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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선교의 뿌리를 찾아서] 평신도 - 성 정하상 바오로

민족 구원 위해 성직자 영입 주도, 최양업·김대건 등 신학생 선발 앞장, 사제 요청하기 위해 북경 9차례 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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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정하상 바오로
 

“한국 천주교회는 평신도 사도직운동의 선구적 전개를 실천한 교회이며, 스스로의 학문 활동을 통해 천주 신앙에 도달했고, 교회를 창립했고, 신앙생활을 실천했다.”

1982년 제1회 ‘평신도 심포지엄’에서 이원순 교수(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는 이같이 말했다. 평신도 사도직운동의 선구적 전개를 실천한 교회, 그 교회 안에 평신도 정하상이 있다.

한국교회 평신도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정하상은 조선대목구 설정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정약종과 유소사의 아들로 1795년 출생, 1839년 서소문 밖 형장에서 순교하기까지 그는 쉼 없이 한국교회의 토대를 쌓았다.

윤민구 신부(수원교구 손골성지 전담)는 정하상 성인이 본격적으로 천주교 부흥운동에 뛰어든 것은 1816년의 일이라고 전한다. 신유박해와 을해박해가 일어난 직후 성직자 영입 운동에 적극 나선 것. 신유박해로 국내에서 활동하던 유일한 성직자 주문모 신부를 잃게 된 당시 조선 신자들은 가슴 아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하상은 1816년 만 21세의 나이로 북경으로 떠나 조선의 소식을 전하고, 이후 조선교회 재건과 성직자 영입을 위해 무려 9차례나 북경을 왕래한다. 물론 유진길, 조신철 등 동료들과 함께 성직자 영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교황에게 작성해 올렸지만, 이 가운데 정하상의 역할은 핵심적이었다. 결국 이들이 올린 서한은 1827년 교황청(재위 교황 레오 12세) 포교성성(현재 인류복음화성)에 전달됐다.

제2대 조선교구장 앵베르 주교는 정하상을 가리켜 “주께서는 우선 우리의 북경 보행군으로 나이 42세에 아직 독신이며 우리들을 모두 조선에 인도하여 들인 신자(정하상)를 찾아내는 은혜를 주셨습니다. 나는 3년 안으로 신품을 줄 희망을 품었습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의 노력은 초대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 파견으로 이어졌지만 입국 전 주교의 선종으로 뜻을 이루지는 못한다. 브뤼기에르 주교의 뒤를 이어 1836년 모방 신부가 서울에 도착했다. 이때 정하상의 노력은 또 한 번 빛을 발한다. 모방 신부는 최양업과 최방제, 김대건 등을 신학생으로 선발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이 정하상이라는 것이다.

정하상은 또 서양 선교사들을 집에 모셨고, 비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선교사들의 지방출장에 동행했고, 신자들이 성사를 보게끔 도와줬다. 당시 문헌들은 그의 지도력이 전국에 미치고 있었음을 알게 한다.

윤민구 신부는 정하상이 천주교를 통한 민족의 구원을 위해 일했으며, 당시 사회제도의 한계를 초월한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또 정하상 성인의 모친과 여동생이 바느질과 옷감 짜는 일로 연명했다는 사실을 볼 때, 살림이 넉넉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는 애긍의 삶을 살았다고 전한다.

정하상은 「상재상서」등 저술활동에도 열심이었다. 그는 이를 통해 성교의 도리를 밝힘으로써 당시 유학자들이 가졌던 천주교에 대한 그릇된 생각들을 지적하고자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우리는 그가 남긴 「상재상서」를 보며 그가 생각하는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평신도를 넘어서 모든 신앙인의 귀감이 되고 있는 정하상 바오로. 그는 선종했지만 한국교회사 속에서 살아 숨 쉬며 오늘날 평신도가 걸어갈 길을 힘주어 외치고 있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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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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