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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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문화산책]<6> 묵주기도와 함께하는 가톨릭 미술(2)

인류 구원 위한 수난의 길 암시된 아기 예수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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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 탄생을 주제로 한 성화는 마태오복음이 전하는 `동방박사의 경배`와 루카복음이 전하는 `목자들의 경배`를 기초로 한다. 마태오복음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동방 점성술사들이 메시아 도래를 알리는 별을 따라 베들레헴으로 찾아 예수께 경배하며 선물을 바쳤다. 반면에 루카복음은 예수가 마구간에서 태어났고, 예수 탄생을 알리는 천사의 부름을 받은 양치기들이 아기 예수를 찾아와 경배했다고 전하지만, 동방박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로렌초 로토(Lorenz o Lotto, 1480-1556) 작품인 `탄생`에는 목자도, 동방박사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소 작은 작품인 `탄생`은 가정에 봉헌된 작품으로, 신비로운 예수 탄생은 상당히 가정적 분위기로 형상화된다.


   작품 : `탄생`, 로렌초 로토 작, 46x36㎝, 미국 워싱턴 국립미술관, 1523년.

● 환희의 신비 1단 :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낳으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탄생과 죽음(십자가), 하늘과 땅, 사랑


  

#의로운 사람 요셉
 팔을 쭉 뻗은 아기 예수에게 시선을 집중하며 마리아와 요셉은 무릎을 꿇고 있다. 이콘이나 중세 전통 도상에서 요셉은 보통 아기 예수와 마리아가 있는 중심부에서 따로 떨어져 있다. 수심에 찬 표정으로 요셉은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앉아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장차 아내와 아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로토는 웃음을 띤 얼굴로 아기 곁에서 기도하는 요셉을 그린다. 기쁨과 감동, 그리고 찬미가 있다. 요셉의 침묵과 합장한 두 손은 자신이 마리아의 동정성의 증인이자 하느님과 함께 예수의 아버지임을 드러내는 듯하다.

 마태오복음은 단지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했는데, 그들이 함께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의 인도로 예수를 잉태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의로운 사람이었던 요셉은 그래서 마리아를 신부로 맞아들일 생각을 굳힌다(마태 1,19-25 참조).

 #요람에 누운 아들과 교감하는 어머니
 마리아는 눈과 입술을 통해 손을 치켜들고 작은 발을 사랑스럽게 구르는 아기 예수를 바라본다. 갓 태어난 아기의 자연스러운 행동처럼 아기 예수는 어머니 마리아에게 안기고 싶은 듯하다. 어머니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다정다감한 교감이 느껴진다. 가슴을 숙인 채 마리아의 엇잡은 팔에는 그녀의 떨리는 손가락이 드러난다. 아기를 향한 마리아의 자세와 시선은 주님의 종으로서 겸손과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임마누엘의 신비를 드러낸다.

 짚이 깔린 바구니에는 나신으로 하느님의 아들 예수가 놓여 있다. 바닥, 땅! 이는 이 세상에 바로 오심을 뜻한다. 땅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자궁, 곧 어머니를 상징한다. 육화돼 이 땅에 오신 예수의 모습은 초라한 바구니 요람에서 드러난다(루카 2,11-12 참조). 전통적 비잔틴 도상에서 요람은 부활사건처럼 열린 무덤을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사각형에 단단한 형태로 표현되기도 한다. 로토는 바구니 아래에 입구를 동여맨 작은 주머니와 작은 통을 그려 앞으로 전개될 사건을 암시한다. 빵과 물! 여행을 시작한 누군가가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물건이다. 이는 곧바로 전개될 성가정의 이집트 피난을 예고한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
 오두막 안에는 일련의 `성스런 대화`의 요소가 빛을 통해 부분적으로 조명된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시작으로 천사들과 사다리, 산비둘기, 그리고 멀리서 잘 보이지 않는 나귀와 소, 오른쪽 모퉁이에 있는 쥐덫(혹은 대패) 등이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이미지는 곧바로 눈에 띈다. `탄생`에 `죽음`이 왜 등장할까?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탄생하고, 골고타에서 죽음을 물리치기 때문이다.

 #작은 천사들과 사다리
 하늘에는 5선이 보이는 커다란 악보를 손에 든 세 천사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며 노래한다. 로토는 앞서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 탄생을 알린 것처럼, 하늘의 힘과 축복을 천사들의 찬미로 드러낸다. 나신의 천사들은 마치 아기 예수처럼 작고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사랑`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새로운 관계로 인생에 중요한 사랑을 채우려 한다.

 왜 오두막에 사다리가 세워져 있을까? 농촌 환경에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로토는 이 사다리 역시 성경과 연결한다. 브에르 세바에서 하란으로 여행하던 중 하늘과 땅이 연결된 층계를 본 요셉의 꿈을 예수 탄생에 연결시켜 사다리를 그린다(창세 28,13 참조). 교부학자들에게 사다리는 천사들을 통한 하느님 섭리를 의미한다. 그리고 사다리는 하늘과 땅을 결합한 그리스도 강생을 알리는 상징이기도 하다.

 #산비둘기 한 쌍
 집 입구 나무 위에는 산비둘기 한 쌍이 앉아 있다. 로토는 비둘기 한 쌍에 예리한 빛의 효과를 줘 회화적으로 강조한다. 이는 단순히 장식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세 그리스도교의 상징을 나타낸 것이다. 산비둘기는 성스러운 신부와 관계된 교회의 표징이다. 또한 아기 예수의 정결례 당시 제단에 드려야 할 재물의 규정에 따라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루카 2,24)를 바쳤다고 성경은 증언한다.

 #쥐덫(혹은 대패)
 오른쪽 모퉁이에 있는 로토의 서명이 새겨진 물건은 무엇일까? 몇몇 비평가는 목수였던 요셉의 직업을 상징하는 대패로, 다른 한편으로는 쥐덫으로 본다. 쥐덫은 그리스도의 구원 사명에 관한 메시지를 강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쥐덫은 대각선으로 연결된 지점에 십자가에 달린 예수와 관계한다. 쥐덫과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이미지 사이에 아기 예수가 있다. 도상에서 쥐덫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쥐덫은 성 아우구스티노가 "예수의 십자가는 악마를 잡는 쥐덫과 같다. 악마를 유혹하기 위해 쥐덫을 달아놓은 미끼는 다름아닌 예수의 죽음이었다"는 말을 의미한다. 로토는 예수께서 수난을 통해 인간을 구원할 것이라는 신학적 교리를 자신의 작품에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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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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