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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50) 우리는 작은 십자가를 지고 그분 뒤를 따를 뿐이다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지다/ 짙은 청록색 배경은 십자가 죽음 임박함 상징/ 흰색 옷은 부활의 빛 동터 온다는 것을 나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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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레네 사람 시몬.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시기에 신자들은 ‘십자가의 길 기도’를 자주 바친다. 이 작품은 ‘십자가의 길’ 가운데서 제5처를 묘사한 것이다. 제5처는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하는 장소다. 작가 변진의(1941~)가 단순한 형태와 색채로 표현한 이 작품은 사제평생교육원의 작은 경당에 장식돼 있다.

예수님은 양손으로 십자가를 끌어안아 어깨 위에 올려놓고 골고타 언덕을 향해 앞으로 나가고 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채우려는 듯이 하늘을 우러러보고 있다. 그분 뒤에는 시몬이 양손으로 십자가를 받쳐 들고 묵묵히 따르고 있다. 그의 눈은 하늘을 바라보는 예수님과는 달리 땅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듯하다.

무거운 십자가와 짙은 청록색 배경은 예수님께 십자가의 죽음이 가까워져 왔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러나 예수님과 시몬이 입은 흰색 옷과 십자가 위의 노란색은 죽음의 상황 속에서도 이미 부활의 빛이 조금씩 동터 온다는 것을 나타낸다.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십자가 길의 최종 목적지는 죽음의 골고타 언덕이 아니라 부활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말한다.

시몬은 예수님의 마지막 길에 가장 가까이서 동행하며 도와준 인물인데 성서는 그를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그들은 예수님을 끌고 가다가, 시골에서 오고 있던 시몬이라는 어떤 키레네 사람을 붙잡아 십자가를 지우고 예수님을 뒤따르게 하였다. 백성의 큰 무리도 예수님을 따라갔다. 그 가운데에는 예수님 때문에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여자들도 있었다.”(루카 23,26-28).


 
▲ 변진의(1941~ ),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 유채, 2012년, 사제평생교육원 경당, 가톨릭대학교, 혜화동, 서울.
 



 
▲ 예수 그리스도
 
지난 2월 21일부터 22일까지 가톨릭대학교에서 서울대교구 사제 전체 모임이 있었다. ‘신앙의 해’를 맞이하여 교구의 800여 명의 사제 가운데서 560여 명의 사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갓 서품을 받은 새 사제부터 금경축을 지낸 노 사제까지 젊은 날 사제 수업을 받았던 모교의 품에 다시 안겼다. 참으로 오랜만에 열린 사제 전체 모임에서 함께 기도하며 사목에 대해 그룹별로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학교 성당과 교정을 가득 채운 사제들은 사목 현안에 대한 토의를 떠나서 서로 간의 만남에 대해서 더 큰 의미를 두었다. 각 본당이나 여러 기관에서 사목하다 보면 때로는 자신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만이 외따로 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때가 있다. 그러나 그날 수많은 사제와 함께 기도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힘든 가운데서도 묵묵히 사목하는 동료 사제들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다시 알고 큰 힘을 얻게 됐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짊어진 삶의 십자가가 가장 무겁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작품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신 분은 다름 아닌 예수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은 온 세상과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세상 모든 사람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앞장서 나가고 있다. 우리는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진 시몬처럼 자신만의 작은 십자가를 지고 그분 뒤를 따를 뿐이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주변의 수많은 사람과 함께 부활과 영생에 이르는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정웅모 신부 (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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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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