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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유시찬 신부(서강대 이사장)에게 묻다

주님 앞에 머무르면 행복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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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 이사장 유시찬 신부는 "행복은 그저 힘 빼고 가만히 비우고 있으면 어느날 문득 찾아오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행복은 은총의 선물로 주어지는 것
마음 비우고 눈을 맑게 뜨고 있어야
바쁜 시대에 조용히 기도하는 여유


   "행복은 그저 힘 빼고 가만히 비우고 있으면 어느 날 문득 찾아옵니다. 애써 쟁취해 얻는 게 아니라 은총의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죠."

 서강대 이사장 유시찬(예수회) 신부는 "행복은 노력해서 얻는 것이라기보다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고요 속에서 진리를 알아들으려는 열망과 참된 것에 대한 목마름을 가지면 된다"고 말했다.

 "요즘 행복한 사람은 거의 천연기념물이죠. 교수로서 학생들을 만나고 신부로서 신자들을 만나보면 일시적으로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있어도 `저 사람은 진짜 행복한 사람이구나`라고 느껴지는 사람은 보기 어렵습니다."

 유 신부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경쟁하고 소유하고, 자기를 확고하게 더 세움으로써 행복해진다고 착각한다"면서 "특히 대학생들은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스펙을 쌓는데 골몰하고 있고, 월급을 받으면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신기루를 보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사실 참된 행복을 알고 살아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행복은 기본적으로 은총의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기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돈을 모으고 학벌을 따고 권력을 쥐는 등 세속적 행복을 쟁취하려는 노력에 비하면 행복을 얻는 건 오히려 수월할 수 있습니다. 손을 탁 놓고 있으면 되니까요."

 유 신부는 시 한 편을 소개했다.

 "벚꽃잎 석 장/땅에 떨어지기 전 붙잡음/행복이 찾아온다고/그런 이야기 듣고/꽃보라 속에서 서 있은 적 있어/붙잡으려 할수록/꽃잎 이리저리 흩날려/마침내 울고 만 어린 날//지금 길을 가면 꽃잎 머리에 어깨에/연신 내려와 쉬어/욕심나지 않게 되었단 게 아냐/손 뻗치면 잡을 수 없다는 것/알았을 뿐"(미쓰하라 유리의 `꽃보라` 중에서)

 "꽃잎을 잡으려고 할 때마다 손바닥이 바람을 만드니까 번번이 허탕을 치는 거에요. 문득 깨달았죠. 손바닥을 펴고 가만히 있으니까 꽃잎이 내려온다는 내용입니다. 행복도 이처럼 잡으려고 덤비면 놓칠 수 있죠."

 유 신부는 행복은 노력해서 얻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도 진리를 알아들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력한 만큼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은 인간적 생각입니다. 공을 들인 만큼 결실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칫 하느님의 큰 섭리를 놓쳐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노력이란 하느님 앞에 머물러 앉아 있는 것이다.

 "우리가 머물러 앉아 있으면 성령께서 저절로 우리를 진리로 이끌고 가십니다. 진리에 온 마음을 모으면 성령께서 내가 행복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듣게끔 우리 자신을 변화시켜 주십니다. 그 진리를 문득 알아듣게 되면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행복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기는 거죠."

 유 신부에게 쉬운 행복 공식을 알려달라고 했다.

 "행복 공식이 있다면 정말 좋겠죠.(웃음) 쉽게 가려 하다 보면 질이 낮은 가짜 행복을 추구할 위험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소유함으로써 행복해지는 것은 절대 없습니다. 행복은 쟁취해서 얻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기에 마음을 비우고 눈을 맑게 뜨고 있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유 신부는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행복에 관한 자기계발서를 언급하면서, "피상적이고 인위적 처방"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행복전도사 최윤희씨가 자살한 사건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접근한 행복의 한계를 분명하게 느꼈습니다. 행복전도사는 심리적으로 마음을 이렇게 가꾸고, 저렇게 다듬으라고 처방했지만 결국 스스로 건강 하나가 무너지면서 추락했어요. 이것은 인간 존재의 깊이 문제입니다."

 유 신부는 "인간 존재의 근원에 깊게 닻을 내리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행복은 바람 앞의 등불이자, 모래 위에 성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인간 존재의 근원에 도달하게 하는 것은 기도와 수행이다. 유 신부는 "성령이 존재의 깊은 곳에 머물러 나를 변화시키고 이끌어줌으로써 자신의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면 절로 행복해진다"면서 "각자 타고난 몫과 고유의 아름다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행복에 이르는 첩경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다들 바쁘고 살기가 힘들다 보니 곰곰이 앉아 있을 정도의 여유도 없다"면서 "하루 한 시간씩 마음을 모으고 가만히 앉아 기도할 것"을 권했다.

 유 신부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디지털 시대에 소달구지를 끌던 때로 돌아갈 수 없지만 의도적으로 아주 느린 공간에서 천연덕스럽게 힘을 빼고 앉아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바쁜 사회에서 조용히 앉아 머무는 시간이 없는 것도 행복해지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고 조언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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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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