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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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28. 열 네 번째 가정-서울 오영숙씨(상)

절망의 공간에서 피어나는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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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 방한 시설 제대로 안돼 여름엔 찜통 겨울엔 냉장고
"새롭게 태어날 집 기대해"



 
▲ 3월 6일 서울대교구 조규만 주교(왼쪽에서 두 번째) 주례로 거행된 `사랑의 집 고쳐주기` 축복식에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왼쪽에서 세 번째),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맨 왼쪽)와 관계자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오영숙(48·막달레나·서울 대림동본당)씨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20만원. 참 힘들게 버텨왔다. 4년 전 남편과 헤어진 후, 딸 둘 아들 하나를 지금까지 힘겹게 키워오고 있다.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5시간 일을 해서 받는 돈은 월 100여 만원. 그나마 과거에는 철야를 할 경우 월 140~150만원 정도 받았지만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30 이상 임금이 줄었다. 올해 법대 1학년에 입학한 맏딸 등록금은 고사하고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2학년 학비 대기도 빠듯한 형편. 다행히 맏딸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돕고 있지만 언제까지 딸에게 기댈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집이라도 편했으면 좋겠습니다.”

오씨의 집도 아파하는 모습이다. 연립 주택 한 켠을 얻어서 생활하는 오씨는 작은 공간과 화장실이 가장 큰 고통이라고 말한다. 화장실 물이 며칠째 제대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단열 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여름에는 찜통이고 겨울에는 냉장고다.

쥐도 들끓는다. 한번은 쥐가 안방까지 들어와 가족이 모두 놀란 일이 있다. 낡은 집이라면 어김없이 골치덩이인 바퀴벌레도 이 기회에 완전히 없애고 싶다. 좁은 거실과 부엌, 눅눅한 공기, 낡은 벽과 조명시설, 불편한 화장실…. 손보아야 할 곳이 하나둘이 아니다. 식구는 많고 공간은 좁다보니 수납공간이 없는 것도 문제다.

오씨의 집을 고쳐 줄 엠에이디 종합건설 이종익(아브라함) 사장이 축복식 현장을 찾았다. “집 주인분과 별도의 계약을 통해 앞으로 집이 고쳐진 후 5년간 집세도 올리지 않고, 강제로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는 일도 없도록 했습니다. 이런 일은 한 두명의 좋은 뜻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함께 사랑을 나누어야 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조촐한 축복식이 마련됐다. 본당 이웃들이 간식거리를 십시일반 마련했다. 그 작은 자리에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서울대교구 조규만 주교, 대림동본당 전태준 신부, 가톨릭신문 이창영 사장 신부 등이 속속 찾았다. 오씨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 피어났다. 그리고 공사가 시작됐다. 집은 이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공사 현장에 기거하며 직접 작업을 지휘할 엠에이디 종합건설 이원준 전무가 현장을 둘러 보더니 말한다. “완전히 뜯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싹 뜯어 고쳐야죠.”

▨ 교황대사 파딜랴 대주교 격려사

먼저 가톨릭신문과 사랑의 집 고쳐주기에 물심양면으로 함께하는 분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번 운동의 명칭이 사랑의 집이라고 함은 매우 적합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도 ‘우리는 사랑 안에서 믿어야 한다’고 하셨으며, 이는 그분의 삶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근본적인 의지가 표현되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삶속에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특별히 우리는 집 없이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합니다.

교황께서는 나아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하느님을 만날 때, 우리는 비로소 희망의 근원을 발견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우리는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의 시작에 즈음하여 이 안에서 우리와 하느님과의 만남을 축하드리는 바입니다.

이는 믿음의 집이며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희망의 원천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과정의 일원이 됨을 기꺼이 환영할 때 우리는 하느님 또한 기꺼이 환영하는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직원들과 사랑의 집 고쳐주기 후원자들은 하느님 사랑의 도구이며, 참 희망의 사도입니다. 이에 우리는 깊이 감사드리며 장려하는 바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우리를 격려합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사랑에 주님께서 축복하시기를 빕니다.

▨ 서울대교구 조규만 주교 격려사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께서 언젠가 신학교에서 신학생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 일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여행입니다.” 그 말씀을 듣고 교수 신부님들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도 길지만, 가슴에서 손발까지의 여행도 참으로 긴 여행입니다.”

우리는 마음으로는 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들을 위해 도움을 베푸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나의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에 나서고 있는 엠에이디 종합건설 등 관계자들께 참으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주님께서는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마태 8,20)고 하셨습니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운동에 동참하신 분들은 훗날 하느님 앞에 섰을 때 “너희는 내가 머리둘 곳 조차 없을 때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다”는 말을 들을 것입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말을 들을 것입니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운동이 수천 수만명이 동참하는 운동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 인사말

지난해 가톨릭신문 창간 80돌을 맞아, 또 가톨릭신문 12대 사장으로 재직하신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뜻을 기리기 위해 시작한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이 최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운동은 남모르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을 드러내 놓고 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국에는 수많은 어려운 이웃들이 있습니다. 한 신문사, 한 건설사의 노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사랑의 불씨는 바람을 타고 더 멀리 퍼져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이 일에 동참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까지 사랑의 집 고쳐주기 운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시작한 작은 일이 이제는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사랑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사실 사랑하라는 말은 그리스도께서 첫 번째로 우리에게 주신 계명이기도 합니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운동이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 신청 및 문의

서울 : 02-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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