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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사] “다시 ‘한 처음’으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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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뿐 아니라 온 세상에 상상도 못할 큰 기쁨을 안겨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돌아보는 이때 우리는 자신만만하던 인간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드는 대자연의 힘을 보게 됩니다. 끝 간 데 없이 나약하게만 비쳐지는 우리의 모습들 가운데서 ‘한 처음’ 하느님의 사랑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인간의 모습이 겹쳐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주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인류에 대한 지극한 사랑입니다.

1927년 4월의 첫날.

엄혹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일제 암흑기, 한국교회에는 조그맣지만 의미 있는 촛불 하나가 밝혀졌습니다. 우리말 우리글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시대, 주님의 기쁜 소식을 우리글로 담아낸 가톨릭신문이 처음 세상에 나온 것입니다. 지난한 식민 통치 아래서 하느님 말씀에 목말라하던 청년 그리스도인들의 기개와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주님의 사랑이 없었다면 부활의 희망도 있을 수 없었음을 새롭게 깨닫게 되는 이때 가톨릭신문은 새롭게 태어남의 인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애독자 여러분!

여든네 번째 생일을 맞아 그간 보여주신 사랑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참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주님께서 보여주신 참사랑을 전하고 드러내는데 더욱 매진하리라는 다짐도 함께 드립니다.

나아가 입으로는 사랑을 말하면서도 사랑하기를 두려워하고, 자신도 알지 못하는 더 높은 이상을 들먹이며 사랑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주님의 참사랑을 전하는 일에 앞장설 것을 다짐합니다.

이제는 자유롭게 우리말 우리글을 쓸 수 있지만 주님께서 전해주신 기쁜 소식은 이를 가로막는 소음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있는 듯합니다. 배금주의 개인주의 권위주의…. 이처럼 적지 않은 장애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더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인류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통해 상상도 못한 선물을 받았음에도 오히려 사랑하기를 두려워하고 당신의 말씀에 귀를 닫으려 합니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는 주님의 말씀을 귓등으로 흘려듣고 “내가 너희를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없이 보냈을 때, 너희에게 부족한 것이 있었느냐?”(루카 22,35)는 주님의 따끔한 가르침이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지만 허기지고 배고픈 시대, 가톨릭신문은 다시 창간 당시의 첫 마음으로 돌아가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데 조금이라도 소홀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해나갈 것입니다.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요한 14,1)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 아버지의 집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수난 공로를 통해 하느님 아버지 오른편에 앉으신 예수님의 눈길은 궁극적으로 아버지의 집을 향해 있습니다. 지상의 순례자인 우리도 결국은 ‘아버지의 집’을 찾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가톨릭신문이 걸어온 지난 여정도 결국은 당신의 집을 향해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 길에서 잠시 길을 잃어 헤매기도 하고 순간순간 머뭇거리기도 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다시 ‘한 처음’으로 돌아가 가톨릭신문을 세웠던 청년 그리스도인들의 드높은 기개와 한없는 믿음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애독자 여러분께 가톨릭신문과 함께 손잡고 아버지의 집을 향해 나아가길 청합니다. 아버지의 집을 열어젖힐 열쇠는 우리가 열정을 쏟아 행하는 소명들 속에 있다는 믿음과 함께….

주님의 집을 향한 열정의 불길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늘 깨어있어야 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시대의 징표에 민감하고, 하느님을 향한 사랑에 불타올라 목숨마저 초개처럼 가벼이 여겼던 신앙 선조들의 믿음을 되살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 길에서 저희 가톨릭신문은 온 몸을 사를 다짐을 새롭게 합니다.

주님께서 마련해두신 집에 사람을 맞아들이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그 몫으로 부르시는 주님의 목소리에 “예”하고 힘차게 달려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자 여러분의 사랑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가톨릭신문은 저희에게 전해지는 여러분의 사랑이 더 큰 울림으로 주님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그 어디에라도 가닿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힘든 길이지만 주님과 함께 걷는 걸음이기에 무겁지만은 않습니다. 더욱 가벼운 걸음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형제들을 찾아나서는 가톨릭신문이 되겠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지난 시간동안 애독자 여러분께서 보여주신 관심과 사랑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새롭게 시작하는 가톨릭신문의 여정에 변함없는 사랑으로 함께해 주시길 간절히 청합니다. 오롯이 하느님의 은총과 함께 독자 여러분의 격려와 사랑으로 저희의 순례는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새 생명이 약동하는 새봄과 더불어 여러분의 가정에 죽음을 이기고 승리하신 예수님의 부활의 기쁨과 은총이 충만하시길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성도(안드레아)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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