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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9) 만남 속의 이별, 이별 속의 만남

복음 선포 위해 가족과 이별하다/ 청년 예수가 마리아·요셉과 집 앞에서 이별 인사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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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모 마리아 경당의 유리화 전경.
 
 
청년 예수가 어머니 마리아와 양부 요셉에게 집 앞에서 이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예수는 이별의 슬픔을 속으로 삭이는 어머니 마리아의 어깨를 감싸주며 위로하고 있다. 마리아는 먼 길을 떠나는 아들을 걱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무릎을 꿇고 있다. 요셉은 그 뒤에서 한 손을 들어 예수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며 기도하고 있다.

이 유리화는 파리 노트르담대성당의 제대 뒤편에 있는 성모 마리아 경당의 창문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마리아 경당의 창문에는 구세주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의 어린 시절부터 승천에 이르기까지 주요 일생을 묘사한 유리화가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는데 이 작품은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 아름다운 유리화는 성모 마리아 경당을 방문한 사람들의 발걸음을 오랫동안 붙잡아 둔다.

청년 예수는 30년 가까이 나자렛에서 목수였던 요셉을 도와 일을 하다가 이제 복음 선포를 위하여 가족과 이별하고 있다. 이어서 예수는 길 잃은 하느님의 자녀를 돌보기 위해 가족과의 이별을 뒤로하고 요르단 강으로 향하셨다. 그분은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신 후 본격적으로 하느님 나라의 오심과 구원을 사람들에게 말과 행적을 통해 보여 주셨다.
 

 
▲ ‘가족에게 작별을 고하는 예수’, 유리화, 성모 마리아 경당, 노트르담대성당, 파리, 프랑스.
 

지난 8월 말, 본당에서 함께 사목하던 보좌신부님께서 다른 본당으로 이동하셨다. 그 신부님께서 본당에서 사목한 날을 손으로 꼽아보니 꼭 1000일이었다. 사제서품 후 첫 번째로 부임한 곳이 장안동본당이었으니 이곳은 신부님의 첫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 주일학교 학생들과 청년들, 신자들에게 모든 것을 나누어 주신 신부님에게도 갑자기 찾아온 이별은 낯설어 보였다. 언제나 장군처럼 씩씩하던 신부님도 지난 주일에 거행된 환송식에서는 목이 메고 눈가에는 이슬이 가득 맺혔다.

착한 목자로서 좋은 표양을 보여주신 신부님을 떠나보내면서 나는 다시 한 번 만남과 이별을 생각해 보았다. 모든 만남 속에는 언젠가는 찾아올 이별이 들어 있고, 모든 이별 속에는 언젠가는 찾아올 만남이 들어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서 이런저런 이별은 여전히 타인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이처럼 낯선 이별을 사제의 떠남을 통해서 다시 만나게 된다. 사제의 떠남은 신자들에게 하는 마지막 강론처럼 보인다. 사제의 이별은 그가 온몸으로 보여주는 말 없는 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제는 떠나면서 이 세상의 어떤 만남도 영원하지 않으며 언젠가는 이별의 시간이 온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의 일상적인 만남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의 삶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본당에서 매일 만나던 사제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나는 것처럼 우리도 때가 되면 홀연히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동안 온몸으로 사랑했던 신자들을 남겨두고 홀로 떠나가는 사제를 바라보면서 지금 이 시간과 만남 그리고 일상적인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정웅모 신부(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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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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