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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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2주년 특집] 가톨릭신문, 춘천교구 김화본당 마현공소를 가다

''민통선''에서 접하는 주님의 기쁜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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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현 공소의 개척자 임윤석 할아버지가 민통선 안에 위치한 마을로 배달된 가톨릭 신문을 읽고 있다.
가톨릭신문은 1927년 창간 이후 지금까지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복음을 전해오고 있다.
 


 
▲ 춘천교구 김화본당 마현공소 전경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가톨릭신문이 땀 흘리며 뛰는 이유입니다. 가톨릭 신문은 복음을 전해야 할 곳이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삶이 있는 곳이라면 산도 넘고 물도 건넙니다. 그렇게 82년을 걸어왔습니다. 창간 82주년을 맞아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을 건너는 가톨릭신문과 동행했습니다.

# 지금 (금요일)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1리. 산 하나 넘으면 북한 땅이다. 이곳에 이르려면 총을 든 군인들이 지키는 초소 여러 곳을 지나야 한다. 민통선 안에 위치한 이곳에, 영원한 복락을 희망하며 살아가는 신앙공동체가 있다.

춘천교구 김화본당(주임 최혁순 신부) 마현 공소. 이곳 할머니들은 명절 때 자녀가 찾아온다고 해도, “오지 말라”고 한다. 북한이 지척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할머니들은 자녀들에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살지만, 너희들은 가능한 남쪽으로 멀리 가서 살아라”라고 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어떻게 이곳에서 살게 됐을까. 어떻게 이곳에 공소가 생길 수 있었을까. 공소 역사는 정확히 50년 전,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가을 하늘이 무너진 듯, 비가 쏟아졌다. 바람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다. 집은 무너지고 논밭은 쓸려갔다. 마현공소 신자들은 1959년의 가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사라호 태풍으로 인한 사망 및 실종자는 849명, 부상은 2533명에 달했다. 이재민 수도 37만3459명이었다. 총 피해 추산액만 약 1679억여원에 달했다.

당시 울진에 살고 있던, 임윤석(시몬·80) 정호남(요안나·76) 부부도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로부터 땅을 줄 테니 이주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그렇게 떠밀려 이주해 온 곳이 철원 땅이었다.

울진에서 이주해온 당시 주민은 66세대. 그 중 가톨릭 신자는 임윤석(당시 30세) 할아버지 혼자였다. 그래서 임씨는 매일 마을을 돌며 전교를 했다. 모두가 힘들고 지친 상태. 의지할 곳이 필요해서인지 전교가 의외로 잘 됐다. 하지만 교리 및 신앙생활이 문제였다. 민통선 안에 공소가 위치한 탓에 군부대 훈련이 있거나,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사제가 들어올 수 없었다. 그래서 주일미사를 거를 때가 많았다. 당연히 교리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신자들은 매주일 모여 스스로 교리 공부를 해야 했다. “지금은 젊은이들이 모두 타지로 나가서 그런 전통이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주민들이 모두 모여 함께 부족한 교리를 공부하곤 했습니다.” 50년 넘게 함께 땅을 개척하며 살아온 정호남 할머니가 환하게 웃는다.

“울진에서 딸 셋을 놓고, 여기에 와서 공소 신앙생활을 하며 아들 둘을 낳았어요. 새로이 삶을 개척해야 하는 어려운 삶이었지만 그래도 지난 50년은 하느님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옆에서 임윤석 할아버지가 배달된 가톨릭신문을 읽고 있다. 민통선 안에서 만난 가톨릭신문이 반가웠다.

# 2시간 전 : 가톨릭신문, 민통선 통과

# 5시간 전 : 강원도 김화 우체국에서 우편 집배원의 손에 들려 출발

# 하루 전(목요일) : 철원 우체국 경유, 김화 우체국에 가톨릭신문 도착

# 이틀 전(수요일) : 가톨릭신문, 발송 용역회사 출발 의정부 우편집중국 도착

# 사흘 전(화요일) 저녁 : 인쇄 공장에서 발송 용역회사로 출발. 발송을 위한 밤샘작업

# 사흘 전(화요일) 오후 : 편집 작업 후 편집국장 최종 OK

# 사흘 전(화요일) 오전 : 취재 기자들 기사 작성. 편집부로 원고 전송

# 또 다른, 지금 (월요일)

김화본당 마현 공소에 취재를 다녀왔다. 서울 성동구 홍익동 사무실에서 의정부까지 전철로 1시간, 의정부 전철역에서 의정부 터미널까지 시내 버스로 30분. 의정부 터미널에서 포천, 철원을 거쳐 김화까지 직행 버스로 3시간. 김화에서 다시 승용차로 20여분…. 마현 공소는 그렇게 어렵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서 가톨릭신문을 만났다. 가톨릭신문은 민통선 안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50년전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일궈야 했던 마현 공소 사람들. 비탈진 곳은 밭을 일궈 콩을 심었고, 평평한 곳은 물을 가두고 논을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살을 에는 겨울 추위가 견디기 힘들었다. 세숫대야에 담아 둔 물이 불과 1시간 만에 꽝꽝 어는 최전방의 추운 날씨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공소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 모든 고난을 이기게 해 준 것은 신앙이었다고 말했다. 신앙을 함께하는 신앙 이웃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문도 이들과 함께 걸어왔다. 한국교회의 하루하루를 함께 했다.

가톨릭신문은 마현 공소에 남고, 가톨릭신문 기자는 마현공소를 떠나왔다. 어디선가, 오늘도 가톨릭신문을 기다리고 있을 이들을 위해 기자들은 오늘도 땀 흘리며 뛰고, 또 기사를 쓴다.





가톨릭신문  200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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