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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8) 성가정의 가장, 요셉의 얼굴은 언제나 하늘을 향해 있다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해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주님 뜻 따라 먼길 떠난 성가족 신앙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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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치오 젠틸레스키(Orazil Gentileschi, 1563~1639), ‘이집트로 피신 중의 휴식’, 1628년, 유채, 미술사 박물관, 빈, 오스트리아.
 

 
오라치오 젠틸레스키(Orazio Gentileschi, 1563~1639)의 작품 ‘이집트로 피신 중의 휴식’에는 지친 성가족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비스듬히 앉은 성모 마리아는 지친 상태에서도 아기 예수에게 젖을 물려주고 있다. 요셉은 커다란 포대를 베개 삼아 누운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배경의 담벼락은 어둠 속에 묻혀 있지만 성가족의 얼굴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빛나고 있다.

이 작품은 나자렛의 성가족이 아기 예수를 죽이려는 헤로데의 칼날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했던 일을 묘사하고 있다.

“박사들이 돌아간 뒤, 꿈에 주님의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서 말했다.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 요셉은 일어나 밤에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가서, 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거기에 있었다.”(마태, 2.13-15)

‘이집트로 피신 중의 휴식’에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따라 먼 길을 떠난 성가족의 굳은 신앙이 곳곳에 표현돼 있다. 성모 마리아는 자신의 몸조차 가눌 수 없음에도 구세주 아기 예수를 양육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마리아는 이처럼 힘든 처지에서도 하느님의 깊은 뜻을 더욱 잘 헤아리기 위해 묵상하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있다. 포대를 베고 드러누운 요셉은 잠을 자면서도 그의 얼굴은 하느님이 계시는 하늘을 향하고 있다. 이 같은 성가족의 한결같은 신앙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은총의 빛이 이들을 비춰주고 있다.

현재 사목 중인 장안동성당에는 ‘마리아 정원’만 있었는데, 올봄에는 성당의 주차장 옆에 있는 빈터에도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이 정원은 성당 입구의 ‘마리아 정원’과는 달리 신자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새 정원의 이름을 ‘요셉 정원’ 이라고 붙였다. 요셉 성인은 성가정의 가장이었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의롭게 사셨다. 그래서 이 정원과 요셉 성인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자들은 ‘요셉 정원’을 꾸미기 위해 집에서 정성껏 키우던 나무와 예쁜 화분들을 앞다투어 가져왔다. 그리고 집에서 사용하지 않은 옹기들도 여러 개 가지고 와서 장독대를 만들었다. 장독대 주변에 채송화도 심고 봉숭아도 심었더니 정겨운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봄날, ‘요셉 정원’에 온갖 꽃이 만발했을 때는 신자들과 함께 이곳에서 꽃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올여름에 사람들은 ‘요셉 정원’을 작은 휴양지처럼 여기며 즐겨 사용하고 있다. 잔디밭에서 뒤뚱거리며 걷는 아기를 보며 기뻐하는 가족도 있고, 집에서 만든 음식을 가져와 이웃과 함께 야외 파티를 여는 사람도 있다. 파라솔 아래의 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가 달콤한 낮잠을 자는 이도 있고, 삶의 무게에 짓눌렸다가 잠시 쉬면서 원기를 회복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작은 정원을 즐겨 찾는 사람들 안에서 나는 ‘이집트로 피신 중의 휴식’에 등장하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발견하고 요셉 성인을 만나게 된다.


정웅모 신부(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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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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