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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45) 열심한 부모의 품에서 아기의 신앙은 무럭무럭 자란다

성모님 품에 안긴 아기 예수님/ 전통 한복 입혀 친근한 모습으로 표현/ 붉은 후광 하느님 뜨거운 사랑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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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는 우리나라 유리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남규(루카, 1931~1993)가 제작한 매우 작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남규의 유족들이 운영하는 ‘루카 유리화 공방’의 한쪽 창문에 장식돼 있다. 이 유리화는 어느 성당의 주문에 의해서 제작된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평소에 생각하던 성모자 모습을 단순하면서도 소박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에게 우리나라의 전통 옷인 한복을 입혀 더욱 친근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성모 마리아가 파란 저고리를 입고 있는 것은 성모님이 파란 하늘, 즉 하느님이신 아기 예수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성모님의 품에 안긴 예수님도 전통의 옷인 색동저고리를 입고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머리를 장식한 붉은 후광은 이들이 언제나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 안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기 예수의 성장 과정에 대해서는 루카 복음에 짧게 묘사되어 있다.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루카 2,40)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과 성모 마리아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아기 예수께서 지금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우리 개개인을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이며 신앙의 어머니인 성모님의 따뜻한 품으로 초대하는 듯하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보면 주일 미사 때마다 만나는 아기들이 생각난다. 오전 11시 교중미사 때는 부모의 품에 안겨 미사에 참례하는 아기들이 많이 있다. 아기들은 유아방에서 미사에 참례하다가 영성체 때가 되면 부모와 함께 제단 앞으로 다가온다. 어떤 아기들은 부모의 손을 잡고 뒤뚱거리며 걸어오기도 하고 또 다른 아기들은 부모의 품에 안겨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오기도 한다.

그때 나는 부모에게 성체를 영해 주고 아기들에게는 머리에 손을 올려 안수기도를 해 준다. 어떤 아기는 이 작품에 묘사된 예수님과 똑같은 자세로 “아멘-, 아멘-, 아멘-”하며 말한다. 또 다른 아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사리 같은 손을 모으고 눈을 꼭 감은 채 기도하기도 한다. 열심한 부모의 품에서 아기의 신앙도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부모의 품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아기들을 바라보면 세상을 떠나 하느님 품에 안긴 어머니가 생각난다. 가사와 농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 속에서도 언제나 가족의 신앙을 염려하며 돌보아 주셨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모든 주일을 작은 축제의 날처럼 여겨 가장 깨끗한 옷을 입혀 공소로 데려가 주셨고, 공소 예절 후에는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시면서 신앙에 관한 이런 저런 말씀을 해 주셨다. 부모님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신앙생활은 세월 속에서도 잊히지 않고 오히려 더욱 또렷하게 떠오른다.


 
▲ 이남규(1931~1993년),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1986년, 유리화, 루카 유리화 공방, 서울.
 


 
▲ 이남규의 유족들이 운영하는 ‘루카 유리화 공방’.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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