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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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33. 열 일곱 번째 가정 - 경기도 평택 한영숙 할머니(상)

곰팡이 악취·쥐 배설물로 뒤덮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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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 평택대리구장 조원규 신부,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한영숙씨, MAD 이종익 대표이사, 서정동본당 배영섭 신부(왼쪽부터)가 함께 시삽을 하고 있다.
 

“저보다 더 어렵게 사시는 분도 많으실 텐데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네요. 감사합니다.”

가톨릭신문·MAD종합건설 공동 ‘집 고쳐주기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에 한영숙(마리아·76·수원 서정동본당)씨는 좀처럼 믿지 못하는 듯했다.

경기도 평택시 이충동 474-2에 위치한 주택. 한눈에 봐도 무너져 버릴 듯한 담장의 집이지만 30년 동안 수리 한 번 하지 못해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손대면 금방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만 같은 담장은 바람막이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고 대문의 자물쇠도 고장나버려 다른 사람이 나쁜 마음만 먹는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마당에 따로 마련돼 있는 욕실과 화장실은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지병으로 걷기 불편한 한씨로서는 사용하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집안은 상태가 더 심각하다. 방안은 곰팡이로 발 디딜 틈이 없고 쥐가 파놓은 구멍은 물론 쥐 배설물도 곳곳에 있다. 쥐덫을 놓고 약도 놨지만 소용이 없다. 쥐의 번식력이 워낙 좋아서 한씨도 포기한 지 오래다. 쥐와 함께 살아가는 셈이다.

보일러도 가동을 멈춘 지 오래됐다. 쌀쌀해지면 내복과 외투를 겹겹이 껴입고, 한겨울이 되면 전기장판과 연탄 난로로 추위를 견뎌야 했다.

가장 큰 걱정은 우기인 여름이다. 어려운 살림에 30년 동안 한 번도 수리하지 않은 집은 천장이 낡아 여기저기 뜯겨 있다.

비라도 올 때면 집안 곳곳에 물이 줄줄 샌다. 다행히 아직까지 방은 문제없지만 비만 오면 방 천장에 물이 고여 있어 언제 새거나 무너질지 모른다.

특히 부엌은 비만 오면 물바다가 돼버린다. 한씨 혼자 양동이로 물을 퍼나르지만 노인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장마철은 잠시라도 쉴 새가 없다.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리면 방까지 물이 차기 일쑤다. 비가 오면 물을 퍼내고 비가 그치면 어지럽혀진 집안을 정리하기 바쁘다. 집안 전체가 습해 위생상태도 심각하다.

혼자 힘으로 집안을 정리할 때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이 그리워진다. 함께 돈을 모아 30년 전 이 집을 지었을 때가 떠오른다.

한씨의 마음 한 쪽엔 또 다른 멍자국이 있다. 큰 아들은 1985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며느리마저 병으로 떠나보내야만 했다. 교사였던 남편의 연금 덕분에 근근이 살아갈 수 있었지만 당뇨병을 앓고 있어 치료비를 감당하기에도 버겁다. 없는 살림이었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며 큰아들이 낳은 두 손녀를 키워왔다.

현실은 어려웠지만 그동안 신앙의 힘으로 버텨왔다. 매일 미사에 참례하며 죽은 남편?자식의 안식과 손녀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다. 어디를 가더라도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았다. 신앙이 없었다면 그동안의 힘겨웠던 세월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한씨는 그동안 앓고 있던 당뇨병에 합병증까지 와 걷기도 힘든 상태다. 옆에서 부축해 주지 않으면 잘 걷지 못한다. 그럼에도 주교님이 ‘집 고쳐 주기’ 선정을 축하해 주러 방문한다는 소식에 며칠 전부터 집안 곳곳을 정리해 왔다. 집이 워낙 낡아 정성을 들여도 티가 나지 않지만 주교님이 방문하신다는데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마당을 쓸고 곰팡이가 가득한 방안 구석구석도 정리했다.

집 고쳐 주기 축복식이 열린 7월 23일 오전 11시.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한씨의 집에 들어섰다. 이용훈 주교가 한씨에게 축하 인사와 함께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실 거라는 말도 건넨다.

“자매님 축하드립니다. 꿈을 잃지 말고 용기를 내세요. 하느님께서 자매님과 항상 함께 하실 것입니다.” “주교님께서 이렇게 누추한 곳에 방문하시다니요. 송구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한씨는 이날 그려왔던 주교님과의 만남으로 그동안 고생과 상처로 멍들어버린 마음의 상처가 낫는 듯했다.

“고맙습니다. 제가 받은 이 선물은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

■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격려사

가톨릭신문이 80주년을 맞아 펼치고 있는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창영 신부를 비롯한 신문사 직원에게 감사를 전하는 바입니다. 이와 함께 MAD 사장님과 임직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가장 큰 계명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바쳐서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봉사와 사랑의 정신으로 선행하는 것은 물질적인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물질을 주님을 위해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는가 입니다.

인간의 삶의 목적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이웃과 나누는 데 우리 삶의 목표를 둬야 할 것입니다.

■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 인사말

가톨릭신문사는 창간 80주년을 맞이하여 2006년 11월을 시작으로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루카 10,5)-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이 17번째를 맞았습니다.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과연 잘 될 수 있을지 불안함과 두려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느님께서 함께 하고 계심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과 난관 속에서도 지속?발전돼왔던 것은 하느님께서 늘 함께 하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은 단순히 주거환경 개선의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그리스도의 사랑·나눔 정신이 무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사업을 통해 우리의 의무였지만 한없이 부족했던 ‘나눔의 마음’까지 치료되는 사업이 되길 희망합니다.

■ 수원교구 평택대리구장 조원규 신부 인사말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을 펼치고 있는 가톨릭신문과 MAD에 감사를 전합니다. 이와 함께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시는 이용훈 주교님과 서정동본당 배영섭 신부님, 본당 신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은 주거환경이 좋지 않은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주는 뜻 깊은 사업으로 그동안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여 있는 홀몸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등 소외계층의 집을 무상으로 수리해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모인 우리는 이런 의미 있는 사업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에 그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 자



가톨릭신문  200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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