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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40) 우리 인생에도 셈을 해야 할 날이 있다

죽은 자들 심판 주관하는 대천사 미카엘/ 하느님의 심부름꾼으로서 임무 수행/ 죽은 자 영혼, 어린아이처럼 작게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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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레아 델라 롭비아(Andrea della Robbia, 1435~1525), ‘죽은 자들의 심판’, 채색 도예, 국립 미술관, 프라하, 체코.
 


작품 ‘죽은 자들의 심판’에서 이 심판을 주관하는 대천사 미카엘은 양쪽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다. 그는 한 손에 커다란 칼을 들고 있으며 다른 손에는 작은 저울을 들고 있다. 바구니처럼 생긴 저울 받침 안에는 어린아이가 담겨 있다. 작품의 상단에는 과일과 꽃이 담긴 장식용 항아리가 묘사돼 있고 테두리도 다양한 과일과 잎으로 아름답게 장식돼 있다.

하느님의 심부름꾼으로서 미카엘 대천사는 죽은 자들에 대한 심판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하느님의 깊은 뜻을 헤아려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려는 듯이 하늘을 높이 응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천사의 얼굴은 고요하면서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칼은 죽은 자들에 대한 심판이 조금도 빗나감 없이 엄정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 대천사의 얼굴은 고요하면서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죽은 자의 영혼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작게 표현돼 있다. 어떤 사람이든 나이를 불문하고 이 세상에서 죽게 되면 저 세상에서 새롭게 태어나기 때문에 어린애로 묘사된 것이다. 죽은 영혼이 벌거벗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심판 날에 자신의 죄악을 감추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모든 진실이 밝혀진다는 것을 말한다.

저울에 달린 두 사람 중 한 명은 죄가 가벼워 위로 올라가고 있다. 구원받은 그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기 위해 두 손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 명은 죄가 무거워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당혹해하고 있다. 그가 회개해 구원받을 수 있는 모든 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 바구니처럼 생긴 저울 받침 안에는 어린아이가 담겨 있다.
 
 
현재 이 작품은 미술관의 복도에 장식돼 있지만, 원래는 성당의 담벼락이나 정원의 벽면에 장식되었을 것이다. 성당을 오가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보면서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다가올 자신의 죽음과 심판의 날을 생각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인생의 유한함과 그 인생의 끝 부분에 자리 잡은 하느님의 심판을 상기시켜 준다. 이런 생각은 사람들로 하여금 악한 행실에서 벗어나 선한 행실을 추구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지난여름은 여느 해와 달리 불볕더위와 혹독한 가뭄, 연이은 태풍과 비바람으로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도 서서히 지나가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자연은 지난날의 더위와 비바람을 다 끌어안고 속으로 삭이어 알찬 결실을 이뤄가고 있다. 저 말 없는 초목은 여름날의 그 혹독한 시간도 묵묵히 버티면서 지금 생명의 결실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지난 봄날, 장안동성당의 ‘마리아 정원’에 작은 논을 만들어 모를 심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벼가 어떻게 자라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사람들은 성당에 왔다가 작은 논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는 벼를 보며 매우 신기해했다. 어떤 아이는 벼를 처음 본다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어른들은 손으로 논을 매주기도 했다. 신자들의 정성과 사랑으로 벼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새 이삭이 나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마당의 벼 이삭을 바라보면 결실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인생에도 셈을 해야 할 날, 즉 심판의 날이 조금씩 다가옴을 깨달을 수 있다. 다가오는 심판의 날에 우리가 구원의 대열에 들기 위해서는 현재의 이 시간을 잘 사용해 하루하루 알찬 결실을 이루며 살아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은 우리의 미래와 연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가톨릭신문  201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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