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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42) 세상을 떠난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담겨 있다

가족들과 마지막 작별인사 하고 있는 성 안나/ 어머니 손에 이별의 입맞춤하는 마리아/ 천사는 날개 활짝 펼쳐 천상의 길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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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나르디노 노키(Bernardino Noccchi), ‘성 안나의 임종’, 유채, 성 프레디아노 성당, 루카, 이탈리아.
 

이 작품에는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 성 안나가 임종하는 모습이 표현돼 있다. 성 안나의 침상 주변에 가족들이 모여 성 안나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한평생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올바르게 살면서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성 안나는 이제 세상에서의 고단한 짊을 모두 내려놓고 하느님 나라로 향하고 있다.

성모 마리아는 성 안나의 어깨에 손을 얹어 기도하면서 어머니의 손에 이별의 입맞춤을 하고 있다. 왼쪽 가장자리에 있는 요셉도 성 안나 쪽으로 손을 내밀며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성 안나 곁에는 성모님의 아버지인 성 요아킴이 앉아 있다. 성 안나를 등지고 앉은 그는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면서 가족들이 가져온 약사발을 조용히 물리치고 있다. 그는 가족들에 아내인 성 안나가 하늘로 가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려 주면서 약으로 그때를 연장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그리고 성 요아킴은 하느님께서 정하신 때를 겸손한 모습으로 조용히 따르고 있다. 이런 가족들 위에 천사가 하늘로부터 내려오고 있다. 천사는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쳐 성 안나를 감싸 주며 천상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천사의 몸에서 황금빛 빛살이 사방으로 퍼지는 것은 그가 영원한 빛의 세계인 하느님 나라에서 파견되었음을 알려 준다.

이제 성 안나의 영혼은 천사의 인도를 따라 이 세상의 모습과는 전적으로 다른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될 것이다. 성 안나가 덮고 있는 흰색과 붉은색 이불은 그녀가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언제나 순수하게 살면서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물렀음을 나타낸다.

‘성 안나의 임종’은 이탈리아의 작은 지방 루카에 있는 성 프레디아노 성당 내부의 뒤쪽 벽면에 그려져 있다. 사람들은 미사나 기도하기 위해 성당에 들어설 때마다 가장 먼저 이 작품을 보게 된다. 이 작품 앞에서 사람들은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은 지금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삶의 소중함과 죽음의 다가옴을 여실히 잘 보여준다. 그리고 하느님을 믿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죽음이 결코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로 옮겨 가는 과정임을 알려 준다.

‘성 안나의 임종’ 작품을 보면 함께 삶을 나누다가 우리보다 앞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생각난다. 이런저런 사랑과 정을 나누면서 지내던 사람 가운데서 많은 이가 이제는 하느님 나라에서 안식을 누리고 있다. 영원히 내 곁에 머무실 것 같은 부모님도 십여 년 전에 이 세상을 떠나 하느님 품에 안기셨다. 이미 많은 이가 천상의 시민이 되었으니 그 나라가 내게는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성 안나의 얼굴에는 성인 모습만이 아니라 우리보다 앞서 세상을 떠난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가득 담겨 있다. 나아가 언젠가 맞이하게 될 나의 죽음과 부활의 모습도 그 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웅모 신부(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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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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