아니라 200년이 흘러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나마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상이 어느 정도 이뤄져 다행입니다. 서울 도심에서 화염병과 최루탄이 자취를 감추고, 방독면 외계인(?)도 지구를 떠났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계속 돌 것입니다.

 제100호(90.9.16)에는 매우 이색적인 글이 실렸습니다. 이인구(서울예전) 교수가 여동생 이해인 수녀를 보호하느라 감내해야 하는 괴로운 심정을 토로한 기고(寄稿)입니다.

 당시 시인 수녀의 인기는 요즘의 빙상스타 김연아 못지 않았습니다. 이 수녀 자신은 물론 수녀원에서도 기자들 취재를 막느라 곤혹스러웠습니다. 수녀원 접근이 막히자 한 여기자는 수녀원에 성소자로 위장 잠입해 밀착 르포를 썼는가하면 신문ㆍ방송사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이 교수를 찾아가 협조를 구했습니다. 한 영화사가 현금 다발을 들고 찾아가 이 수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한 적도 있습니다. 그 때마다 이 교수는 "하나밖에 없는 오라비로서 동생 수도생활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도와줄 책임이 있다"며 유혹과 청탁을 물리쳤습니다.

 평화신문은 또 역사의 기록자라는 사명감을 갖고 순교자의 후손을 탐방하는 특집기사를 100호부터 게재했습니다. 용인본당 사리퇴공소에 찾아가 성 권철신ㆍ일신 형제의 6대손 권혁인(야고보)씨를 인터뷰 하는 등 전국을 누비며 후손들을 만났습니다.

 제200호(92.9.20) 1면에는 평화방송 지방국 확충을 촉구하는 전국 홍보국장 신부들의 목소리가 실렸습니다. 90년 개국한 평화방송 라디오 출력은 5kw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청취가 가능했습니다. 정부는 선교방송이라는 이유로 방송망 확충 허가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허가를 미끼로 종교를 순치(馴致)시키려한다는 의심을 살 만한 행동도 있었습니다. 16년이 흐른 지금, 평화방송 라디오가 전하는 `기쁜소식`은 광주ㆍ대구ㆍ부산ㆍ대전 등 전국에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 독자들과 울고 웃고...
 제300호(94.10.2) 1면은 전국 가정대회 개최 소식과 아울러 낙태를 사실상 합법화한 형법개정안 제135조의 삭제를 촉구하는 기사가 장식했습니다. 이후 평화신문은 가정의 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연속 보도로 생명과 가정 문제를 한국교회의 어젠다(Agenda)로 제시했습니다.

 가슴 뭉클한 미담도 눈에 띕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지존파 사건` 범인 6명이 서초경찰서 고병천(요한) 경위의 노력으로 회개하고 있다는 미담입니다. 그들은 고 경위가 건넨 묵주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검찰로 송치됐습니다. 한 평신도가 미움과 증오로 가득 찬 그들 마음에 사랑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신문에서 미담은 메말라가는 독자들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는 단비와 같습니다. 제400호(96.10.13)에도 일주일에 사흘은 공장 노동자, 이틀은 대학 불문과 교수로 살아가는 벽안(碧眼)의 선교사 임경명(파리외방전교회) 신부가 소개됐습니다.

 서울 난지도 한 공장 야적장에 걸터 앉아 일용 잡부와 웃음꽃을 피우는 사진 속 임 신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말보다 그들과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은 현대 신앙인의 현주소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제500호(98.10.18) 1면에는 선교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 주교회의 정기총회 소식이 실렸습니다. 아시아 주교 시노드에서 선교문제가 핵심의제로 다뤄진 데다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선교 열의가 조금씩 분출되던 시기였습니다. 이때부터 시작해 약 2002년까지 선교운동이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전개됐습니다. 평화신문도 선교현장을 누비며 관심과 격려로 힘을 보탰습니다. 그러나 이내 열기가 식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기사는 사그라든 선교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케 합니다.

 제600호(2000.10.29)는 `시대의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 합니다. 서울에서 열린 제3차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EM)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당시 아셈 회의장은 경제 자유화를 통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신자유주의적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강대국 자본이 고삐가 풀리면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빈부격차를 더 벌려놓고, 무한 생존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 그 상관관계를 찾으려는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 주인공은 평범한 우리 이웃  
 제700호(2002.11.17)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이 인권 증진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칠레 대십자훈장을 받고 인사를 나누는 사진이 유달리 눈길을 끕니다. 사진 속 추기경은 매우 건강해 보입니다. 그러나 86살 추기경은 지난 7월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이후 아직까지 퇴원을 못하고 있습니다. 뒷짐을 지고 숙소 마당을 한가로이 거니는 추기경 모습을 빨리 보고 싶습니다.

 인권주일에 발행된 제800호(2004.12.5) 1면은 이채롭게 꾸며져 있습니다. 해맑게 웃음지는 갓난아기 모습, 두 손을 예쁘게 모으고 기도하는 소녀, 노숙자에게 우유를 나눠주는 수녀, 호스피스 봉사자 등이 지면 상단을 멋지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 밑에는 "모두가 다릅니다. 그러나 모두가 소중한 우리 이웃입니다"라는 글귀가 달려 있습니다. 인권존중의 싹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웃에 대한 배려와 관심에서 돋아난다는 사실을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제900호(2006.12.17)에는 언 마음을 녹여주는 따뜻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해 8월 집중호우로 집을 잃은 강원도 평창 두메산골의 김찬중ㆍ성중 형제가 본보 독자들 도움으로 새 보금자리를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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