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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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본 나가사키현 그리스도교 사적지 순례<하>

피땀 어린 신앙유산의 보고, 세계에 널리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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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토열도 가쿠레키리시탄들은 섬 곳곳에 성당 50개를 세우며 신앙의 자유를 되찾은 기쁨을 만끽했다.
한 주민이 소라 나팔을 불어 미사 시간을 알리던 옛 풍습을 재연하고 있다.
 
 
 일본 천주교 신자 수는 53만여 명으로 복음화율은 0.4에 불과하다. 1614년 금교령이 내려졌을 때 신자가 20만여 명이었으니 세기가 네 번 바뀌는 긴 세월 동안 고작 33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일본 천주교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나가사키현은 가톨릭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일본에서 그나마 가톨릭의 흔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1549년 일본에 도착한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1506~1552)는 이듬해 나가사키현의 작은 섬 히라도에서 처음으로 복음을 전파했다.

 나가사키대교구 복음화율은 4.35로 일본 평균의 10배가 넘고, 일본 전체 성당의 13.3(133개)가 나가사키현에 있다. 특히 1566년 선교사 루이스 데 알메이다(Luis de Al meida) 신부에 의해 천주교가 전파된 고토(五島)열도에는 무려 50개의 성당이 있다. 복음화율은 25가 넘는다.

 나가사키대교구와 나가사키현은 쿠로시마성당을 비롯한 천주교 사적지 12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박해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신앙유산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 신자들에게는 교회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아울러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고 있는 사적지들이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통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나가사키현 천주교 역사와 관련 유산을 소개한다.
나가사키=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 신부와 키리시탄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는 박해시대 공지문.
신부는 은전 500냥, 수도자는 은전 300냥의 현상금이 걸렸다.
 
 
  "이 나라는 늪지대야. 결국 자네도 알게 될 테지만, 이 나라는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늪지대였어. 어떤 묘목이라도 그 늪지대에 심으면 뿌리가 썩고 잎이 누렇게 말라 버리지. 우리는 이 늪지대에 그리스도교라는 묘목을 심은 거야."

 일본 천주교 박해사를 다룬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의 한 구절이다. 자신 때문에 신자들이 모진 고문을 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배교한 페레이라 신부는 굳은 선교의지를 갖고 있던 로드리고 신부를 만나 `왜 일본에 가톨릭이 뿌리 내릴 수 없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일본은 `늪지대`라는 단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천주교에 끔찍한 박해를 가했다. 1614년 에도막부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일본 전역에 금교령이 내려진 후 1873년 신앙의 자유를 되찾을 때까지 25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일본의 키리시탄(포르투갈어 크리스타오에서 유래한 그리스도인이라는 뜻)들은 박해에 시달리며 죽임을 당했다.

포상금 내걸어 배교 부추겨

 일본 정부는 키리시탄을 잡기 위해 막대한 포상금을 내걸어 키리시탄들 간의 배신을 부추겼다. 또 정기적으로 후미에(예수님, 성모 마리아 등을 새긴 목판ㆍ동판)를 밟는 날을 만들어 키리시탄을 색출하고 고문했다.

 1566년 천주교가 전파돼 `기도의 섬`이 된 고토도 예외는 아니었다. 20㎡ 남짓한 방에 키리시탄 300명을 몰아넣어 압사시키고, 귀에 구멍을 뚫은 채로 거꾸로 매달아 조금씩 피를 흘리게 해 고통을 주는 `구멍 매달기` 등 온갖 끔찍한 고문으로 배교를 강요했다. 또 순교한 키리시탄 목을 잘라 사람이 볼 수 있는 장소에 내걸어 공포감을 조성했다.


 
▲ 고토열도 인구가 줄어들면서 빈 성당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무인도에 있는 노쿠비성당.
 
 
 끝이 없을 것만 같던 박해가 끝나자 곳곳에 숨어 신앙을 지켜온 키리시탄들은 신앙의 자유를 되찾은 기쁨을 만끽했다. 섬 구석구석에 성당이 세워졌다. 배를 타고 성당을 가야 했던 신자들은 아예 자신이 사는 섬에 성당을 지었다. 이렇게 해서 일본 남서부의 작은 섬 고토 열도에 50개의 성당이 생겼다.

 100여 년이 지난 현재, 본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젊은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도시로 나가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 수도 함께 줄



가톨릭평화신문  201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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