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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선교의 뿌리를 찾아서] 파리외방전교회 본부를 가다 (상)

‘피의 순교’ 두려워 않던 숭고한 넋 깃들어, 순교·전염병 무릅쓰고 4300명 선교사 아시아 파견, 한국순교성인 현양비 통해 굳은 신앙적 교감 느껴, 박물관에도 한국 전교활동 담은 다양한 유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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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중심가 ‘128 뤼드 박(Rue du Bac)’ 거리. 한 지붕 아래서 가장 많은 성인이 나왔다고 해서 농담 삼아 ‘순교 전문대학’이라 불리는 장소. 1658년 아시아 지역 선교를 목적으로 교구 소속 신부들로 결성된 프랑스 최초의 외방선교회인 ‘파리외방전교회’ 본부가 위치해 있는 곳이다.

다소 육중해 보이는 짙은 갈색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박물관 및 성당 건물이 바로 마주하고 있었다. 그 옆 창살문 너머로는 본부 건물 출입구가 내비쳤다.

전교회가 창설될 당시 이 지역은 파리 외곽에 속한, 일명 ‘변두리’였다고 했다. 서울의 강남지역이 70~80년대 이후 부상한 것처럼 현재 파리외방전교회 본부를 둘러싼 일명 7구 지역은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 있고 각국 대사관들이 자리 잡고 있는, 파리에서도 대표적인 중산층 동네로 꼽힌다.

 
350여 년 역사 속에 복음을 위해 순교의 피를 뿌린 선교사들의 숭고한 넋이 깃들여진 곳. 무심히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는 시민들 사이에서 또 번화한 건물들 중간에서 왠지 세상을 향한 무언의 예언자 같은 모습으로 비춰졌다.

알려진 대로 한국교회와의 인연은 1831년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브뤼기에르 주교가 초대 조선대목구장에 임명되면서부터다. 이런 면에서 파리외방전교회의 한국 선교역사는 곧 한국 천주교회의 형성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본부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2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초기 한국교회 설립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 2003년 마련된 파리외방전교회 박물관.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 선교지 관련 유물과 선교사들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위층에 마련된 성당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그간의 전교회 역사 속에서 수많은 선교사들이 회원들과 가족들의 기도 속에서 파견미사를 거행하던 곳이다. 성당 입구 좌측 벽면 샤를르 쿠베르탱이 그렸다는 작품이 눈에 띈다. 피의 순교를 두려워하지 않고 머나먼 동양의 나라로 떠나는 젊은 선교사들의 비장한 얼굴, 그리고 자식과 형제를 머나먼 극동의 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던 가족들 심정이 헤아려지면서 마음이 아렸다.

파견을 앞둔 선교사들은 이 성당에서 파견미사와 파견식을 거행한 후 본부 정원의 성모상 앞에서 회원들과 마지막 기도를 올리고 보르도 항구로 가서 선교지로 떠났다 한다.

“떠나라! 복음의 군대여, 그대들의 소망을 이룰 날이 왔다. 선교사들이여, 그대들의 발자취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친구들이여, 이 생에선 안녕을. 언젠가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이오.” 라는 선교사 파견 노래가 울리는 속에….

1843년 말 파리외방전교회 성가대 책임자로 4년 반 정도 일했던 19세기 프랑스 대작곡가 ‘구노’가 성가대를 맡으며 오르가니스트로 일했던 과거 이야기를 들었다. 그 기간 동안 구노는 사제로서의 꿈을 가지며 2학기 동안 신학 강의를 들었으나 1847년 신학 공부를 포기하고 1848년에는 성가대 지휘 자리도 그만 뒀다고 알려진다. 그는 한국에서 순교한 앵베르 범 주교와 절친한 사이였다. 어느 날 범 주교가 조선 땅에서 순교한 소식을 접하고 조선교회와 순교자를 위해 작곡한 곡이 현재의 「가톨릭성가」 284장 ‘무궁무진세에’다. 성당 지하 1층에 마련된 박물관에는 구노가 작곡한 그 악보가 전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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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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