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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7) 우리가 끌어안고 더욱 빛내야 할 보석

천사 같은 아기와 아기 같은 천사 등장/ 어린이는 소중한 보석임을 깨달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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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폴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두 천사와 함께 있는 아기 예수와 세례자 요한’에는 네 아기가 등장하고 있다. 이 작품에는 천사 같은 아기와 아기 같은 천사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주변에는 어린양과 먹음직한 과일이 묘사돼 있다. 그리스도교의 전설에 의하면 세례자 요한은 아기였을 때 부모를 따라 나자렛으로 가서 아기 예수를 만났다고 한다. 작가는 아기 예수와 세례자 요한이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작품의 가운데 있는 아기 예수는 고개를 돌려 세례자 요한을 바라보고 있다. 예수는 한 손으로 천사가 안고 있는 어린양의 목을 쓰다듬고 있다. 이것은 아기 예수가 앞으로 인류 구원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양으로 봉헌할 것임을 알려준다. 예수의 무릎에 걸쳐진 흰옷도 십자가 위에서 벌거벗긴 채로 매달려 희생될 것임을 미리 보여준다.

붉은 천위에 비스듬히 앉은 세례자 요한은 한 손을 내밀어 아기 예수의 볼을 조심스럽게 만지고 있다. 요한은 자기의 눈앞에 있는 아기가 바로 구세주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의 볼에 손을 갖다 대고 있다. 붉은 천은 세례자 요한이 장차 구세주의 선구자로서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다가 희생되리라는 것을 알려 준다.

두 명의 천사는 아기 예수와 세례자 요한의 만남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아기 예수가 장차 구세주로서 죄와 죽음에 사로잡힌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속죄의 희생 제물로 봉헌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 천사가 안고 있는 어린 양뿐만 아니라 다른 천사가 잡고 있는 포도 덩굴도 인류 구원을 위한 예수의 수난과 희생을 상징한다.


 
▲ 피터 폴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 ‘두 천사와 함께 있는 아기 예수와 세례자 요한’, 유채, 1615~1620년경, 미술사 박물관, 빈, 오스트리아.
 
 
천사 같은 아기와 아기 같은 천사가 함께 등장하는 이 작품을 보면 우리 성당의 어린이들이 생각난다. 우리 본당에도 천사 같은 아이들이 많아 나는 지난 2년 동안 틈틈이 그들의 해맑은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리고 올여름에 어린이 사진 28점을 모아 성당 마당에서 전시하고 있다.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에 작은 의자를 놓고 그 위에 아이들 사진을 한 점씩 올려놓았다. 그랬더니 마치 천사가 그 의자에 앉아 천진무구한 모습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이 전시회의 제목은 ‘우리 성당의 보석, 어린이 사진전’으로 했다. 유아세례를 받고 씽긋 웃는 아기, 엄마 품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기, 비눗방울을 만들며 기뻐하는 아기, 아이스크림 맛에 정신을 잃은 어린이, 성당 마당의 간이 수영장에서 즐거워하는 어린이, 첫영성체를 하며 기뻐하는 어린이의 모습은 모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워 보였다.

어떤 신자는 이 전시회를 보면서 “우리 성당에 이렇게 많은 보석이 숨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저 아기들의 해맑은 모습을 바라보니 제마음도 밝고 맑아지는 것 같아요.”라며 기뻐했다. 이 전시회를 통해 우리 본당에는 어른뿐만이 아니라 어린이를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한 신앙 가족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아가 어린이들은 하느님께서 우리 가정과 성당에 보내주신 가장 소중한 보석, 우리가 끌어안고 더욱 빛내야 할 보석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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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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