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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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당신의 작은 정성이 벼랑 끝 우리 이웃들 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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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열린 성금전달식에서 사고를 당해 사지가 마비된 아들을 돌보며 힘겹게 살아가는 김미애(왼쪽)씨가 눈물을 흘리며 평화신문 독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좀도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이 밥을 지을 때마다 쌀 한 줌씩 덜어 단지에 모으던 아름다운 전통이 배어 있는 단어지요. 이렇게 모인 쌀을 `좀도리 쌀`이라고 불렀습니다.

 배고픈 시절, 쌀 한 움큼이 아쉬운 형편에 왜 그렇게 쌀을 덜어냈을까요. 이유인즉슨 밥을 굶는 이웃을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뉴월 춘궁기에는 가족들 삼시세끼 걱정이 태산같았을 텐데도, 우리 조상들은 더 어려운 이웃사정을 헤아리며 상부상조했습니다.

 평화방송ㆍ평화신문 창립 23주년을 맞아 사랑나눔 캠페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를 결산하려고 하니, 문득 `좀도리 쌀`이 떠오릅니다.

 독자들이 보내주신 성금은 바로 좀도리 쌀입니다. 한 독자는 날마다 1000원씩 송금 해주십니다. 출근하면 폰뱅킹이나 인터넷뱅킹으로 1000원을 보내고 나서 업무를 시작하는 직장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따금 눈이 휘둥그레지는 뭉칫돈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서민들의 경조사비 액수 정도입니다.

 이렇게 모인 좀도리 쌀이 몇 가마 분량 되더니 어느새 큰 곳간을 채우고도 남을 만한 양이 됐습니다. 평화신문이 2001년 1월 시작한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는 4일 제52차 전달식<표>을 포함해 494명(시설단체 포함)에게 총 55억 6906만 9250원을 전달했습니다.

 독자들이 한푼 두푼 보내준 성금은 `사랑의 쌀가마니`가 되어 절망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해체위기 가정을 구하고, 수술비가 없어 애태우는 중환자들을 살려 냈습니다. 행려인과 홀몸 어르신, 소년소녀가장들에게는 삶의 의욕을 다시 불어넣었습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성금에 알알이 담긴 독자들 기도와 정성을 생각하면 감격스럽기 그지없는 결실입니다.

 그리스도인이 하느님께 바칠 수 있는 최고 봉헌은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교회 본질의 한 부분이며, 교회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필수적 요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고, 나아가 교회 본질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 준 독자들이 `사랑의 기적`을 일으킨 주인공입니다. 이서연 기자



#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성금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성금 통장과 매번 눈물바다가 되는 성금전달식 풍경을 보면 평화신문이 전달한 성금 55억은 500억, 아니 5000억보다 더 크고 값진 돈입니다.

 그간 모아둔 성금 통장에는 독자들 이름 석 자와 액수가 끝도 없이 찍혀 있습니다. 성함이라도 밝히신 분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송금인난에 `베드로` `사랑합니다` `꼭 일어나세요!` `○○씨 힘내세요!`처럼 세례명이나 격려글을 써넣으신 분이 부지기수입니다.

 언젠가 용돈을 아껴 가끔 성금을 보낸다는 한 대학생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 학생의 한 마디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저도 용돈을 타서 쓰는 입장이라 빠듯하지만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내려고 노력해요. 카페라테 한 잔 참으면 충분히 낼 수 있거든요."
 두 달에 한 번꼴로 갖는 성금전달식에서 많은 사람들이 독자들 사랑에 울고 웃었습니다. 어린아이를 중환자실에 눕혀놓고 수술비를 구하러 뛰어다니던 아버지도 울고, 올망졸망 달린 어린 손자들과 하루 세끼 걱정하며 사는 할머니도 울었습니다.

 힘들게 폐지를 주워 지적장애 손자를 키우는 권의숙(75, 제1096호) 할머니는 "손자가 왜 밥을 안 먹고 만날 국수만 먹느냐고 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는데, 성금으로 따뜻한 밥을 실컷 지어줄 수 있게 됐다"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들은 취재기자들 손을 잡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하며 연방 인사를 합니다. 그때마다 기자들은 말합니다.

 "하느님과 독자들이 드린 돈이에요. 저희는 중간에서 심부름만 한 거예요. 그러니 하느님께 감사하시고, 기도 중에 평화신문 독자들을 기억해 주세요."
 
 
  # 사랑이 사랑을 낳는 오병이어 기적


 올해는 턱관절장애, 시각장애, 지적장애 등 중병을 앓는 가족 때문에 실의에 빠진 대상자들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아르바이트로 턱관절장애 치료비를 벌어온 정승원(19, 제1101호)군은 "성금으로 가장 먼저 턱관절 수술을 하고 싶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독자들이 그가 포기한 꿈과 희망을 다시 찾아주신 겁니다. 정군은 "성공해서 오늘 받은 것보다 더 큰 사랑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랑 바이러스`를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또 교도소 재소자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간간이 보내오는 우표 꾸러미도 잊을 수 없습니다. 죄를 지어 영어(囹圄)의 몸이 됐지만, 하느님 사랑을 통해 다시 태어난 그들의 소박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가장 작은 이들은 목마른 사람,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 병든 사람들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 드립니다.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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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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