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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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물질적 풍요 ''일시 맑음'' 긍정적 마음 ''종일 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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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으면 행복할 것 같아

 "돈이 8~10억 정도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슬프지만 진실이에요. 시간과 노력, 에너지를 돈으로 환전해서 그 돈으로 갖고 싶은 걸 사야죠. 사고 싶은 거요? 집이랑 차, 옷이요. 행복이란 잘 먹고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주 작은 소유로도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다지만 사람 욕심은 끝이 없거든요. 행복을 느끼는 게 참 어렵습니다."(신 바오로, 30, 사업가)

넓은 집 있지만 행복은 글쎄?

 "결혼하고 옥탑방에 살다가 처음 내 집을 장만했을 때는 무지 행복했어요. 여러 번 이사를 했고 지금은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막상 큰집에 살아도 행복하다는 거 잘 못 느껴요. 청소하는 것도 힘들고요. 집이 커서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손님을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할 때 뿐인 것 같아요."(이 베로니카, 54, 주부)


 
▲ 쟁취하고 소유하는 도심 속 각박한 삶(왼쪽)과 어울림과 여유가 묻어나는 자연 속 여유로운 삶(오른쪽).
한 사람이 왼손에는 시계를 차고 울고 있고, 오른손에는 찻잔을 들고 웃고 있다. 삽화 = 권소현
 


물질적 풍요 속에서 행복해 대한 가치관조차 흔들려
우리나라 어린이 OECD  국가 중 행복도 가장 낮아
남과 비교 않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 행복
하느님 사랑 깨닫는 순간 진정한 행복 느낄 수 있어
 

 # 나는 행복한가

 인류 역사상 가장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 하나의 모래시계처럼 물질적 풍요로움이 쌓여갈수록 정신적 풍요로움은 빠져 나간다.

 화려한 전광판 속 여배우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준다`고 속삭이고, 몇 년 전 모 카드회사는 신년광고로 "부자되세요"를 유행시켜 히트를 쳤다.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침투한 물질만능주의는 `최소한 이 정도는 가져야 한다`는 체면 지키기식 화법으로 사람들에게 "삶의 구원이 여기에 있다"고 손짓해왔다.

 물질주의는 `사는 곳`과 `타는 차`에 따라 신분을 계급화하고, 미디어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은 판단 없이 메시지를 수용한다. 세속화된 삶은 더 이상 내면을 돌볼 겨를을 주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가치관은 상업주의에 물들었고, 행복에 대한 가치 기준은 혼란스러워졌다.

 "저는 제가 행복한지, 아니면 불행한지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행복은 자기 체면 같은 거 아닌가요?"

 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대학교 교직원으로 자리를 옮겨 일하고 있는 박 프란치스코(29)씨는 "행복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직장생활 11년차인 김 펠릭스(42)씨는 "가정과 직장에서 쫓기듯 살다보니 행복이란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잊어버렸다"며 "삶의 의미조차 찾기 어려운 각박한 세상 속에서 행복하냐는 질문 자체가 낯설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소규모 디자인회사에 취업해 매달 100만 원씩 받는 이 소피아(27)씨는 "행복은 갑자기 당첨된 로또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멋있는 직업을 꿈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좋은 직업과 돈 많은 남자친구를 가진 친구들을 보면, `저 친구는 정말 다 가졌구나` 싶은 마음에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하지만 남한테 보여지는 행복 안에 진정한 나의 행복은 없어 보여요. 권력이나 돈은 갖게 될수록 더 원하게 되니까요. 끊임없이 남을 부러워하고 나를 부끄러워하면 삶은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최 미카엘라(34)씨는 "물질적 욕망에 따른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며 "정말 갖고 싶은 화장품을 살 때 그 순간은 행복할지 몰라도 쓰는 내내 행복하지는 않더라"고 토로했다.

 최근 한국방정환재단이 초ㆍ중ㆍ고등학생 6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저학년일수록 `가족`이라고 응답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돈`이라고 답했다.   
 

 # 당신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먼저 불행해지는 원인을 알아보자. 가장 큰 원인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불행한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에 의해 자존감이 자주 무너진다는 뜻이다.

 "세상의 시선으로 나를 보려 하면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고, 세상 중심으로 내가 돌아요. 이런 사람은 늘 현상에 끌려 다니고 스케줄에 매여 삽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주체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살레시오회 김용은 수녀)

 "남들이 보기에는 바닥인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있으면 행복할 수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이 빛을 보고 있느냐, 어둠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죠."(손영순 전 전진상심리상담연구소장)

 손 소장은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에도 쉽게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진정한 자기 자신이 없는 허탈한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이라며 "물질적 풍요로움을 내적으로 소화시키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손 소장은 "자존감을 갖고, 하느님이 주시는 것을 감사히 받을 준비가 돼 있다면 풀 한 포기를 봐도 행복할 수 있다"며 "내 안의 현실과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면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 참된 행복은 하느님을 소유하는 것

 도 요셉(43)씨는 12년 넘게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최근 종교 관련 기관에 취업을 했다.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경력도 하나 없는 늙은 고시생이 입사한 것은 기적입니다. 무엇보다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게 기쁩니다. 변변찮은 월급이지만 제가 하는 일이 삶의 목표에 부합하니까 행복해요."

 올해 초 자궁 경부암 말기를 진단받은 김동연(클라라, 71) 할머니는 "행복은 하느님이 베줄어주신 사랑을 느낄 때 찾아온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다른 사람들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고통스럽다고 하는데, 나는 머리카락도 안 빠지고 헛구역질도 안 나고 견딜만하다"며 "하느님이 장사를 무리하게 한 저한테 몸을 아껴쓰라고 주신 시간 같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그는 "세상적으로 풍요롭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세상은 잠시 지나가는 간이역"이라며, "세상적으로 좋은 것들은 다 욕심이 아니



가톨릭평화신문  201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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