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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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3) 네 샌드위치의 맛이 세상에서 최고였어!

작은 나눔이 하느님의 큰 기적 불러일으켜/ 유리화 ‘빵과 물고기의 기적’은/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표현/ 각자의 탐욕스런 모습 반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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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심(1946~ ), ‘빵과 물고기의 기적’, 1994년, 유리화, 애덕의 집 성당, 벽제, 경기도.
 
 
유리화 ‘빵과 물고기의 기적’은 애덕의 집에 있는 작은 성당을 장식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재활 단체인 애덕의 집에는 유리화가 최영심(1946~ )이 제작한 ‘빵과 물고기의 기적’ 이외에도 ‘어린이를 사랑하는 예수님’, ‘자캐오를 부르시는 예수님’ 등 아름다운 유리화들이 몇 점 더 있다.

이 작품은 성당의 2층에 있는 원형 창문에 장식돼 있다. 한 소년이 얼굴을 들어 예수님을 바라보며 물고기 두 마리를 드리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고개를 숙여 소년을 보면서 손으로 물고기를 축복하고 있다. 예수님의 발 아래에는 소년이 함께 가져온 보리 빵 다섯 개가 가지런히 표현돼 있다. 소년 뒤의 맑고 푸른 하늘 곳곳에는 천상의 양식인 만나가 보석처럼 박혀 있다. 그러나 예수님 등 뒤의 붉은 배경 안에는 많은 사람이 어둠에 갇혀 고통 받는 것처럼 표현돼 있다.

‘빵과 물고기의 기적’은 요한복음에 나오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표현한 것이다. “그때에 제자들 가운데 하나인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곳에는 풀이 많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장정만도 그 수가 오천 명쯤 되었다.”(요한 6,8~10)

장안동성당의 관할 구역에는 시립 아동상담치료센터가 있다. 그곳에는 가정 문제 등으로 고통을 당하는 100여 명의 아이가 일시적으로 수녀님과 전문 교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어느 날 산책을 하고 돌아오던 길에 치료센터에 있는 어린이들을 우연히 만났다. 수업을 마치고 상담소로 가던 어린이들은 일반 가정의 아이들처럼 밝고 맑아 보였다. 그 가운데 초등학교 2학년생인 여자 어린이가 반색하며 손에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 샌드위치는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요리 수업 시간에 아이가 직접 만든 것이었다. 언젠가 신부님께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며 그 빵을 맛있게 드시라며 신신당부했다.

사제관에 돌아와서 비닐에 싸인 채 구겨진 샌드위치를 꺼내어 한입 물으니 불현듯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빵과 물고기의 기적이 생각났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모여든 수천 명의 사람 가운데서 한 소년만이 자기 양식인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예수님 앞에 내놓았다. 소년은 자신의 굶주림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기꺼이 예수님 앞에 음식을 모두 내놓았다. 예수님께서는 작은 양의 음식도 귀하게 받으시고 크게 감사하셨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는데 그 과정에서 기적이 일어나 오천 명이 배불리 먹고도 남은 조각이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오천 명을 배불리 먹게 한 이 기적의 시작은 한 소년이 가진 보잘것없는 양의 음식이었다. 소년은 자신의 일용할 양식을 아낌없이 예수님 앞에 내놓았다. 그로 말미암아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기꺼이 봉헌했다. 소년의 이 모습을 보고 가까이서 지켜보던 어른들은 자신을 뒤돌아보았을 것이다. 아이보다도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나누지 못하는 자신의 탐욕스러운 모습을 반성하며 가지고 있던 음식을 옆에 있던 사람과 함께 나누었을 것이다. 사람들 서로 간의 작은 나눔은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큰 기적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주일 미사 후에 성당 마당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준 아이를 다시 만났다. 그 아이는 만날 때마다 여전히 눈을 반짝이며 똑같은 질문을 했다. “신부님, 제가 만들어 준 샌드위치를 잘 먹었어요? 맛이 어땠어요?”라고 물었다. 그때마다 나도 항상 같은 답변을 해 주었다. “그래, 네가 만들어 준 샌드위치를 잘 먹었어. 그리고 네 샌드위치의 맛이 세상에서 최고였어!” 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렸다.


 
▲ 빵과 물고기의 기적 부분.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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