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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4주년 기획 - 지도로 보는 교회 이야기] (5·끝) 황여전람도와 조선왕국도

조선에 천주교 신앙 싹트는 계기 마련, ‘황여전람도’ 유럽 전해지며 조선에 대한 관심 증폭, 프랑스서 울릉도·독도 등 표기된 조선왕국도 제작, 동서 문화교류 활발해지며 조선 실학 발전 영향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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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웅(안드레아·매핑코리아 대표)
 

16∼17세기 천주교 전교를 위해 중국에 파견된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제작된 지도와 그들이 전한 지도제작술은 동서 문화의 교류 차원에서 그 뜻하는 바가 매우 크다. 마태오 리치 신부의 곤여만국전도로부터 프랑스 예수회 선교사들이 측량하고 제작한 황여전람도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만든 지도가 유럽에 전해지고 그것이 다시 유럽의 지도제작자들에 의해 지도첩으로 출간되면서 은둔의 나라 조선왕국이 서양에 알려지게 됐으며, 조선은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선진문화의 영향으로 실학이 발전하고 천주교 신앙이 싹트는 계기가 됐다.



■ 조선 포함된 황여전람도

청나라 강희제 때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제작된 중국 전역을 나타낸 황여전람도(皇輿全覽圖)에는 의외로 조선과 대마도가 포함되어 있다. 당시 조선은 숙종 때로 인조 14년(1638년) 병자호란을 겪은 후 청국의 강압으로 군신(君臣)의 관계를 맺고 주눅 들어 지내던 시기였다. 청나라 쪽에서 본다면 국토 전역의 지도를 제작하면서 신하의 나라로 여겼던 조선을 포함시킨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황여전람도를 측량할 당시 동북지방의 측량 책임자였던 레지 신부 일행이 요동으로부터 동남쪽으로 조선과의 변경 지역에까지 이르렀을 때 선교사들은 두만강을 건너 조선 땅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북경을 출발할 때 강희제의 명으로 조선에 들어가는 것을 금했기 때문에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에 청나라는 1711년 오라총관(烏喇摠管) 목극등(穆克登)을 보내 변경 지역을 조사케 하고, 그 이듬해에는 조선과의 국경 획정을 위한 백두산정계비를 세우는 한편 조선 조정에 대놓고 지도를 내놓으라고 했다. 이는 조선을 직접 측량할 수 없게 되자 조선의 지도를 받아 황여전람도에 편집해 넣으려는 속셈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1713년 청나라의 천문대 사력(司曆)인 하국주(何國柱)가 조선에 들어와 한양의 위도(緯度)를 측정했고, 숙종실록에 나와 있듯 조정의 중신들이 청나라 사신을 접대하기 전 어떤 지도를 내어줄 것인가를 논의한 기록으로도 알 수 있다.

당시 조선에는 동국지도(東國地圖)와 같은 아주 상세한 전국 지도가 있었지만 청나라의 속내를 알지 못한 조선 조정으로서는 머리를 맞댄 끝에 상세하지도 않고 간략하지도 않은 이른바 불상불략(不詳不略)한 지도를 내주었다. 청나라 사신이 가져간 이 지도는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한성의 위도 값과 방안좌표로 위치를 잡아 황여전람도에 붙게 된 것이다. 
 

 
▲ 1737년 당빌이 황여전람도를 기초로 제작한 ‘신중국지도첩’에 실린 중국·달단·티베트 지도.
 
 
■ 유럽에 전해진 황여전람도

황여전람도가 유럽에 전해진 것은 조·청 변경지역을 측량했던 레지 신부가 「조선의 지리」라는 보고서를 작성해 프랑스 예수회로 보낼 때, 북경 주재 선교사들의 주선으로 황여전람도의 기본 도면도 함께 보내졌다고 한다. 프랑스로 보내진 지도는 뒤 알드(J. B. Du Halde) 신부에 의해 국왕 루이 15세에게 바쳐졌고, 왕립도서관에 보관됐다.

당시 프랑스 왕실의 수석 지리학자이며 지도제작자였던 당빌(J. B. B. D`Anville)은 이 황여전람도를 저본으로 1720년경부터 조선왕국도를 비롯해 1729년 중국전도, 1723년 중국령 달단지도, 1733년 티베트 전도, 1734년 중국·달단·티베트 지도 등 동아시아에 관한 여러 종류의 지도를 제작하게 되었다.

한편 뒤 알드 신부는 중국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보내온 보고서를 정리·편집해 「중국제국전지(中國帝國全誌, Description de la Chine)」라고 하는 네 권의 방대한 저서를 1735년 파리에서 출판했는데, 이 책에 당빌이 제작한 지도 43매가 수록되어 있고, 이 가운데 조선왕국도(Royaume de Coree)가 독립적으로 소개되었다. 책 내용 중에는 황여전람도에 관한 사정과 레지 신부가 쓴 조선의 지리와 역사도 실려 있다.

당빌은 황여전람도 기본 도면을 다시 편집하여 「신중국지도첩(Nouvel Atlas de la Chine)」이라는 지도책을 173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출판해 황여전람도를 유럽에 소개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이 지도책 서문에 조선왕국도는 조선의 지리학자가 제작한 것이며 조선 궁내에 있던 것을 가져온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어 황여전람도에 조선지도가 들어가게 된 경위를 우회적으로 알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1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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