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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선교의 뿌리를 찾아서] 평신도 - 성 최경환 프란치스코

한국교회 디딤돌 놓은 ‘참신앙인’, 수리산 교우촌 회장으로 신앙 모범 보여, 신심 함양 힘쓰고 나눔·극기 실천에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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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최경환 프란치스코
 

‘회장’이라는 직분보다 ‘최양업 신부의 아버지’이자 ‘이성례 마리아의 남편’으로 더욱 잘 알려진 최경환 프란치스코. 그는 한 사람의 아버지, 남편, 평신도 등 다양한 꼬리표를 달고 신앙인으로서의 직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 인물이다.

김수태(충남대) 교수는 ‘2009 수리산성지 학술 심포지엄’에서 “최경환은 수리산에서 체포돼 순교할 때까지 보여준 훌륭한 표양들만으로도 오래 기억하기에 충분한 인물”이라며 “공소회장으로 당시 교회지도자의 한 사람이었던 그는 기해박해에서 평신도 순교자를 대표하는 인물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그는 한국교회 평신도의 대표격인 정하상과 동시대를 살았고, 한국교회의 디딤돌을 함께 놓으며 평신도의 위상을 높였다. 1827년경 그는 가족들을 이끌고 서울로 이주해 살다가 박해의 위험이 있자 다시 강원도 김성과 경기도 부평으로 이주했다.

1838년에는 과천 수리산 뒤뜸이(현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9동)에 정착해 이곳을 교우촌으로 일구는데 힘썼다. 신학생으로 선발된 장남 최양업을 마카오로 보내고, 그는 모방 신부에 의해 수리산 교우촌의 회장으로 임명돼 신앙의 명맥을 이어갔다.

최경환의 「칠극」(예수회 판토한 신부가 지은, 죄악의 근원 일곱 가지와 이를 극복하는 일곱 가지 덕행을 다룬 책)에 대한 사랑은 지극했다. 「칠극」의 가르침을 신심의 바탕으로 삼고 있던 그는 교리에 해박했으며 묵상과 독서를 통해 신심 함양에 힘썼고, 나눔운동과 극기 실천, 그리스도와 성인·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르고자 애쓰는 참신앙인이었다. 그는 ‘회장’으로서 교우촌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물론 경제적 측면까지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신자들은 어버이 같이 돌봐주는 그를 존경하고 따랐으며, 그의 권고를 즐겨 듣고 천주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멀리서 찾아오고는 했다.

아들 최양업 신부 또한 아버지에 대해 “저의 부친은 자주 묵상하고 신심서적을 대하셨으며, 언제나 종교와 신심 외의 것은 말하지 아니하셨으며, 아버지의 말씀은 힘 있고 설복시키는 능력이 있어 모든 이에게 천주의 사랑을 심어 주셨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최경환은 자신이 선종할 때까지 평신도의 사명과 본분을 다했다. 1839년 기해박해로 인해 서울과 인근 지역에서 많은 이들이 죽고 살아남은 이들은 피신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수리산 신자들과 함께 서울로 와 순교자 시신을 찾아 안장해주었다. 당시 무자비하고 잔혹한 박해 상황을 미루어 보았을 때, 최경환의 의연하고 담대한 애긍 실천은 놀라운 것이었다.

아들을 신학생으로 봉헌하고, 마을의 ‘회장’직분까지 맡았던 최경환은 체포됐을 때도 남보다 더 많은 고문과 형벌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서울로 압송돼 가던 도중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앞장서서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타 산으로 올라간 것을 생각합시다”라며 격려했고 마음을 다잡았다. 포도청에서는 “천지만물의 대주재 이신 하느님을 어떻게 배반할 수 있겠습니까? 결코 배교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끝까지 신앙을 지켜냈다.

수리산 교우촌에서 신자들과 함께 평신도 신앙과 애긍을 실천하던 최경환은 결국 1839년 9월 12일 34세의 나이로 옥사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에 순명하고 신앙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애썼던 그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됐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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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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