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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49) 절망의 어두운 밤이 지나고 희망의 찬란한 새벽이 찾아온다

내가 너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유리화 ‘예수님께서 시몬(베드로)을 부르심’은, 제자로 선택된 시몬의 모습이 더욱 크게 묘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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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빈 슈미트 신부(P. Alwin Schmid, 1904~1978), ‘예수님께서 시몬(베드로)을 부르심’, 유리화, 1970년경, 주한 교황대사관, 서울.
 
 
유리화 ‘예수님께서 시몬(베드로)을 부르심’은 주한 교황대사관의 작은 경당에 장식돼 있다. 단순하면서도 소박하게 표현된 이 작품은 알빈 슈미트 신부(P. Alwin Schmid, 1904~1978)가 제작한 것이다. 알빈 신부는 베네딕도회 소속 사제로 우리나라에 머물며 많은 성당을 설계했고 여러 점의 벽화와 유리화를 제작했는데 이 작품은 그 가운데 하나다.

예수님께서 어부 시몬을 제자로 부르시는 대목은 루카 복음에 자세히 묘사돼 있다.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시몬이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루카 5,4-6)

이 유리화에서는 예수님의 모습보다도 시몬의 모습이 더욱 크게 묘사돼 있다. 이것은 부르심을 받은 시몬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시몬은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던짐으로써 많은 물고기를 잡았지만 더 이상 그것들을 바라보지 않고 그 기적을 일으키신 주님을 쳐다보고 있다. 왼편 상단에 있는 예수님께서도 시몬을 바라보시면서 “내가 너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마르 1,17)며 초대하셨다. 이 초대의 말씀이 라틴어로 장식돼 있다. 이미 시몬의 마음은 그물 안에 가득한 물고기가 아니라 자신을 불러 새로운 사명을 안겨주신 예수님을 향하고 있다.


 
▲ 예수님.
 

 
▲ 시몬 (베드로).
 

지난 2월 1일에는 서울대교구 사제서품식이 거행됐다. 수많은 신자가 서품식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21명의 부제들이 사제로 서품됐다. 그들은 순백색 옷을 입고서 제단 앞에 엎드림으로써 세상의 모든 욕심에서 벗어나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만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처음으로 제의를 입은 새 사제들은 모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다. 그 장엄한 모습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오래전에 있었던 나 자신의 사제서품 날을 다시 떠올리며 사제로서의 지난 삶을 뒤돌아보게 됐다.

주님의 사제가 되어 한평생을 ‘사람 낚는 어부’로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자주 깨닫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셨지만 예전의 ‘물고기 낚던 어부’로 되돌아가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던지라고 하시지만 우리는 자꾸 얕은 데서만 그물을 던지며 많은 성과를 꿈꾸기도 한다. 무심한 세월은 쏜살같이 흐르고 손에 움켜잡고 있는 그물은 텅 비어 있을 때 사람 낚는 어부인 우리의 마음은 초조해 지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리화 ‘예수님께서 시몬(베드로)을 부르심’은 큰 위로가 된다. 그날 밤 시몬은 밤새도록 애썼지만 물고기를 한마디도 잡지 못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던짐으로써 많은 고기를 잡게 됐다. 사목을 하다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작은 결실을 맺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낙심하지 말고 시몬처럼 다시 일어나 주님의 말씀을 따라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던져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시몬 베드로처럼 절망의 어두운 밤을 보내고 희망의 찬란한 새벽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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