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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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29. 열 다섯 번째 가정 - 부산 주기수 할머니(상)

이웃 사랑 덕분에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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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7일 부산교구 총대리 이영묵 몬시뇰(가운데) 주례로 거행된 `사랑의 집 고쳐주기` 축복식에서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맨 왼쪽)와 관계자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이런 인생도 있다. 꽃다운 21살 나이에 탄광 관리자로 일하던 6살 연상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행복은 잠시. 결혼 9년 만에 남편은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는다. 팔도 잃었다. 아내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다. 농사일에서부터, 가축 키우는 등 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그러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아내는 어느날 대형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부러진다. 지금도 왼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 항상 퉁퉁 부어있는 다리는 지금 만져도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남편은 당뇨를 앓기 시작했다. 아내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남편을 살리기 위해 병원을 전전하며 간호했다. 그 정성 때문인지 남편은 다시 살아났다. 그렇게 남편은 40년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주기수(안나·82·부산 반송본당) 할머니는 20여년 전 남편이 물려주고 떠난 매매가 2500여 만원의 15평 집에 살고 있다. 말이 내 집이지 은행 대출이 1300여만원이다. 20여년 가까이 살아온 집.

집 곳곳이 할머니의 삶을 닮았다. 부서지고, 헐고, 눅눅하고, 아련하다. 조금이라도 손대면 와르르 무너질 듯 위태한 모습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런 집을 손 놓고 보고만 있어야 한다.

개인 소유의 집이 있다는 이유로, 또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할머니는 자녀들에 대해 묻자 입을 닫았다. 월 수입은 노인연금 8만 4000원과 어려운 형편의 자녀들이 모아 보내오는 20만원이 전부. 그러다 보니 집을 고치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3월 17일 할머니 집을 찾았을 때, 연탄가스가 코를 찔렀다. 집 곳곳이 갈라지고, 벌어지고, 뒤틀렸다는 증거다. 다행히 봄이 오고 있어, 연탄 보일러를 사용할 일은 앞으로 줄겠지만 대책이 필요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의 동선을 확보하는 일도 시급했다. 할머니는 현재 밥 한 끼 챙기는 것도 힘들다. 싱크대도 부엌도 없다.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고, 옷 한벌 빨아 입는 것 마저 이웃들의 손에 의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목욕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다. 할머니가 울먹이면서 말한다.

“나는 못난 모습으로 평생 동안 살아왔는데, 이웃이 좋아서 그나마 이렇게 살아요. 이웃이 없다면 저는 하루도 살 수 없습니다. 이런 사랑 과분합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부산교구 총대리 이영묵 몬시뇰 격려사

인간의 기본권 의식주에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미국발 경제 쓰나미가 전 세계를 강타하는 이즈음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 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십시일반입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습니다.‘너’를 위하는 배려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히 요청됩니다.

지난해 가톨릭신문 창간 80주년을 맞아 사장 이창영 신부님의 배려와 (주)세정 박순호 회장님의 따뜻한 손길로 이곳 반송성당 관할 어려운 가정의 집을 고쳐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뜻깊은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기쁩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몸으로 마음으로 온 생을 바치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삶이 전국 방방곡곡 스며드는 것을 실감합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사랑의 속성을 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주는 아름다움도 함께 배울 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 바치고 싶습니다.

▨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 인사말

우리는 각자 어떤 보물을 가지고 있을까요. 어떤 이는 보석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수천만원대의 그림이나 유물을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많은 보물을 갖고 있습니다. 침대가 없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숟가락이 없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길거리에서 잠을 자야 하는 노숙자들을 생각하면 밤에 편안히 몸을 뉘울 수 있는 침대가 나에게 없어서 안되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하느님은 이미 우리에게 많은 보물을 주셨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 보물 중의 보물이 바로 사랑입니다. 보물을 보물로 느끼지 못하기에 우리는 사랑을 나누지 못합니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운동은 받은 것을 나누는 운동입니다.

오늘 이러한 사랑 나눔이 부산을 넘어 전국으로 더욱 확산되었으면 합니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운동은 집 외형만 고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그 사랑은 바로 우리에게 늘 주어지는 보물입니다. 보물을 이제 나눌 때입니다.

▨ (주)세정 박정호 고문 인사말

바쁘신 가운데서도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셔서 참석해 주신 부산교구 이영묵 총대리 몬시뇰님, 가톨릭신문 이창영 사장 신부님, 반송본당 장세명 주임신부님, 사회사목국 서유승 신부님 그리고 이 자리를 축하하고 빛내주시기 위해 참석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평소 세정그룹 박순호 회장의 소신과 경영철학인 ‘나눔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참여한 부산지역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이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저희 세정은 부산의 토착기업으로서 30여년간 성장해 오는 동안 부산 시민들로부터 받아온 사랑과 격려에 보답하는 뜻에서 크고 작은 나눔 활동에 나름대로의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 왔습니다만 그래도 뒤돌아보면 항상 허전하고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가슴에 묻고 지내왔습니다.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사랑 나눔에 참여하여 어려운 이웃들에 더 많은 시혜가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세정의 작은 사랑 나눔의 보람이 더 크게 넓게 확산되어 이 사회가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 신청 및 문의

서울 : 02-778-7671~3 대구 : 053-255-4285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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