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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48) 때로는 평범한 말 한마디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하느님과 예수님 눈길에 깊은 신뢰와 사랑 드러나/ 온갖 고통 이기고 복음 선포한 성자 맞는/ 성부 하느님과 예수님의 재회장면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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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 미카엘 로트마이어(Johann Michael Rottmayr, 1656~1730년), ‘성부 하느님과 성자 하느님의 재회’, 프레스코, 1725~1730년, 카를스 성당, 빈, 오스트리아.
 
 
카를스 성당의 높은 천장에는 거대한 반구형 프레스코 그림이 장식돼 있다. 일반적으로 성당의 천장은 하늘나라를 상징하기 때문에 이곳에는 하느님과 성모 마리아를 비롯한 성인들의 모습이 많이 그려져 있다. 이 성당의 천장에도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성모 마리아, 천사와 성인들의 모습이 매우 친밀한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그 가운데서 성부와 성자 하느님은 가장 높으신 분이시기 때문에 천장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그림에는 성부 하느님과 성자 하느님이 하늘나라에서 재회하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성부로부터 파견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기까지 충실하게 하느님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다. 이제 하느님 아버지의 모든 사명을 완수하신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여 천상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하느님 아버지를 만나고 있다.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빛나는 모습으로 나타나신 성부 하느님은 양손을 활짝 펼치며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예수님도 성부처럼 양손을 펼치며 아버지 하느님을 향하여 다가가고 있다. 그분의 양손과 가슴에는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 생긴 못자국과 칼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온갖 고통을 다 이겨내며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서로를 바라보는 성부 하느님과 성자 하느님의 눈길에서 깊은 신뢰와 사랑, 위로와 위안을 살펴볼 수 있다.



 
▲ 성자 하느님.
 

 
▲ 성부 하느님.
 

지난해 성탄 다음날, 은퇴하신 할아버지 신부님을 보좌 신부와 함께 방문했다. 작은 선물과 성탄 카드를 준비하는데 내 마음은 설레기 시작했다. 마치 고향에 계시는 그리운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할아버지 신부님께서는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시면서 “성탄을 지내고 피곤하지 않느냐? 건강은 어떠냐? 본당에서 사목하는데 힘들지 않느냐? 신자들은 신부의 말을 잘 따라 주느냐? 힘들면 쉬어 가면서 일해도 좋아!”라며 걱정해 주셨다.

할아버지 신부님의 평범한 말씀들이 그 자리에 있던 내게는 큰 위로가 됐다. 언제나 신자들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어야 하는 것이 본당 사제의 삶이다. 그러다 보면 내적으로 공허해 지기 쉽고 때로는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당시에 성탄 판공성사와 예절 집전 등으로 심신이 지쳐있던 내게 그 신부님의 걱정스런 말씀은 큰 위안이 됐다.

또한 할아버지 신부님의 말씀은 오래 전에 내가 많이 들어보았던 것이었다. 10년 전에 세상을 떠나 하느님 품에 안기신 아버지께서도 내가 방문할 때 마다 언제나 같은 염려의 말씀을 해 주셨다. 나는 그날 그 신부님을 통해서 오래 전에 듣고 잊어버렸던 아버지의 말씀을 다시 듣게 되었다. 언제나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던 아버지를 할아버지 신부님의 인자한 모습 안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현재 사목하고 있는 본당에는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다. 홀로 힘겹게 사는 분도 있고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매일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도 있다.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주일 미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분들도 있다. 나는 그분들의 어깨에 손을 얹어 주면서 할아버지 신부님께 들었던 말 가운데 몇 마디를 들려주곤 한다. 그러면 그분들은 나의 말 한마디를 통해서 많은 위로를 받는다며 눈가의 눈물의 닦기도 한다. 때로는 평범한 말 한마디가 사람들에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가톨릭신문  201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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