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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43) 추위 속에서도 아름다움이 다시 꽃피고 있다

가브리엘 천사, 마리아에게 아기 예수 잉태 알리다/ 갑작스런 천사 방문에 놀라워하면서도, 양손을 가슴에 대고 순명하는 자세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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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브리엘 천사와 성모 마리아 상(부분).
 

어느 날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 아기 예수의 잉태를 알리는 이 동상은 나자렛의 ‘주님 탄생 예고 기념성당’ 정원에 서 있다. 이 기념성당은 마리아가 살았다는 집터 위에 구원의 꽃봉오리 형상으로 우뚝 서서 세계 각국의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아기 예수의 잉태를 알리기 위해 하늘로부터 내려온 천사가 마리아를 만나고 있다. 천사는 한쪽 손으로 하늘 높은 곳을 가리키며 마리아에게 구세주 탄생에 관한 하느님의 뜻을 전해 주고 있다. 마리아는 갑작스러운 천사의 방문에 놀라워하면서도 십자가 형태로 만든 양손을 가슴에 대고 순명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가브리엘 천사와 성모 마리아 상’은 루카 복음의 ‘예수님 탄생 예고’를 표현한 것이다. 어느 날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루카 1,31-32)

가브리엘 천사의 갑작스러운 방문과 아기 예수의 잉태 소식을 들은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면서도 천사를 통한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마리아의 이 짧은 신앙 고백을 통해 예수께서 세상과 인류의 구원을 위해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아기 예수의 잉태를 예고하는 장면은 수많은 그림과 조각을 통해 아름다운 형상으로 표현됐다. 그러나 이 동상은 천사와 마리아의 외적인 아름다움보다도 이들이 나누는 성스러운 대화에 초점을 맞추어 제작됐다. 루카 복음에는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된 이 둘의 대화가 짧게 묘사돼 있지만 사실은 긴 대화가 오갔을 것이다. 마리아는 많은 번민과 갈등 끝에 자신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최우선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모든 성당에서 효율적으로 사목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사목회나 구역 반 뿐 아니라 여러 단체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봉사자들이 필요하지만 그들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열심한 신자라 하더라도 어느 단체에서 봉사해 달라고 하면 이런 저런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절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모두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또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곤 한다. 그러다가 가끔은 성모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일을 최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우리 본당에는 두개의 정원, ‘마리아 정원’과 ‘요셉 정원’이 있고, 각 방을 장식 하는 100여개의 화분이 있다. 지난봄에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화목회’를 만들었다. ‘화목회’의 목적은 우선 본당의 정원에 있는 꽃과 나무를 아름답게 가꾸고, 하느님께 대한 신앙 안에서 화목한 삶을 가꾸기 위함이다. 본당의 주보를 통해서 ‘화목회’ 회원을 모집했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줬다.

현재 ‘화목회’의 회원은 불과 다섯 명에 지나지 않지만 매주 토요일에 화단과 꽃을 가꾸는 이들의 손길을 통해서 본당은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됐다. 이들의 손길이 스쳐지나간 자리에는 아름다움이 되살아나고, 그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든 아름다움의 원천이신 하느님께로 이끌어 준다. 성모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일을 기쁘게 하는 화목회 회원들을 통해 본당의 ‘마리아 정원’과 ‘요셉 정원’에는 추위 속에서도 아름다움이 다시 꽃피고 있다.


 
▲ ‘가브리엘 천사와 성모 마리아 상’, 1990년, 청동, 주님 탄생 예고 기념성당, 나자렛, 이스라엘.
 
 
정웅모 신부(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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