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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본 나가사키현 그리스도교 사적지 순례<상> ''신앙의 섬'' 쿠로시마를 가다

200년 이어온 신아의 발자취, 그 열정 고스란히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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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에서 바라본 쿠로시마.
 
 
 1614년 일본 전역에 금교령이 내려졌다. `동방의 사도`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Franciscus Xaverius, 1506~1552)가 일본 나가사키현 히라도에 복음을 전파한 지 64년만이었다.

 1873년 금교령이 철폐될 때까지 259년 동안 일본의 키리시탄(포르투갈어 크리스타오 christao에서 유래한 그리스도인이라는 뜻)들은 끊임없는 박해에 시달리면서도 후손들에게 신앙 유산을 물려주며 믿음을 지켰다.

 일본에 천주교가 처음 전파된 나가사키현은 키리시탄이 가장 많이 살았던 지역이기에 박해도 가장 혹독했다. 현재 많은 성당과 관련 사적지에서 박해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일본 나가사키순례센터 초청으로 9월 18~22일 나가사키현 일대에 있는 천주교 사적지 10여 곳을 순례했다. 나가사키현 곳곳에 남아있는 그리스도교 유산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먼저 소개할 곳은 `신앙의 섬` 쿠로시마(黑島)다.
나가사키=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일본 남서부 사세보시 아이노우라항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바닷길을 달리면 서울 여의도 넓이 두 배가 조금 넘는 섬 쿠로시마가 눈에 들어온다.

인구 479명 중 400여 명이 가톨릭 신자

 바닥이 넓고 납작한 그릇을 엎어놓은 것처럼 생긴 이 섬에는 검은 빛깔 화강암이 많다. 그래서 쿠로시마(黑島, 흑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인구가 479명에 불과한 이 섬에 400명에 가까운 가톨릭 신자들이 살고 있다. 신자 비율이 무려 80가 넘는다. 0.35에 불과한 일본교회 복음화율을 생각하면 좀처럼 믿기지 않는 수치다.

 놀라운 것은 신자 비율만이 아니다. 섬 한가운데 500명이 함께 미사에 참례할 수 있는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봐도 이 자그마한 섬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당이다. 매일 미사가 봉헌되는 쿠로시마성당에는 주일이면 신자 300여 명이 미사에 참례해 뜨거운 신앙을 고백한다.



 
▲ 1902년 마르만 신부와 쿠로시마 신자들은 5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쿠로시마성당을 건립했다.
 
 
 넓이 520만㎡에 불과한 외딴 섬이 `신앙의 섬`이 된 사연은 2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쿠로시마는 나가사키현 북서부 히라도섬의 영주가 소와 말을 방목하던, 무인도와 다름없는 섬이었다.

 1803년 영주가 방목을 중단하고 다른 지역 주민들 이주를 허락하면서 소토메와 고토열도 등에 살고 있던 가쿠레키리시탄(잠복 그리스도인) 수백 명이 박해를 피해 쿠로시마로 건너왔다. 쿠로시마는 사람이 살지 않던 곳이라 다른 지역에 비해 그나마 박해가 덜한 편이었다. 키리시탄들을 척박한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고 살며 70여 년 동안 몰래 신앙을 지켜나갔다.

 일본은 키리시탄의 싹을 잘라내기 위해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절에 등록하도록 명령했다. 쿠로시마의 키리시탄들도 절에 등록하고 겉으로는 불교도로 살아갔다. 가쿠레키리시탄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쿠로시마도 박해에 시달릴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쿠로시마는 공식적으로는 불교도의 섬이었지만, 사실은 주민 대부분이 키리시탄인 신앙의 섬이었다.

 키리시탄들은 불상 뒤 기둥에 몰래 성모마리아의 형상을 새겼다. 불상에 예를 표하는 것처럼 하면서 성모마리아를 공경한 것이다. 기둥에 새겨진 성모마리아 형상은 금교령이 해제된 뒤 절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 쿠로시마성당 주일학교들이 그린 마르만 신부 모습.
 
 
 신앙을 드러내지 못한 채 숨죽이며



가톨릭평화신문  201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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